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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세계경제에 악영향 끼친 전염병 WORST 3


신종플루(H1N1)로 뒤숭숭한 요즈음입니다.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는 64명(11월 12일 기준), 전세계적으로는 사망자가 6260명(세계보건기구 WHO, 11월 8일 기준)이라고 합니다.
연예계에서도 신종플루 관련 소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수 김현중, 케이윌에 이어 샤이니의 종현, 온유, 2AM의 조권, 그리고 개그맨 정종철, 가수 이승기 씨까지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배우 이광기 씨에 관한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더 이상 희생자가 없길 바라며, ‘신종플루로 보는 경제’ 두번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지난 5월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노벨경제학상 단골 후보이시죠)는 신종플루가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1870년 이후 36개국 158건의 경제불황을 분석한 결과, 범세계적인 독감은 전쟁, 금융 위기 다음으로 불황에 영향을 미친 배경 원인이었습니다. 1918~1920년 스페인 독감에 의한 불황은 1870년 이후 있었던 불황 중 4번째로 강력했다고 합니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더라도, 이런 범세계적 질병(Pandemic)은 경제와 인류사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5년 사이에 유럽 인구의 1/3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스페인은 어떻게 200명도 채 안 되는 병사로 80000명의 전사를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병사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전투가 아니라 이 병 때문이었다는데, 무엇이었을까요?



5년 사이에 유럽 인구의 33%가 사망하다, 페스트(pest)

페스트는 Yersinia pestis에 의해 일어나는데요, 피하출혈로 피부가 검게 되기 때문에 흑사병(black death)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선페스트의 경우에는 3-5일 내에 환자의 50~70%가 사망하고, 폐페스트는 24시간 내에 모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페스트는 인류 역사상 3차례 크게 발생한 것으로 구분하는데 1347년~14세기 말 유럽에서 창궐했던 2기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예언으로 유명한 바로 그 사람)가 활동한 시기도 바로 이 때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원래 직업이 의사로,  페스트가 쥐나 벼룩에 의해 옮는다는 것을 알고 쥐를 잡을 것과 사망자는 모두 불에 태울 것을 주장했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기근에 시달려 면역력이 약해져 있었고, 쥐와 벼룩이 돌아다니는 비위생적인 환경인 데다가, 희생자들을 그대로 거리에 방치해 두어서 페스트가 널리 창궐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그 결과 단 5년 사이에 약 1800만 명(연구에 따라 2500만 명으로 추산하기도 합니다)의 유럽인구가 사라졌습니다. 당시 유럽 인구를 약 7300만 명으로 추산하니, 약 25%~33%가 순식간에 사망한 것입니다. 16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유럽 인구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정도로, 인명 피해의 상처는 오래갔습니다.

당시 경제의 중심이 바로 농업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인구 감소는 경제에 치명적이었습니다. 봉건제도 아래,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주 밑에서 소작농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영주들은 소작농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였고, 소작농들은 영주의 땅에서 농사를 지어, 추수 중 일부를 영주에게 세금으로서 바쳤습니다. 더욱이 소작농들은 종종 부역에도 많이 끌려갔지요. 그런데 농사를 짓고, 세금을 바치고, 부역에도 종사해야 하는 농민들이 그토록 많이 죽었으니, 당연히 경제체제가 흔들릴 수 밖에요. 노동력이 귀해지자, 영주들은 소작농들의 세금을 감면하여 임금을 높여주기 시작했습니다. 2~3배로도 모자라, 임금을 기존보다 10배로 올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수요-공급의 논리가 적용된 것이지요. 소작농을 구할 수 없었던 영주들은 파산을 면치 못했습니다. 사회계층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욱이 죽음에 대한 공포는 종교로서도 어찌 대처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성직자의 수도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결국 수도회에서도 성직자를 뽑는 기준을 완화하게 되었습니다. 성직자들의 질은 자연스레 그 전보다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미신과 이단에 의존하게 되었지요.
이러한 경제, 사회적 변화는 이후 중세 봉건제도를 뒤흔드는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168명이 80000명을 이기다, 천연두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천연두(Small pox)를 호환마마라고 부르지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영조 임금도 천연두에 걸렸던 것이 기록되어 있고, 추사 김정희의 초상화에서도 곰보 자국을 찾을 수 있지요. 조선시대 역병이라고 하는 것 중 대다수가 이질과 천연두라고 합니다.
그런데 168명이 80000 명을 이겼다는 것은 무슨 얘기냐구요? 이는 바로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정복할 때의 기록입니다. 1532년 스페인의 피사로는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습니다. 피사로는 가로 6.7m, 세로 5.2m, 높이 2.4m가 넘는 방을 가득 채울 만큼의 황금을 몸값으로 받고도, 약속과 달리 아타우알파를 처형했습니다.
(이처럼 화려했겠지요? 사진은 인도의 암리차르 황금사원입니다)


