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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수험생 할인혜택, 알고 보니...

대한민국 70만 수험생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박수 짝짝.
한 해 동안 정말 고단했던 여러분을 위해 준비된 게 있죠?
수험표 한 장으로 누릴 수 있는 '수험생 할인혜택'인데요. 올해는 N수생들까지 합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7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수험생들을 위한 혜택'도 여느 해보다 더 늘어났다고 하네요.

롯데월드, 에버랜드, 오션파크 등 각종 놀이공원과 테마파크부터 시작해서, 미스터피자, 올리브 팜스, 차이나 팩토리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미용실, 휴대폰, 안경점, 뷰티샵은 물론이고 심지어 성형외과에서까지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을 위한 다양한 할인혜택을 홍보하고 나섰는데요. 이러한 할인혜택은 정가에서 20~30% 할인 해준다는 솔깃한 파격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수험생들이 이러한 혜택을 기대하고 수험표만 달랑 들고 3년을 가둬둔 지름신을 모시고 이곳 저곳을 다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이번에 수능을 치른 친척동생과 함께 수험표를 들고 대쪽같은 할인혜택을 기대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 작은 종이 한 장으로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니! 정말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녀석은 언제 그랬는지 벌써 계획을 잔뜩 세워놓고 있더라고요. 우선 그 동안 사용했던 구형 휴대폰을 제일 먼저 바꾸고, 평소의 콤플렉스였던 작은 눈에 쌍꺼풀을 만들어 주고, 마지막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식사 계획까지 세워두었더군요. 사실 제가 이 추운 날씨에도 선뜻 동행한 건 동생 덕에 동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습니다.

온 몸을 꽁꽁 동여메고 첫 번째 계획수행을 위해 대리점을 찾아 나서는 길에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수험생 파격할인’ 문구였습니다. 온갖 형광 빛 색지로 물들인 요란한 문구만으로도 수험생들의 이목을 잡는 데에 충분했습니다. 순진한 사촌은 들어가자며 저를 졸랐고, 대리점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 분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습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후에 불어 닥칠 ‘진실의 후폭풍’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말이죠. 

여러분 과연 저희가 수험생 휴대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휴대폰 할인은 진짜 있다? 없다? 그 정답은?

실제로 매년 수능 시즌이 되면, 지역을 불문하고 상당수의 휴대폰 대리점에서 ‘수험생 할인 공짜 ○○폰’, ‘수험생 파격할인’ 등의 솔깃한 슬로건을 내세워 수험생들을 유인하곤 합니다. 하지만 수험표를 들고 막상 대리점에 들어가니 수험생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에게 적용되는 일괄적인 할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즉, 마치 수험생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처럼 휴대폰 광고를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수험생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주어지는 평이한 혜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기값 전부 물어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수험표를 들고 흔히 말하는 ‘공짜폰’으로 바꾸기 위해 대리점에 들어서는 경우에는, 수험생들이 원하는 최신의 스마트폰이 아니라 유행이 지나 인터넷에서도 약정에 따라 공짜폰으로 구매가 가능한 휴대폰을 공짜폰이라고 내세우는 대리점이 태반이라 “이게 무슨 최신 공짜폰이냐?”라며 실망을 나타내는 수험생들이 매우 많습니다.

또한 ‘할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애초에 가격을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물론, 모든 대리점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면, 원래 30만원인 휴대폰의 정가를 60만원으로 부풀린 후, 50% 할인을 해준다고 하는 꼴입니다.
결국, 구매자들은 정가를 주고 거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할인'을 받고 있구나 하는 큰 착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삼모사 격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이죠.

제 사촌도 하마터면 크게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가격이 크게 싸지 않다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제시한 모든 혜택이 결국엔 통상적인 가격수준이더군요. 결국 저희는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을 구매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가로등 사이로 보이는 저 곳입니다.>


자~그렇다면 여러분, 다음 목적지 기억하시나요?
네. 그렇죠. 성.형.외.과!

