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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세금이야기/알면 득이 되는 세금 이야기

우리나라 세금 규모를 5분안에 계산하는 방법



지난해 8월 세제개편 발표 이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동안 세법개정에 따라 세수가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놓고 정부에서 추정한 33조원 규모가 맞는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추정한 90조원 규모가 맞는지, 논란이 많았다. 누구의 계산법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맞다. 어떤 목적에서 감세규모를 추정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을 선택하고 이에 따라 추정금액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차노프 교수는 얼굴모양으로 국가 세입세출의 균형 여부를 가늠하는 예산 얼굴(budget face)이라는 이색적 방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예산의 주요 항목을 눈, 코, 입, 턱, 이마, 눈썹, 미간 등의 모양으로 나타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는데, 세입세출이 적정하면 편안하고 균형 잡힌 얼굴이 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험상궂고 비뚤어져 보기 싫은 모양으로 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 예산 얼굴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예산 얼굴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세수 계산에는 어떠한 방식이 있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리고 OECD국가와 우리나라의 직․간접세 비중의 비교와 분석을 통해 세계적인 트렌드를 알아보자.

 


◆ 정부 방식? VS 국회 예산정책처 방식?

세법개정에 따라 세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정하는 방식에는 순액법(직전년도 대비 추정방식)과 누적법(기준연도 대비 추정방식)이 있다.

* 순액법이란?
세법개정에 따른 연간 세부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하여 세법개정 직전년도 세입규모와 세법개정 이후년도 세입규모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내년도 세입규모는 올해 세입실적에 순액법에 따른 감세규모를 차감하면 되므로 예산을 편성하는데 유용한 방식이다. 만약 5년 동안 해마다 1조원씩 감세를 한다면 5년간 순액법에 따라 5조원의 감세가 이루어질 것이며(1+1+1+1+1), 국민들의 세부담이 ‘5년 후에는’ 올해에 비해 5조원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순액법으로 추계한 세수효과를 함께 발표하고 있으며 일본도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 누적법이란?
세제개편안 발표시점을 기준으로 일정기간 세수입 변화를 누계하는 방식이다. 앞서 예에서 보듯이 향후 5년간 해마다 1조원씩 감세를 할 경우 내년은 ‘올해’보다 1조원만큼 세부담이 줄어들고, 2년 후에는 ‘올해’보다 2조원만큼, 5년 후에는 ‘올해’보다 5조원만큼 세부담이 줄어들게 되므로 ‘5년 동안’ 총 15조원(1+2+3+4+5)만큼 세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지출 규모가 변화하지 않고 감세에 따른 조세수입 감소를 전부 국채로 발행하여 충당하게 된다면 5년 동안 총 15조원만큼의 국채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세법개정이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누적법에 따른 세수추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예산처(CBO)와 영국 등이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추계방식에 따른 2008년 세제개편의 2008~2012년간 세수효과>

순액법

누적법

2008.12.13일 기준

35.2조원

96.0조원

2009.06월 말 기준

33.9조원

88.7조원





◆ 정부는 왜 순액법을 사용할까?

일각에서는 순액법에 따른 감세규모가 국가재정에 미치는 효과를 과소추정하는 단점이 있다고 하지만, 순액법은 세제개편이 내년도 세입예산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추계방식이다. 오히려 누적법에 따른 감세규모가 세부담 변화를 과대평가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08년 국세수입은 167.3조원 규모인데, ’08년 세제개편에 따라 ‘12년까지 (누적법으로) 90조원이 감소한다고 발표한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2012년에 가면 세금으로 80조원만 납부하면 되겠구나’하고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누적법은 누계기간에 따라 감세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정부통계로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앞서의 예에서, 5년 이후 아무런 추가적인 감세조치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 10년 후의 세수효과를 살펴보면, 순액법의 경우 10년 후에도 여전히 올해에 비해 5조원만큼 세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누적법의 경우 향후 10년동안 40조원만큼(15+5×5) 감세가 이루어진다고 평가할 것이다.

