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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희망이 된 경제 이야기

젊은 홍대 앞, 임대료 '어려움'에 분위기 '쓸쓸'

홍익대학교 앞 거리는 어느새 젊음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했습니다.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공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와 젊음. 가끔 홍대거리를 걷다보면, 처음에는 못 먹을 것만 같던 매운 음식에 푹 빠지듯 그들의 문화에 ‘중독’됩니다.

 

하지만 최근 홍대문화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홍대문화를 느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인데요. 저도 처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홍대문화가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높아진 임대료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홍대라고 하면 인디문화의 대표적 장소였습니다. 이제는 신촌과 더불어 젊은이들은 물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약속장소가 됐습니다. 그 만큼 홍대거리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곧, 홍대 앞에서 장사한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뜻이 됐고, 자연스레 건물 임대료도 상승했습니다. 덕분에 홍대문화를 대표하는 라이브클럽, 소규모 카페와 음식점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중심지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셈이지요. 그 자리를 대형 카페, 음식점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전에서 활동 중인 퍼포먼스 팀 K-O2

 

 

 

 

젊음을 나누는 값은 공짜! 홍대 앞 공연

 

지난 금요일 오후. 오랜만에 홍대거리를 거닐었습니다. 날이 저물 무렵, 기타를 멘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련만. 그들에게 밤은 곧 창작욕구와 감성이 새어나오는 시간인 듯 합니다.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홍대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주말에는 손수 만든 악세사리 등을 파는 ‘프리마켓’으로 유명한 곳. 평일에는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입니다.

 

제가 찾아간 시간에도 고등학생들의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강남스타일’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이내 쌍절곤을 꺼내듭니다. 춤을 추는 동시에 쌍절곤이라니. 당황할 새도 없이 학생들은 음악 위를 뛰어다니듯 공연을 이어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태권도장에서나 볼 법한 송판이 등장합니다. 힘찬 기합소리가 이어지고 송판은 어느새 두 동강이 납니다. 혼이 빠진 채 지켜보던 길거리 관객들 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공연이 끝나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직 거친 숨소리가 담겨있습니다. 공연 내내 열정적이었던 모습을 보이던 학생은 "저희는 대전에서 올라온 퍼포먼스 팀 K-O2라고 합니다"라며 "공연 잘 보셨나요? 앞으로 전국을 돌며 공연할 예정이고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라며 끝인사를 했습니다. 앳된 목소리에서도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리를 정리하는 사이, 담당자 고영훈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저희는 대전지역에서 공연을 하는 팀이다”라며 “주로 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팀이고 활동한 지는 4년이 넘었으며 덕분에 이제는 대학생도 몇 명 활동 중이다”라고 팀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서울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고 확실히 대전에서 하는 공연과는 차이가 크다”라며 공연팀에 큰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팀을 결성한 이유에 대해 묻자. 자신은 사실 합기도 관장이라고 합니다. “중앙무용단에서 공연을 하는 게 꿈이었지만 무릎이 파열되는 사고를 겪어 수술을 하게 됐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못 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중이다”라며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흥겨운 리듬의 밴드 '사운드 박스'

 

 

 

공연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 옆에서 공연준비를 하던 인디밴드 공연이 시작됩니다. 밴드 '사운드박스'. 어딘지 익숙해 보여 가까이 갔습니다. 얼마 전 홍대 놀이터를 들렸을 때에도 마주했던 밴드였습니다. 그들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7시에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타악기 젬베연주가 돋보였습니다. 베이스리듬과 타악기연주가 이어지고 몸을 푸는 듯한 연주가 계속되더니 한 명이 벌떡 일어서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타닥 탁탁, 타타탁' 이내 경쾌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음악에 맞춰 탭댄스가 이어진 것. 밴드음악에 탭댄스의 경쾌함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합니다.


