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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희망이 된 경제 이야기

80-20 파레토법칙, 이런데까지 적용될 줄이야


‘파레토 법칙’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위키피디아에서는 파레토 법칙을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를 좀더 피부에 와 닿을 만한 표현으로 옮기자면 ‘상위 20%가 80%를 독점한다.’ 가 될 수 있겠네요. 이러한 말은 아마 주위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파레토 법칙은 경제학자 파레토가 자신의 콩밭에서 전체 수확량의 80%를 20%의 콩깍지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부터 유래됩니다. 파레토 법칙은 그 후로 경영의 영역인 조직문화, 마케팅, 소비 등으로 확대되어 갔습니다. 심지어 곤충생태의 영역으로도 확대되어 개미 중에서 정작 20%만이 일을 한다 와 같은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파레토 법칙’하면 개인 소득에 관한 내용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소득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재산의 80%를 갖는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정도로 유명하고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스케일을 늘려서 국가적인 규모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과연 개인들 대신 여러 국가들의 소득에서도 파레토 법칙이 성립할까요?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려는 내용은 바로 ‘국가들의 부가 파레토 법칙과 관련이 있을까?’라는 질문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본 기사의 내용은 이재우님, 이덕선님, 차문용님 김두환님, 홍병희님이 공동으로 집필하신 “국제교역 네트워크와 국부 동력학”이라는 논문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문맥 중에 이 논문을 언급할 시, ‘본 논문’이라 칭하겠습니다.

국제무역은 각 나라에서 부족한 자원을 보충한다는 근본적인 의미에서부터 각 나라의 부가 교환되는 주요 수단이라는 현상적인 의미까지 여러모로 개별 국가들의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무역이 국가들간에 어느 규모만큼 오고 가는지를 정리한다면, 세계 국가 소득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위의 두 그림은 각각 1958년과 1998년의 국제무역 네트워크를 도식화한 것입니다. 두 그림 모두 190여 개의 나라들을 포함합니다. 대략적으로 보아도 많은 것이 변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동그라미들은 국가들의 GDP 규모를 반영합니다. 동그라미가 클수록 높은 GDP를 갖는 국가들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림 크기가 작아진 관계로 잘 안 보이지만, 국가 간의 무역수지를 반영하는 화살표가 보입니다. 무역수지의 크기는 화살표의 굵기로서 표현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에서는 특정 나라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무역 규모가 가장 큰 상대국 하나만을 추려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각 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역들이 나타나있는 셈입니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1958년의 최대 허브가 단연 미국이었습니다. 그 당시 소규모 허브 역할을 하던 일본, 영국, 독일의 국부까지 미국으로 유입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1998년, 중국의 GDP는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미국에 있던 허브 기능은 상당부분 일본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미국, 독일, 한국 등과의 무역에서 많은 양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1998년의 한국은 중국에서 얻은 부를 대부분 일본에 전달해주는 중간자 적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1958년의 미국은 단 한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로부터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어 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었다는 점인데요, 베트남 전쟁이 바로 그 원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전체적인 세계의 국부 흐름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한 나라의 부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GDP 수치에 주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GDP 값에 따른 그 것의 분포함수를 그린 것입니다. GDP 값이 가로축이며, 세로축은 특정 GDP 값을 갖는 나라들의 전체비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그래프에서 GDP가 100$인 나라들은 대략 0.0001 즉 전체에서 0.01% 의 비율만큼 존재합니다.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GDP가 10000$ 되는 지점부터 일직선에 가까운 분포를 띠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것을 좀더 학구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GDP의 분포가 거듭제곱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 거듭제곱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함축합니다. 우선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는 것은 파레토 법칙이 들어맞고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왜냐하면 파레토 법칙은 크게 보면 거듭제곱 법칙의 일부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즉, 전체 국가 소득도 부자 국가들에게 대부분이 집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본 논문에서는 GDP 상위 20% 국가와 하위 20% 국가의 국부 변화를 년도에 따라 조사했더니, 상위 20% 국가 부의 합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하위 20% 국가의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들의 소득이 파레토 법칙을 따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본 논문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행위자 기반 부 동력학 모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모형은 국가들 간의 무역을 사람들 사이에 돈을 주고 받는 행위로 대체시켰습니다. 실제로 모형을 시뮬레이션 했을 때는 다음의 방법을 택했습니다. 먼저 정해진 숫자의 행위자들이 동일한 양의 재산을 나눠 갖습니다. 그 다음엔 특정 시간 간격을 주기로 임의로 고른 두 행위자들끼리 임의의 재산을 교환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선택된 두 행위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쪽과 부자인 쪽이 있을 텐데, 어느 쪽이 돈을 줄게 될 지는 확률 값 변수를 통해 제어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거듭제곱법칙이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이 시스템을 수정해보았습니다. 임의의 재산을 주고 받는 것은 유지하되 부자인 행위자가 돈을 받을 경우엔 좀더 높은 재산의 범위에서, 가난한 행위자가 돈을 받을 경우엔 좀더 낮은 재산의 범위에서 랜덤변수가 움직이도록 하였습니다. 즉, 이전에는 어느 편이든 상관없이 임의의 돈을 받았지만, 이제는 부자인 쪽이 확실히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것이죠. 이렇게 비대칭적인 재산교환이 일어나도록 시스템을 수정한 결과, 거듭제곱법칙의 성향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주어진 재산이 크면 클수록 이러한 성향은 더 잘 관찰되었습니다. 수정된 시스템을 활용한 결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았습니다.
 

 이를 통해 불균등한 재산의 교환이 거듭제곱법칙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보았던 국제무역 네트워크에서 보면, 부자 국가에게 무역수지 흑자가 집중되었기 때문에 GDP의 파레토 법칙이 나타났던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거듭제곱법칙은 흥미로운 복잡계 현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언급했던 행위자 모형을 통해 거듭제곱법칙의 원인을 찾아가는 것은 바로 복잡계에서 하는 일들 중 하나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대상들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을 탐구하는 것이 바로 복잡계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복잡계의 따끈따끈한 최신 논문 하나를 막 살펴보았습니다. 복잡계, 이름처럼 그렇게 복잡하거나 딴 세계에 있는 학문은 절대 아닙니다!

주- 논문의 저자중 한명인 아시아미래인재 연구소의 복잡계 팀장인 김두환 박사는 "불확실성이 점점 많아지는 현대사회를 혼돈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진리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알기가 어려운 시대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나, 혼돈 현상을 보이는 복잡계인 자연에서도 혼돈을 규명할 수 있는 규칙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포스트 모더니즘적 다양성에 함몰된 현대 사회에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견으로는 영원불변의 진리는 인간 사랑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 것이기에 우리의 삶은 생존과 경쟁의 삶이 아니라, 나눔과 더불어 가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술회하며, 과학의 연구 영역을 철학과 윤리의 세계관 영역으로 확장하는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