세법 개정에 따른 재정여건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감세효과뿐만 아니라 감세가 추구하는 성장제고효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세수증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누적법의 경우 자칫 감세규모만을 단순 누계하여 재정여건의 변화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다. 참고로 IMF 분석에 따르면, 소득세 인하에 따른 실질 GDP 증대효과(재정승수)는 시행 후 5년간 0.27 정도이며 10년 뒤에는 0.37 정도로 높아지고, 법인세 인하의 경우 실질 GDP 증대효과는 1년차에 0.12, 5년차에 0.25, 10년차에 0.80 정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 감세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증대하면 다시 세수가 증대한다는 것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감세규모만을 합산하여 그만큼 재정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순액법만을 고집해야 하는가?

세법 개정이 국가재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국가재정법은 매년, 향후 5년간의 국가재정에 대한 평가와 재정운용 계획을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정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국내외 경제여건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뿐만 아니라 세법개정으로 인한 성장제고 효과, 성장제고에 따른 추가적인 세수증대효과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정부, 특히 세제실에서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가재정 여건에 대한 분석을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아야할 내용인 것이다. 다만 추계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상이한 감세규모가 언론 등에 언급되면서 국민들에게 다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누적법의 경우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는 가정아래 일정기간 세수입 변화 총액을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이 있으므로, 향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에는 세법개정효과를 순액법과 누적법으로 평가하여 병
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감세 후 간접세* 비중이 증가되어 서민부담 늘어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간접세 비중 추이는 2007년 41.7%에서 2008년 42.7%, 2009년 43.3%, 2010년에는 43.7%로 4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최근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 등에 힘입어 다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간접세 비중은 미국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나 부가세제를 채택하고 있는 EU국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 간접세 비중(2006년, %) : 한국 43.5%, 미국 22.1%, 일본 29.5%, 독일46.3%, 프랑스43.5%

*(참고) 직접세와 간접세
- 직접세(소득과세 및 재산과세)란, 납세의무자와 조세부담자가 동일하여 세율인상 등의 효과가 전가되지 않는 것으로서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등이 있다.

- 간접세(소비과세)란, 납세의무자와 조세부담자가 달라 세율이 인상될 경우 그 효과가 조세부담자에게 전가되고 납세의무자에게는 미치지 않게 되는 것으로서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교통세 등이 있다.



◆ OECD 국가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직․간접세 비중

조세의 역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직․간접세 비중을 국가별로 비교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역진성 지표로서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OECD에서도 직․간접세 통계는 사용하지 않고 세원별 비중을 발표하고 있다.


< OECD 주요국의 세원별 비중(’06년 기준, %) >

구 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OECD

소득과세

63.4

56.1

49.0

42.5

49.7

38.5

48.5

․개인소득세

․법인소득세

47.8

15.5

29.2

26.9

35.7

13.3

30.7

11.8

40.0

9.6

19.8

18.7

34.0

14.5

재산과세

14.5

14.4

15.2

14.0

4.0

18.0

7.4

소비과세

22.1

29.5

35.8

43.5

46.3

43.5

44.1

․일반소비세

․개별소비세

10.3

11.8

14.5

15.0

22.4

13.4

29.6

13.9

29.1

17.2

21.2

22.3

26.8

17.3

*자료 : OECD Revenue Statistics, 2008년판
※ 우리나라는 소득과세의 비중은 낮은 반면 재산과세의 비중은 높은 수준

세계 각국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소득세와 법인세 등 소득과세를 축소하고, 소비과세는 강화하는 추세이다. 2000년 이후 OECD국가의 평균 소득세 최고세율은 5.1%p 인하되었고(2000년 40.0%→2008년 34.9%) 법인세율도 6.7% 인하되었다.(2000년 30.9%→2008년 24.2%)

OECD에서도 소비세를 높이고 이에 상응하여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는 경우 경제성장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