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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작가 문순태가 말하는 ‘영산강 사랑’

소설 ‘타오르는 강’을 쓴 문순태 작가는 영산강을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한 분이시죠.. 이번에 전해드릴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10월 29일부터 이틀 동안 마련한 ‘물길 여행’에서 만나서 문 작가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문작가는 뱃길이 끊기고 오염되고 물줄기가 말라버리면서 영산강에 머물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게 된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사람이 떠난 강은 생기를 잃게 되고.. 강이 없는 사람 또한 살 수 없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산강을 사랑하는 한 작가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시죠..

아래의 글은 korea.kr의정책기자마당에서 퍼온 글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사람이 강으로 모여야만, 사람도 강도 되살아 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강 곁에 있을 때, 비로소 물속 생명과 물밖 사람 간의 교섭이 일어납니다. 이 교섭으로 강은 물 속과 물 밖의 것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영원한 생명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10월 30일 전남 담양군 남면 만월리에 있는 문순태 작가의 창작공간 ‘문학의 집 생오지’에서 문순태 작가를 만났다. 소설 ‘타오르는 강’을 쓴 문 작가는 영산강을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워낙 많은 작품에서 영산강을 무대로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타오르는 강’도 영산강이 배경이다.
 

 

 

이번 만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10월 29일부터 이틀 동안 마련한 ‘물길 여행’의 하나였다. 문 작가의 작품 무대를 직접 밟아보고, 영산강을 따라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물길여행에는 정책기자단과 관광공사의 대학생 여행가 ‘트래블리더’ 한국문화정보센터 문화PD 등 11명이 참여했다.

고통과 희망이 함께 흘렀던 영산강
문 작가는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누군가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을 차지했다”고 말하자, 문 작가는 손사래를 쳤다. “어찌 감히 강을 차지할 수 있겠습니까. 영산강을 사랑할 뿐입니다.”

문 작가가 영산강을 사랑하는 것은, 영산강이 한과 고통이 흐르면서 희망이 함께 흐르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량이 줄었고 물길이 끊겨 있지만, 사람들의 정겨운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만, 예전엔 달랐다. 어둠과 고난의 역사가 있었는가 하면, 고통과 상처를 통해 도전과 의지를 배울 수 있었고, 미래의 빛나는 꿈을 안겨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영산강
영산강을 무대로 한 문 작가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 영산강은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이었다. 넓은 들판과 풍부한 수량을 가진 영산강에는 목포 하구언부터 70㎞까지 배가 드나들었고, 쌀 800석을 싣는 배 56척이 들어올 정도로 크고 깊은 강이었다.

문순태 작가의 젊은 시절 사진. 뒤로 보이는 푸른 영산강이 눈에 띈다.


조운선이 진을 치고, 남도의 숱한 어선들이 모여 도회를 이뤘던 곳이 영산포다. 그래서 영산강 물길 옆에는 바다의 상징이었던 등대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서있기도 했다.

물론 어려움도 안겨줬다. 해마다 여름이면 홍수로 강이 넘쳐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1930년대 농민들은 둑을 쌓아 피해를 줄여보려 했으나, 비가 오면 둑이 터지고 제방이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좌절하기보다는 인내와 도전을 계속하며, 희망이라는 강인한 힘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강은 강의 긴 세월만큼이나 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문화를 안고 있다.

사람이 떠나, 생명력을 잃게 된 영산강
하지만 사람이 떠나가면서부터 영산강은 본래의 모습을 잃기 시작했다. 문순태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1912년 서울과 목포를 잇는 국토 1호선이, 1914년 철도 호남선이 개통하며 다리가 놓이면서, 영산강은 제 기능을 잃었다.

뱃길이 끊기면서 포구 44개와 나루가 사라졌다. 영산강에 둥지를 틀었던 사람들이 떠나면서 강과 사람의 교섭이 줄기 시작했다. 이내 강마저 생기를 잃었다.

그래서 문 작가는 강과 사람의 관계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강을 떠나면 강은 죽고 맙니다. 강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며,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것인데, 공생의 균형이 깨질 때, 강과 사람 모두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강이 생명과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4대강사업은 역사와 문화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
그는 사람이 강으로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람도 강도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작가는 사람들과 꽃과 문화가 다시 모여, 영산강이 살아날 그 날을 꿈꾸고 있다.
 

전남 담양 ‘문학의 집 생오지’ 전경

  
“영산강과 사람의 교섭을 되살리기 위해 강변에 5일장을 열고, 나루의 기능을 회복하며, 뱃길을 복원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루터 문화의 복원과 경제적 기능을 회복해 사람들을 강으로 불러들여야 합니다. 영산강변에 아름다운 숲과 꽃길, 음악당과 미술관, 문학관이 들어서고, 강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을 상상하곤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강변을 거닐고, 음악과 시낭송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생명의 소리를 듣는 날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 작가는 4대강 사업을 “역사와 문화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산강을 지금처럼 방치해둔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영산강을 살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데, 영산강 개발은 물속과 물밖을 동시에 살리는 일이 돼야 합니다. 영산강을 살리는 일이 정치나 경제 논리로 풀어선 안되며, 역사와 문화로 풀어야 합니다. 문화의 힘이 정치와 경제를 아우를 수 있고 시공을 초월해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핏줄과 같은 존재, 영산강
마지막으로 문 작가에게 영산강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문 작가는 “핏줄”이라고 말했다. 영산강은 전라도의 핏줄과도 같아서, 이 핏줄이 깨끗하고 건강해야 사람이 건강할 수 있듯, 사람의 몸속에 푸른 강이 흘러야, 사람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산강 사랑을 들려준 문순태 작가의 모습.

그때 웅보는 영산강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 어쩌면 그 소리는 웅보 자신의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할아버지, 죄송하구만요. 우리가 영산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셔요 잉.”

<타오르는 강>의 주인공 '웅보'가 그리워하던 영산강이 우는 소리. 그 소리는 강이 가진 생명의 소리가 아닐까. 영산강 곁에 사람, 곤충과 꽃, 새와 바람이 모여 강과 교섭하는 그 소리, 강이 숨 쉬는 소리를 되살릴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