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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희망이 된 경제 이야기

베이비부머의 메아리, '에코세대'의 현재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 여러분들! 혹시 1979년에서 1992년 사이에 태어나셨나요? 부모님께서는 50대이신지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이 글의 주인공인 에코세대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부모님은 베이비부머세대이시고요.

 

2차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우리 부모님들의 베이비부머(babyboomer). 그리고 전쟁 후 그들의 출산 붐이 마치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형성됐다는 의미의 에코(echo)세대. 현재 한국경제는 물론 미래 주역이기도 한 에코세대와 그들과 다른 듯 하면서도 가까운 베이비부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듯 닮은 그들, 베이비부머와 에코세대


 ‘부모-자식’이라는 매우 가까운 관계이지만 베이비부머세대와 에코세대는 여러 방면에서 다른 성향을 나타냅니다. 각 세대마다 성장한 사회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텐데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1인 가구의 수입니다. 베이비부머의 1인 가구는 총 58만 가구인데 비해 에코세대의 1인 가구는 무려 2배의 해당하는 수치인 100만 가구입니다. 또한 50세의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베이비부머와 달리 에코 세대는 29세가 1인 가구 중 가장 많습니다. 1인 가구의 수는 훨씬 증가하고 그 연령대는 낮아졌다는 통계는 가정을 구성하는 인구 수가 베이비부머에서 에코세대로 세대가 진화할수록 점점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베이비부머(1인 가구) 성별 및 출생연도별 분포>      <에코세대(1인 가구) 성별 및 출생연도별 분포>

 

 

 

그렇지만 베이비부머가 낳은 세대가 에코세대인 만큼 윗세대에서 아래세대로 주는 영향 또한 매우 큽니다. 대표적인 항목이 바로 ‘교육수준 정도’인데요.

 

 

 

 

    

<베이비부머 교육정도별 분포>                         <에코세대 교육정도별 분포>

 

 

 

도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에코세대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45.5%로 베이비부머와 비교하여 매우 높아졌습니다. 교육수준이 고등학교가 44.7%로 가장 많은 베이비부머와 달리 에코세대에 이르러 대학에 가는 인구수가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학에 진학하는 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해 지금 이 기사를 쓰는 저를 포함한 오늘날 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현저히 높습니다. 이는 우리 세대가 스스로 형성한 특성이라기보다는 우리 부모님 세대, 즉 베이비부머들의 자식교육열이 높아짐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별 분포>

 

같은 맥락으로 ‘성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비가 다소 균등하며 여성의 수가 3만 명 더 높았던 베이비부머에 비해 에코세대는 남성이 무려 36만 명이나 더 많습니다. 부모님 세대에 만연했던 남아선호사상이 오늘날 우리 세대의 남성의 수를 증가시킨 것입니다. 이렇듯 베이비부머와 에코세대는 다른 듯 하면서도 그 상관관계가 매우 밀접합니다. 에코세대가 지닌 많은 특성은 베이비부머로부터 비롯된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코세대, 그러나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에코세대 분들. 혹시 우리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에코세대라는 예쁜 이름 말고도 삼포세대라는 제 2의 타이틀이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했다는 뜻에서 ‘3포세대’라고 불리는데요.

 

지난 2011년 한 언론사로부터 유래된 이 말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2-30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취업난, 집 값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돌볼 여유도 없다는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는 세대를 지칭하는 다소 슬픈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베이비부머가 이루어놓은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자랐는데 결혼을 포기할 만큼 힘든 것이 뭐가 있겠느냐고. 에코세대, 아니 삼포세대가 베이비부머에 비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산업화 시대에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부모님 덕분에 전쟁도 보릿고개도 모르고 자랐으니까요.

 

실제로 삼포세대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베이비부머와 비교해서 약 10배 이상 높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교육수준 또한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기술도 발달해 부모님 세대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스마트폰과 같은 최첨단 기기도 널리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삼포세대에 고난이 없다고 한다면 크나큰 오류입니다. 과거에 비해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화됐습니다. ‘교육정도’를 다시 한번 언급해볼까요? 베이비부머세대 때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전체 인구 중 고학력자의 수가 얼마 없으니 대학만 진학하면 기업에서 모셔가는 수준이었죠. 그러나 삼포세대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대학을 가지 않는 사람보다 가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은 상황이니 졸업 후 그만큼 취직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너도나도 고학력자에 해외연수니 대학원이니 이른바 ‘고스펙’을 가진 사람은 넘쳐나고 기업의 수는 한정돼 있으니 오늘날 취직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 졸업 후에도 취직을 못하고 있는 인력이 많아졌습니다. 설령 일자리를 얻는다고 해도 학자금 대출로 인해 사회로 나오자마자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밀린 학자금에 나날이 치솟는 물가, 생활비에 고통 받는 삼포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능력일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른바 대기업이 아니면 실패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풍토가 점점 만연해가고 있습니다. 나 하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한가롭게 데이트나 하는 연애를 사치로 여기는 사상이 짙어지는 것입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적인 압박은 많은 삼포세대가 결혼을 망설이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육아비용이 부담되어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라는 생각은 물론, 심지어 자녀계획을 아예 세우지 않는 가정들의 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아이를 가지면 사회생활을 실질적으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가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에코세대를 부르는 수많은 별명들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인력센터, 후출처 구글>


 

에코세대, 삼포세대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문제가 곧 사회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삼포세대의 저출산 문제는 향후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큰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들이 가진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아 위아래 세대와 상호작용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연어족’ 혹은 ‘빨대족’을 들 수 있겠습니다. 경기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거나 더불어 청년실업으로 인해 부모님으로부터 계속 경제적 도움을 받는 이 새로운 유형들은 삼포세대의 또 다른 별명입니다. 이들의 증가는 부모세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식들을 거두려다 보니 이중으로 허리가 휘는 것입니다.

 

 

에코세대를 위한 정책마련을 요청하며

 

삼포세대의 문제는 삼포세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 주자인 만큼 이들 세대에게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때문에 삼포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시급합니다.

 

단순히 일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결혼은 필수이다, 라는 강압보다도 사회적인 차원에서 비정상적인 구조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패배의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일자리를 확대해야 하며 학자금, 부모에게 물려받은 빚 등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2월 19일 다가오는 대선에서 에코세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집니다. 약 690만 명인 베이비부머에 비해 이들의 인구규모는 954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합니다. 만약 이들이 특정한 후보자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삼포세대로 불리는 만큼 사회구조에 대한 반감이 높은 이들은 변화를 원하고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바라고 있습니다. 에코 세대가 미래 한국 사회를 책임질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이들을 위한 공약이 필요한 때입니다.

 

낡고 속 빈 강정인 정책은 통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에코세대가 가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 전 세대가 행복할 수 있는 정책만이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을 포함한 우리에게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