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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지구특공대] 국제기구에 취업하는 길


World Bank(이하 WB), IMF, OECD와 같은 신문과 뉴스에서만 접하던 국제금융기구의 고위 인사들이 한국의 유능한 젊은이들을 찾아 한국을 방문하였다. 경기회복 추세에도 고용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국내 현실 속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지에 발맞춰 지난 30일 제 1회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가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서 개최되었다. 1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성황을 이루며 국제금융기구의 진출에 희망을 품었던 이 날의 풍경, 그 감동과 도약의 현장을 담아보았다.



‘신의 아버지’ 직장은 넘사벽 아닌가요?
고학력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노동시장의 새로운 문제로 지적되는 최근, 유명 대기업 혹은 금융권에는 수많은 구직자가 몰리면서 정작 국제금융기구에는 한국인 지원자 수가 월등히 적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직자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인 일명 ‘신의 직장’이 국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임을 인지한다면 WB, IMF, ADB 등의 국제금융기구는 아마 ‘신의 아버지’직장 쯤 되는 곳으로 지칭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높은 학위와 각종 금융 자격증, 그리고 토익 만점에 다다르는 영어실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대에게 결코 ‘신의 아버지 직장’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삼성가니? 난 WB간다!

국제금융기구 진출하면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 언어장벽일 것이다. 특히, 아기 때부터 엄마아빠를 줄기차게 부르짖던 ‘순수토종’에게 국제무대 위에 당당히 서는 일이란 고독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러한 연유로 IMF, 세계은행 같은 6개 국제금융기구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비율은 전체 정원의 0.7%로 우리나라의 세계경제 비중에 해당하는 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 어학연수쯤은 필수가 되어가는 최근, 언어장벽은 국제금융기구에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인재들에게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다. 김훈애 WB 동아시아 지역매니저는 “제가 WB에 들어간 1984년에는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국제금융기구에 한국인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들은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WB 지원자를 살펴보면 한국인이 거의 없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리더십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젊은이들이 ‘열정’과 ‘국제적 마인드’를 갖고 도전하길 바랍니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하였다. 영어로 수업을 받고 원서로 공부를 하며 영어로 면접을 보며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국제금융기구 진출에 있어 언어장벽은 면죄부로써의 효력을 다하였다.


생물학자가 World Bank를 가다?

국제금융기구에 종사하는 인력은 모두 경제학자일 것이라는 그대의 생각. 정답은 ‘아니오’이다. 많은 구직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국제금융기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석사 이상의 경제학 학위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채용 설명회 당일 쏟아진 질문을 살펴보면 ‘나는 경제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당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가 주된 분위기였다. 친절하게도 답은 ‘Yes'였다. 히데키 모리 WB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 날 열띤 구직자들의 질의에 자신의 경험으로써 답하였다. “저의 학부 시절 전공은 생물학이었습니다. 생물을 좋아하였고 생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죠. 또한 저의 친한 동료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친구입니다. 이처럼, WB는 어떤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가가 중요한 채용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분야의 인재를 원하고 필요로 합니다.” 히데키 모리씨는 실제로 WB는 60%의 경제학 박사, 20%의 비경제학 박사, 20%의 경제비경제 석사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며 다양한 학문의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그들을 독려하였다. 유형종 ADB 인사담당 부국장은 “국제금융기구에서 경제학자들을 선호할 것으로 대부분 오해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학자를 비롯해 법학자, 사회학자, 공학자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두 속해 있는 곳이 이 곳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유 부국장은 “국제금융기구는 일반적인 사적금융 부문이 아닌 원조와 개발, 안정 등 공공금융 부문에 초점을 맞추는 곳이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전문성보다 공적 영역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고 말하였다.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유능한 영양학자, 녹아내려가는 남극의 빙하를 지켜낼 포부 가득한 기후학자, 문자가 없는 네팔의 소수민족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할 교육학자. 이 모든 글로벌 인재들에게 국제금융기구의 문은 365일 ’OPEN'이다.


자네, 여기 왜 지원했나?


당일, 채용설명회 현장은 늦가을의 쌀쌀함이 무색할 정도로 수백의 학생 및 직장인이 마이크를 쉴새 없이 돌려가며 담당자들에게 질문 공세를 하였다. 각 기관의 인사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이 인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감동을 받았다며 웃옷을 벋어 던지며 ‘더우신 분들은 중간에 열 좀 식히고 다시 오세요’ 따위의 농담을 섞어가며 성실히 답을 하였다. 수업을 빼먹고 찾아온 대학생과 대학원생부터 휴가를 내고 참석한 경제•금융 관련 현직 종사자까지 초롱초롱한 눈 빛들로 가득 자리를 메운 구직자들을 바라보는 히데키모리(WB)씨는 인사 담당자 이전에 한 발 앞서 나아가는 선배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는 WB에 지원하기 전에 UN기구에 수차례 지원하였습니다. 매번 면접 때마다 인사관들은 나에게 당신은 왜 UN에 지원하였느냐 질문을 하였고 매번 나는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항상 낙방하였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구하였고 그때 저는 WB의 이름을 달았습니다.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왜 하느냐 입니다. 이를 명심 하십시오” 또한, 국제금융기구의 근무여건에 대한 어느 학부생의 질문에 김훈애 WB 동아시아 지역매니저는 “일과 여가의 균형이 매우 안 좋습니다(웃음)”라며 “파급력이 굉장한 공적 영역의 일인 만큼 한 달 가량의 휴가가 보장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늘 몰두해있다”라며 허심탄회하게 내부 사정을 늘어놓았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2부 기구별 전문 워크샵이 진행되던 강의실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나이가 많은데 나 같은 사람도 받아 주는가’ 라는 금융직 고위 종사자의 솔직한 질문부터 ‘꼭 미국 대학원을 가야하는가’라는 소탈한 질문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만큼이나 어울리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국제금융기구 담당자들은 모든 질문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답을 하였고 심지어 ‘WB 사이트에는 채용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채용자의 경력을 올려 달라’는 한 남학생의 요구에 메모를 해가며 ‘좋은 정보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직접 마주한 국제금융기구 담당자들의 모습에서 엘리트 의식에 매몰된 ‘권위적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걷어 올린 소매 사이로 빛을 바라는 투박한 전자시계의 모습에서 그들은 어릴 적 바라온 ‘지구 수비대’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ADB(아시아개발은행)의 경우 최근 200%의 증자와 함께 조직을 확대하고 있어 지금이 입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황금기’라 한다. 경제 선진국 대열에 입성한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발맞춰 다양한 국제금융기구에서 한국의 젊은 열정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훌륭한 인재들의 국제기구 진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발표하였다. 준비 된 자들에게 기회는 온다. 글로벌 리더로서 비상을 꿈꾸는 당신, 제 1회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가 그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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