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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영산강 그 많던 장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영산강 그 많던 장어·재첩은 다 어디로 갔을까
농업용수로도 못 쓰는 강…이젠 되살려야

전남 담양의 용추봉에서 발원해 영암 상호읍의 하굿둑까지 총 136km를 굽이져 흐르는 영산강. 이곳 전라남도 함평의 사포나루는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곳이다.

 

평생을 함께해 온 영산강의 숨은 비경, 이곳 사포에서 나고 자란 이계석씨(전남 함평군 학교면)는 영산강의 어부다. 늘 강가에 나와 그물을 손질하고 조업 나갈 차비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영산강을 바라보는 그의 한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만선의 꿈 잃은 지 오래…그 많던 재첩 구경도 못해

점점 쌓여가는 퇴적물로 강바닥이 배에 닿아 작은 어선조차 지나갈 수 없는 곳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만선의 꿈도 잃어버린 지 오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선원 한명 없이 홀로 하는 조업이다.

이계석씨가 그물을 던져보지만 어획량은 신통치 않다.
   
“영산강에 그 전에는 재첩이나 우렁이 많이 있었어요. 지금은 재첩이나 우렁이를 하나도 구경을 못해요. 다 골아서 죽어버렸어요. 그만큼 물이 나쁘다는 거예요.”(이계석)

 

민물과 바닷물이 만난다는 구진포. 그래서 바다와 강을 오가는 장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요즘은 장어보다 잡고기가 더 많다. 김상철씨(전남 나주시 다시면)는 벌써 40년 넘게 이곳 구진포에서 조업을 해왔지만, 요즘 이곳에서 언제까지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이곳 역시 하굿둑이 막힌 뒤로 퇴적물이 쌓여 강바닥이 솟아있으며, 수질도 정화능력 이상의 오염원 유입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강의 시름이 깊어지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 강 수위가 깊어야 하는데 (배를 타고)가면 토사가 깔려있어서 못가는 데가 있어. 지금은 비가 와서 물이 많은데 비가 안 오고 날이 가물면 배가 다니기가 힘든 데가 더러 있어.”(김상철)

 
영산강 되살아나면 구진포 장어 명성 다시 찾을까
 

이곳에서 장어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상철씨 부부는 매일 조업을 나가도 잡히는 양이 많지 않아 70~80% 이상을 타지에서 공수해온 양식 장어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비싼 자연산을 찾는 손님도 드물지만, 식당 주인조차도 자연산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우니 기가 찰 노릇이다.

 

김상철씨는 옛 영산강을 떠올리며, “숭어랑 장어, 별것 다 나왔지. 그때는 이렇게 양식장어 말고 자연산 잡아서 장사했지. 그만큼 고기가 많았다”며 한숨을 내쉰다.  

 

'영산강이 되살아나면 옛 구진포 장어의 명성도 되찾고,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그런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농번기의 나주평야.
                     

드넓게 펼쳐진 호남평야와 나주평야. 국내 최고의 곡창지대라는 위용은 남도 들녘을 적시는 영산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남 영암군 서호면 역시 대부분의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이곳 농민들은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갈수기 땐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영산강물

 

영산강 하굿둑을 막으면서 농번기 물부족 문제는 거의 사라진 상황. 하지만 문제는 농업용수로 쓰이는 영산강의 수질 상태다.

 

“앞전에는 물이 3급수 정도 돼서 새우도 살고 여러 가지 미생물이 살았는데 이제 오염이 돼서 더 이상 안 살아요. 그래서 좀 심각한 문제지. 새우가 산다는 것은 그만큼 물이 좋다는 건데 새우가 없어졌으니까 수질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죠. 새우가 전혀 나오지 않아요.”(박찬수 전남 나주시 서호면)

 

갈수기 때는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수질이 크게 악화된다. 그래서 지하수를 따로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 한땐 깨끗한 강물만으로 밭을 가꾸고 그곳에서 수확한 싱싱한 농산물이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영산상은 대지를 적시는 생명수로서의 역할마저 상실한 상태이다.

 

생활 오폐수 등으로 오염된 광주천.
  

영산강의 수질은 광주천이 합류하는 중류지점 이후 급격이 나빠진다. 연평균 수질은 3~4급수(BOD기준)이지만, 갈수기 때는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6급까지 악화될 정도다.

 

영산강의 물이 이처럼 악화되는 원인은 계속 쌓이는 퇴적물과 지류인 광주천으로부터 흘러드는 생활하수, 산업폐수 때문이다. 여기에 영산강 하류는 하굿둑으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고 퇴적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5급수 태화강도 살아나…영산강도 희망 있어
 

자정능력이 크게 약화된 영산강이 정말 되살아날 희망은 있을까. 그런 사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울산광역시는 생활하수 차단, 방사보 설치, 준설, 그리고 10년간의 노력과 기다림 끝에 죽은 태화강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울산발전연구원이 조사한 ‘태화강 생태변화’에 따르면, 태화강에는 2000년과 비교해 조류는 20종에서 23종, 어류는 9종에서 20종, 저서생물 2종에서 9종으로 늘었다. 5급수의 죽은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영산강을 되살려야 한다는 나주시민의 염원을 담은 플랜카드.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영산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하수처리장(15개), 마을 하수도(127개), 가축분뇨처리시설 신·증설(3개), TP(총인) 처리시설 보강(39개), 하수관거 확대(22개) 등이 추진된다. 아울러 빗물침투 저류시설과 생태유수지, 농촌 둠벙 및 생태습지 등을 만들어 비점오염원(수질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원)을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영산강에 직접 유입되는 지방하천(41개, 211㎞)에 대해서도 하도준설, 제방축조·보강, 생태하천 조성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비해 본류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정호윤 환경연구사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경우 초기단계에는 준설 등의 이유로 수질이 다소 악화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개선돼 지금보다 ‘좋은 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산강을 떠났던 어민들이 다시 돌아와 물고기가 가득 찬 어망을 끌어올리며 신명난 모습들,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의 경치를 한껏 즐기는 많은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영산강 르네상스’를 희망하는 것이 허상(虛想)만은 아니다.  

자료협조: KTV


* 출처 : 정책공감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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