스페인 군대는 갑옷과 총으로 무장하고, 남아메리카 인디오 전사들은 손도끼, 돌, 헝겊갑옷 등으로 무장했다고 하더라도, 80000명이 168명에게 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여기에는 천연두가 숨어있습니다.
1526년 스페인 군대를 따라 천연두도 남아메리카에 상륙했습니다. 천연두는 이미 유럽에서 여러 차례 유행했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은 천연두에 면역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처음 맞닥뜨리게 된 질병이었고, 따라서 속수무책으로 천연두에 희생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놔 두고 원주민들만 골라 죽이는 이 이상한 질병 때문에, 잉카 전사들은 사기가 날로 꺾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스페인 군대는 주님의 가호가 함께 한다면서 사기가 날로 드높아갔습니다. 더욱이 이 천연두 때문에 잉카제국에서는 제위 다툼으로 내분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황제 우아이나 카팍과 후계자 니난 쿠유치가 천연두로 인해 사망하자, 아타우알파와 그의 이복 형제가 제위 다툼을 벌인 것입니다. 그리고 아타우알파가 승리를 거둔 직후 피사로의 군대와 마주친 것입니다. 외적이 침입해오면 단합하여 싸워야 하는데, 잉카 제국은 이미 내분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비록 전사 수는 80000 명이지만 천연두가 유행하여 실질적으로 전투력을 갖춘 전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사기도 매우 낮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페인 군대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자, 숨어있었던 요인인 것입니다.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정복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구요? 1500~1800년 동안 남아메리카의 은 생산량은 자그마치 13~15만 톤(ton)이었던 것으로 학자들은 추산합니다. 이는 세계 은 생산량의 85%였습니다. 더욱이 남아메리카에서의 금 생산량 역시 세계 생산량의 71%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스페인으로서는 엄청난 보물창고를 차지하게 된 셈이었습니다. 스페인에 들어온 귀금속은 곧 유럽의 다른 나라들로 유출되었습니다. 유럽은 귀금속의 양이 예전에 비해 급증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금, 은이 많아지면 어떤 현상이 이어질까요? 금과 은은 당시 전 세계적인 공용 화폐였습니다. 경제를 공부하신 분들은 화폐수량설(PQ=MV)을 생각하시면 되겠고, 아니신 분들은 간단히 화폐량(금과 은의 양)이 많아지면 물가 상승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금과 은의 양이 늘어나자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 식량 가격이나 임금은 천천히 오른 것에 비해, 공산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상공업 분야 발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유럽 자본주의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 원인 1위, 스페인 독감(Spain flu, H1N1)

스페인 독감은 사실 스페인에서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918년 미국에서 첫 환자가 나타났고,  한 달 만에 미국에서만 약 50만 명의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오년 기록을 찾아보면, 74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는 40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전투로 인한 사망자 수의 2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당시 독일군 참모총장은 패전의 원인으로 스페인 독감을 꼽았을 정도였습니다.
전세계적으로 40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였으니, 감염자 수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결과 일상생활이 중단되는 곳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버리는가 하면, 무덤을 팔 사람이 없어 증기기관으로 땅을 파내고 관도 없이 집단으로 매장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스페인 독감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 희생자 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대 교통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에도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신종플루 뿐만 아니라 과거 유행했던 사스(SARS) 역시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향후 새로운 질병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이처럼 발달된 교통수단에 의해 급속도로 전세계에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사람들이 불안해할수록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따른 피해는 더 말할 나위 없겠지요.

이 외에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은 참 많습니다. 구제역이나 O-157에 의한 집단 식중독 같은 경우 한 번 발생하면 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모 요구르트 cf로 유명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ter pylori), 그리고 HPV(Human papillomavirus)에 의한 암 발생 역시 국민 건강과 관련된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매년 서아프리카에서 라사열(Lassa fever)이 30~50만명의 환자와 5000명의 희생자를 낳습니다. HIV에 의한 AIDS 역시 아프리카에서 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지요. 이들 역시 아프리카 발전에 있어서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다음 ‘신종플루를 통해 본 경제’에서는 꽃 한 송이가 1억 2천만 원까지 값이 오른 이야기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더 이상 신종플루로 인한 희생자가 없기를 다시 한번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신종플루로 보는 첫번째 이야기
기사 바로가기-‘신종플루가 우리 지갑에 미친 영향 6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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