요즘은 수술이라고도 안하죠? 제 사촌도 여자인지라 좀 더 예쁜 얼굴을 가꿔 줄 간단한 쌍커플 '시술'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이 녀석, 평소 가족들과 다르게 작은 눈 때문에 주워온 아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거슬렸는지 이번 기회에 기어코 수험생 할인 혜택을 이용해서 쌍꺼풀 수술을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더군요. 동생과 저는 수소문 끝에 유명한 성형외과를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잠깐! 쌍꺼풀 수술 비용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싼 가격이라고요? 휴대폰을 살 때처럼 또 의심이 간다고요? 믿을 수가 없다고요? 그렇다면 여기서 바로 확인 사살 들어갑니다! 우리 한번 봅시다!!!


수능을 치른 여학생들 태반이 한  쯤 생각하는 것이 '쌍꺼풀 수술'입니다. 요즘엔 부모님들이 자녀의 졸업선물로 쌍꺼풀 수술을 시켜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전국의 많은 성형외과에서 수험생 할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 동생은 평소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이 콤플렉스여서 수능이 끝난 후 큰 맘 먹고 쌍꺼풀 수술 상담을 받기 위해 한 성형외과를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병원들보다 저렴하다는 가격을 믿고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막상 시술 상담을 받아보니 시술 비용에 부차적인 각종 비용을 제시하시더군요. 배보다 배꼽이었습니다. 열거한 모든 혜택을 포함해도 제 친구들이 으레 하던 가격수준에서 비용을 지불 해야 한다더군요.

결국, 또 다시 실망한 기색이 가득한 동생녀석 손을 잡고 소득 없이 성형외과를 나와야만 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과연?

"어쩜 이래"
순진한 수험생들까지 속이는 얄팍한 상술에 속상한 마음과 허기진 배라도 채우자며 마지막 코스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이 곳 역시 대학 수시 합격증을 제시하거나 수험표를 지참하면 할인해 준다는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휴대폰 할인도 제대로 못 받고, 예뻐질꺼라는 기대도 발품만 팔고 수포로 돌아간 뒤라 저와 제 동생은 몹시 허기졌고 한 끼 식사라도 본전을 확실히 뽑고 오자며 모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들어서면서부터 왠지 찜찜한 이 기운! 과연 수험생을 위한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 혜택은 믿을만한 것일까요? 진짜? 이것도 가짜? 이거 수험생 할인 혜택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몇 곳을 다녀본 결과 대부분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다행히 납득할만한 수준의 할인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주의할 것은, 이러한 파격 할인이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다는 것과 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요즘 흔히 TV에서 볼 수 있는 대출광고에서 마치 빠른 대출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여도, 밑의 자막에는 아주 조그맣게 높은 이율을 쓰고 있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이런 패밀리 레스토랑의 할인행사도 파격 할인에 늘 전제 조건을 달곤 합니다. 이곳도 역시 제시하는 일부 메뉴를 시켜야만 수험생 40%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었죠. 이 녀석 저한테 미안했던지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는 행사메뉴를 시켜놓고 꾸역꾸역 먹더군요. 비용대비 만족도가 아주 꽝인 식사였습니다.
결국 반값과 공짜를 기대하고 나선 하루가 몹시 고단하기만 한 실속없는 날이 됐습니다.

수험생들은 예비 대학생이자 예비초년생을 준비하는 잠재적인 소비자입니다. 기업들은 이 점에 착안해 수험생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중에 하나가 수험생 할인행사입니다.

물론 제대로 이용하면 유익한 기회입니다. 그러나 제 동생의 경우와 같이, 무작정 '공짜', '파격 할인', '반값'이라는 미사여구에 현혹돼서는 곤란합니다.  소비 이전에 기업에서 제시하는 할인혜택을 꼼꼼히 비교하고 확인하는 현명한 소비습관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워낙 쇼셜쇼핑이나, 멤버십 혜택, 인터넷 할인행사가 많아서 발품을 파는 만큼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 늦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보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수능 끝난 게 언제라고 또 정시원서를 쓰느라 내키지 않는 점수표를 들고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여러분, 여러분들을 크게 만드는 것은 대학의 간판이 아니라 여러분의 젊음입니다. 힘내세요. 끝까지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