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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지긋지긋한 물난리 이젠 벗어나나

지긋지긋한 물난리 이젠 벗어나려나
경기 여주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려면

7월9일, 경기도 여주군에는 장대비가 계속 내렸다. 하루 15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우경보는 진작 발령된 상태. 2006년 여주를 가로지르는 남한강이 넘치기 일보직전까지 경험했던 주민들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상시에는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여주 강변이지만, 자주 반복되는 여주 지방의 홍수는 이러한 풍요로움을 삽시간에 삼켜버리곤 했다. 1972년에는 여주군 전역이 잠겨 많은 이재민과 농경지 유실 피해를 봐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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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경보가 발령된 7월9일 경기 여주군 신륵사 앞을 지나 흐르는 남한강.
 
근래에는 2006년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5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 속에서 주민 대피 권고가 전달되는 등 끔직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마을 농경지 전부 잠기는 처참한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여주군 북내면 가정리마을 사람들은 이번 호우경보 발령에 긴 한숨을 내쉬며, 올해 장마철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자주 차 오르는 남한강…주민들 밤잠 설쳐

가정마을 110가구를 대표하고 있는 이장 김진영(45) 씨는 “1990년에 침수를 막으려고 제방을 쌓았고 그것도 맘이 안놓여 97년에 3m 높이를 더 쌓았다”며 “하지만 남한강이 차 오르고 지류하천(금당천)도 물이 빠져나갈 구석이 없으니 제방을 넘어 농경지가 침수되는 일이 3~4년 마다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6년 당시 마을 전체 농경지 120㏊가 잠겼을 때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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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마을 김진영 이장이 2006년 당시 물에 잠겼던 논과 양계장을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여주군 강천면 부평리 주민들은 자주 차 오르는 남한강 물 때문에 밤잠 설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박춘근, 신화송 부부는 기껏 힘들게 농사짓고 나면 물이 쓸어가는 일이 반복되는 게 이젠 지긋지긋하다.

“장마 진다는 소리만 나면 우린 기분이 좋지 않아. 원수 같은 놈의 태풍이 온다고 하면 ‘농사 다 망쳤다’며 지레 망연자실해 지는 거지…”(박춘근 할아버지)

한번 물이 들어차면 할아버지 키를 훌쩍 넘기고 마을 일대는 말 그대로 물바다가 되어버린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여주 지방의 물난리, 땅을 버릴 수도 없는 이곳 농민들의 상처는 가슴 속 깊이 패어 있다.

겹겹이 쌓인 토사…물 담는 그릇 작아져

사실 여주가 상습 침수지역이 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군청 관계자의 말이다. 여주를 기점으로 위로는 충주댐이, 아래로는 팔당댐이 있다. 큰 비가 내리면 충주댐은 더 이상 가둬둘 형편이 못돼 물을 방류하는데 팔당댐은 서울의 한강 홍수조절을 위해 방류를 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남한강 상류와 지류하천으로부터 쓸려내려오는 토사 등의 퇴적물이 쌓이면서 강바닥이 높아진 것도 문제다. 여주는 상류인 충북지역과 서울의 중간 지점으로, 한강 물길 한 가운데 있으면서 수상교역이 활발한 지역이었다.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한강 4대 나루에 속했던 이포나루와 조포나루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육로교통이 활발해지고 강바닥이 높아져 배가 다닐 수 없게 되면서 나루도 사라졌다. 지금은 관광용으로 황포돛배를 복원해 운행하고 있지만, 신륵사 아래로는 수심이 낮아 내려올 수 없다.

퇴적물 긁어내 물 차는 속도 늦출 수 있어

매년 큰 비로 여주가 물에 잠기느냐 마느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우선 강바닥 퇴적물을 준설하게 되면 물을 담게 되는 그릇이 커져 그전처럼 큰 비가 오더라도 수위가 차 오르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양촌리 쪽으로 여의도 면적 크기의 천변저류지를 조성할 예정이어서, 남한강이 위험수위에 다다를 경우 저류지 수문을 열어 물을 끌어들이면 본류 수위가 최소한 15㎝는 낮아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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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저류지 조감도
 
저류지에 가둬둔 물은 나중에 농업용수로 쓸 수 있고,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생태탐방, 농촌체험마을 등 관광상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주군 김상호 비전정책과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보면, 여주 강변 침수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게 사실”이라며 “본류와 합류하는 지천 정비계획도 하루 빨리 구체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주군은 오는 13일 ‘남한강 살리기 대국민 보고 및 조기추진 촉구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여주군 관내에 시행하는 사업을 주민에게 자세히 알리고, 군 건의사항을 중앙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첫 행사다.

이번 촉구대회에서는 또 주민들 가운데 ‘보(洑)를 설치할 경우 수질이 악화되고 퇴적물이 더 쌓이는 것 아니냐’, ‘홍수피해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는 데 대해서도, 말끔히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김 과장에 따르면, “여주보는 네덜란드 라인강의 하게슈타인보처럼 필요한 경우 수문을 열어 물을 소통하는 가동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주보는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남한강 일대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정책공감 네이버 블로그

 |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 등록일 : 2009.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