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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멀쩡한 배추, 땅에 묻는 이유 알아보니


드디어 김장철. G마켓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장을 직접 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1%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연례 행사로 김장을 해왔지만 요 몇 년 새에는 김장의 번거로움 때문에 김치를 사먹는다는 집들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김치 파동’, ‘멜라닌 파동’ 등 사먹는 먹거리에 대한 불신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시 김장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직접 담그기는 부담스럽고 사먹자니 꺼려지는 김장 김치, 이 틈새시장을 노린 똑똑한 대박 상품이 바로 절임 배추다.


금(金)치 대란’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김장철 김장재료 수요와 공급의 비탄력성을 매우 잘 나타내는 말이다. 배추 가격이 폭등하면 ‘금치’라는 말이 나오지만, 반면에 농사가 너무 잘 되서 풍년이 져도 뉴스에는 배추를 모두 땅에 파묻는 농가의 영상이 전해진다.

먼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란 가격의 변화에 수요가 얼마나 민감하게 변화하는가를 의미한다. 쌀이나 김장철 배추 수요 같은 경우, 재화의 가격이 싸진다고 해서 밥을 더 많이 먹거나 김장을 2배로 하지는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가격이 비싸진다고 해서 밥을 1공기 먹던 사람이 반 공기 먹고 김장김치를 20포기 할 것을 10포기 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재화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 즉 비탄력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래프에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공급의 가격탄력성 측면에서 볼 때도 농산품에 속하는 김장철 배추는 그 특성상 비탄력적이다. 올해 배추 값이 예년보다 높을 것이라 예상된다 해도, 생산자들은 한해 농사를 몇 달 전에 이미 짓기 때문에 공급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이에 반해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컴퓨터와 같은 공산품들은 시장 가격에 따라 공급량을 유두리 있게 조절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비탄력적인 김장철 배추의 가격탄력성은 가격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과 같이 공급(S)가 S1으로 감소할 때,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인 왼쪽의 그래프가 오른쪽의 그래프보다 가격(P)이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렇게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인 농산물은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프와는 반대로 공급(S)가 늘어나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 농민들은 공급을 줄여 조금이라도 제 가격을 받으려고 한다. 이를 이해한다면 배추 값 폭락 시 농민들이 왜 1년 내내 애지중지 힘겹게 농사지은 자식 같은 배추를 울면서 땅에 파묻는지 백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그 수요는 줄어든다. 그러나 절임 배추의 경우는 가격이 일반 배추의 2배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요 또한 2배를 기록하고 있다. 절임 배추의 시세는 한 포기 3,000원 정도로 일반배추가 약 1,500원인데 비해 다소 높지만, 매출은 일반 배추가 3000망(1망 3포기)인데 비해 절임 배추는 4000박스(10kg, 5포기)가 팔린다고 하니 3000망*3포기=9000포기, 4000박스*5포기=20000포기 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은 일반배추의 2배를 넘는 셈이다. 이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일반 배추를 구입해 하루 종일 절이느라 드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산지에서 일괄적으로 절여서 포장 되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절임 배추는 ‘절임’이라는 소비자에게는 매우 귀찮았던 과정을 얹음으로써 2배의 가치를 내는 배추계의 진정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급자인 농업인들 입장에서 볼 때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터넷주문과 택배 등을 통해서 산지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배달함으로써 중간상을 거치지 않아서 더 큰 마진을 남길 수 있는 효자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급만이 고부가가치를 누리고 가격의 결정권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향기로운 꽃에는 벌이 꼬이는 법(?), 최근에는 김장시장이 커지고, 이런 효자 상품을 팔려는 공급자간 경쟁에 붙음에 따라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다소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다시 말해, 절임 배추 상품군 내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짐에 따라 공급자간의 가격 경쟁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양시에 살고 있는 한 초보 주부 최씨(29세)의 말에 따르면, 온라인 몰에서 절임 배추의 판매경쟁이 불붙으면서 품질 대비 저렴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손품을 잘 팔면 일반배추보다 더 저렴한 절임 배추를 찾을 수도 있다고 한다.


올해 김장시장의 슈퍼스타라고도 불리는 절임 배추의 등장으로 김장 문화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조금 더 내고 절임 배추를 구입함으로써 번거로운 과정을 없애고 배추를 집에서 배달 받아 속배기 양념부터 함으로써 덜 힘들면서도 믿을 수 있는 김장 김치를 해 먹을 수 있고, 생산자이자 공급자인 농민 입장에서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직거래로 판매함으로써 판매 마진을 높이고 낮은 가격 탄력성으로 인한 가격의 불안정성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보호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