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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패스트푸드점 음료수 리필, 손해가 아닌 이유

여러분들 패스트푸드점 자주 이용하시나요? 저는 밥 먹을 시간이 없을 때, 밥맛이 없어서 다른 것을 먹고 싶을 때 종종 이용하는데요, 패스트푸드점을 갈 때마다 음료수를 리필해서 마십니다. 사실 세트메뉴를 하나 시켜서 먹다보면, 햄버거나 감자튀김이 먼저 다 떨어지고 음료수는 남아 있을 때가 많은데, 그럴 경우에도 굳이 음료수를 다 마시고 한번 더 리필을 해서 밖에 나가곤 하죠.

그런데 이렇게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 리필을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굳이 리필 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패스트푸드 음식의 특성상 시원한 탄산 음료수를 찾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왜 손해를 보면서 리필 서비스를 하는 것일까요?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한 가게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물건을 생산하는데 드는 총비용보다 물건을 팔아서 얻은 총매출액이 더 많으면 됩니다. 그러면 이윤이 생기겠죠. 음료수를 리필해서 드는 비용보다 다른 상품들로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면, 계속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이죠. 그럼 2가지 측면에서 더 자세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1)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M사, K사, L사, B사 등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패스트푸드점이 있습니다. 만약 이 가게들 중 어느 한 곳에서 음료수 리필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난 이 가게 햄버거 아니면 안돼!’라고 외치는 골수팬을 제외하고는 아마 그 가게로 사람들이 좀 더 몰릴 가능성이 크겠죠. 그래서 그 가게에서는 음료수를 리필해주면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만 사먹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음료수에 들어가는 추가비용보다 한 사람이 내 가게를 방문해서 소비하는 비용이 아무래도 더 크겠죠. 음료수가 보통 1,500~2,000원의 가격대인데, 햄버거나 치킨 등의 주메뉴 가격은 이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을 다른 경쟁사들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 가게에서 리필 서비스를 하기 시작하면, 다른 경쟁 가게에서도 곧 리필서비스를 똑같이 실시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내 가게를 새롭게 찾았던 손님들은 원래 자신이 자주 가던 가게로 발길을 돌리게 되고, 리필 서비스 때문에 늘어났던 손님들도 예전과 똑같은 수준으로 감소하겠죠. 즉, 결국 패스트푸드점 입장에서는 손님 수는 똑같아졌는데 예전과 달리 리필서비스를 실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보다 더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2) 소비자들의 효용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점에서 손해만 보느냐?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매장 안의 다른 상품들의 가격이 리필서비스 이전이나 이후나 그대로라면 당연히 서비스 이후에 총 이윤이 줄어들겠죠. 하지만 햄버거나 디저트 등과 같은 다른 상품들의 가격을 조금 올린다면! 예전과 같거나 혹은 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다른 상품들의 가격을 올릴 수 있을까요?

음료수가 리필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 이전보다 더 큰 효용을 얻게 됩니다. 가령 예전에 햄버거 세트 하나를 먹을 때 얻었던 만족이 10이라고 가정한다면, 리필 서비스 이후 햄버거 세트 하나를 먹을 때 얻었던 만족은 10 이상이라는 것이죠.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음료수를 마실 수 있으니 뭔가 더 이득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예전과 똑같은 만족도인 10을 얻기 위해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은 조금 더 상승하게 됩니다. 즉, 음료수 리필서비스 덕분에 소비자들의 효용(만족)이 상승하게 돼 자연스럽게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 역시 상승하는 것입니다. 이를 좀 더 보기 쉽게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그래프에서 나온 것처럼 예전에 햄버거세트 1개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수준이 '가격1'이라고 한다면, 리필서비스 실시 후에는 '가격2'수준으로 증가합니다.

즉, 리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햄버거세트를 먹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입장에서 돈을 더 내더라도 음료수를 더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패스트푸드점 입장에서는 햄버거나 디저트 등 다른 상품들의 가격을 리필음료수로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회복하는 수준만큼 올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왜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를 리필해도 가게 문을 닫지 않아도 되는지 2가지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물론, 소비자들의 만족도라는 것은 측정하기도 힘들고 수치화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리필서비스 실시 이전의 이윤 수준으로 다른 상품들의 가격을 조금씩 조절해나간다면, 올라간 만족도만큼 가격을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있습니다.

리필 음료수에 숨어있는 경제학, 재밌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