 

첫 연주가 끝난 뒤, 팀을 소개하며 그들의 전화번호까지 알려줍니다. 공연을 봤던 모든 분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고민상담도 해준다며 익살스러운 웃음을 짓습니다. 다음 곡이 이어질 찰나. 관객 중 한 명이 무대 위로 뛰어듭니다. 당황할 법도 한데 그들의 연주는 계속됩니다. 이번엔 랩이 인상적인 곡. 여전히 관객들을 들썩이는 리듬에 랩까지 더해진 셈입니다. 무대로 뛰어든 관객은 어느새 리듬에 맞춰 춤을 춥니다. 그야말로 '관객참여공연'이라 할 만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고등학생 힙합 동아리의 공연이 한창입니다. 앞선 두 공연에 가려 속이 상할 법도 한데 묵묵히 자신의 공연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 공연 중 잠시 쉬는 시간, 조금 전 랩을 마친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앞으로 래퍼가 되는 것이 꿈이냐고. 참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생은 “그럼요”라며 짧지만 강렬하게 답합니다. 물어본 게 학생의 꿈에 대해 무시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해집니다.

 

한 공간, 같은 시간에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집니다. 우리나라에서 홍대 앞만큼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곳이 또 있을런지. 예술가들에게 홍대 앞은 꿈을 키우는 곳인 동시에 자신을 홍보하는 곳이자 관객들과 호흡하는 곳입니다. 공짜로 공연을 즐기고 나니, 홍대 앞 현실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갑니다. 이번에는 라이브클럽에 방문해 봤습니다.

 

 

홍대 앞 문화의 뿌리가 흔들린다?

 

 

 S클럽에 도착했습니다. 문틈사이로 우렁찬 기타소리가 울립니다. 연주가 끝난 듯, 조용해지자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아쉽게도 사장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미리 알아갔던 전화번호를 통해 사장님과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클럽은 작년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폐관위기에 쳐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밴드들이 공연을 벌여 수익금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근황에 대해 묻자 사장님은 ‘몸도 마음도 힘들어 자신은 클럽일은 잠시 쉬고 있다’라고 합니다. 


 현재 홍대 주변 상권이 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라이브클럽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자 “작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폐관위기는 벗어났지만 그 사이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사실 다음 달 임대료도 걱정이다. 공연수익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 “자주 찾아주는 관객들 덕분에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라며 라이브클럽의 어려움에 대해 말합니다.

 홍대문화와 음악인들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과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그는 "간간이 이슈화되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현장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지자체 담당부서 간에 간담회를 갖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라이브클럽의 위기가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홍대문화가 위기 속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뭉쳐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라며 말을 마쳤습니다.

 

라이브클럽의 어려움을 듣자 홍대 놀이터에서 느꼈던 흥이 깨지는 것 같습니다. 홍대문화의 출발점인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은 특유의 홍대문화가 뿌리째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홍대 앞 번화가의 모습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길거리로 나갔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느끼는 ‘홍대 앞 문화’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지방 소재에 실용음악과에 다니고 있다는 박성은(26)씨는 최근 홍대 앞 문화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고 주변에 관련 일을 하는 사람도 많아 주말에 홍대에 많이 들린다는 박씨는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의 분위기를 가진 카페들이 많았다”라며 “최근 이 곳에 들르면 대형 커피전문점만 눈에 띈다. 공간이 넓어 좋긴 하지만 전에는 자주가면 사장님과 친해지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것 같다”며 변하고 있는 카페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을 말합니다.

 

김세진(22)씨는 “홍대 앞 번화가를 걷다보면 다른 번화가들과 차이점을 찾지 못 하겠다”라고 말합

니다. 그는 “수 많은 간판과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은 이곳이 홍대가 맞나 싶을 정도다”라고 합니다.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홍대 앞 번화가를 걸었습니다. 곳곳의 음식점, 카페 등의 간판은 쉽게 보이는 반면, 라이브클럽이나 갤러리들은 숨바꼭질하듯 숨어있었습니다. 위치를 알고 찾아가려 해도 스마트폰의 지도를 몇 번이나 다시 봐야했습니다.

 

 높아지는 임대료때문에 홍대거리 특유의 색채가 없어지는 듯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변하기 마련이지만 홍대거리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