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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대형마트, '길다란 영수증'에 맨날 후회하는 이유(?)

 
날씨 좋은 토요일 정오, 몬이씨(34세, 주부)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러 대형 할인 마트에 왔습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스파게티입니다. 면 코너로 가니 스파게티 소스와 피클까지 모두 갖춰져 있네요. 힘들게 찾아 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유가 다 떨어진 게 기억납니다. 유제품 코너로 간 몬이씨는 항상 먹던 M브랜드를 찾습니다. 그런데 M브랜드 바로 옆에 용량은 같으면서 더 싼 브랜드가 있네요. 자세히 보니 L마트의 자체 브랜드입니다. M브랜드와 디자인도 비슷하고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걸 보니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아, 중요한 걸 하나 빠뜨렸네요. 스파게티를 해먹을 프라이팬도 하나 사야 합니다. 주방용품 코너로 가는 길에 장난감 코너가 보입니다. 아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씁니다. SOS를 청하고자 남편을 돌아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분명 가전제품 코너에서 TV를 구경하고 있겠죠. 몬이씨는 한숨을 쉬며 장난감을 카트에 담습니다. 오늘도 역시 예상보다 많은 지출을 하게 됐네요.

 몬이씨 가족의 장보는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어떤가요? 공감 가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요?

 대형할인 마트의 전제조건은 뭐니 뭐니해도 ‘싼 가격’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수증을 확인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이 나온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은 마트의 ‘꼼수’에 걸려든 겁니다. 우리의 쇼핑 패턴에는 똑똑한 마트의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절대로 마트에는 ‘그냥’이 없다는 사실!

 몬이씨가 걸려든 마트의 '판매전략'을 확인하기 위해 제가 직접 나섰습니다. 마트로 가서 살펴본 다양한 판매전략들, 함께 알아볼까요~?

모여라, 모여! 관련된 건 다 모아두는 연관진열

스파게티 면을 사려던 몬이씨가 소스와 피클까지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연관진열입니다.

연관진열이란 말 그대로 연관된 품목끼리 진열해두는 것입니다. 스파게티 면을 사는 소비자라면 소스와 피클까지 찾을 것임을 예상해 이 모든 것을 같은 장소에 진열함으로써 매출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라면 코너에 즉석밥이나 계란을 함께 진열하거나 야채 코너에 쌈장 그리고 김밥 재료들을 한데 모아서 파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면 코너에 진열된 즉석밥>


 

                          <스파게티 코너에 함께 진열된 소스와 피클>




진열대에도 노른자가 있다?! 골든존!

신선한 우유를 사려는 몬이씨. 그 때, M브랜드 옆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던 L브랜드의 자체 상품을 발견하는데요, 바로 PB상품입니다.

PB상품이란 마트와 같은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품으로, 해당 점포에서만 판매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몬이씨가 고른 PB상품은 유명한 M브랜드 옆에 있었을까요? 이 또한 마트의 꼼수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용어가 있는데요. 바로 ‘골든존’입니다. 골든존이란 진열대의 층칸 중 소비자의 키와 눈높이를 고려하여 시선이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닿는 위치로서 이곳에는 주로 매출과 이익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품을 진열합니다.



<골든존에 진열된 모마트의 PB상품>



 

<주력 상품과 비슷한 디자인의 PB상품>


 

PB상품은 유통업체가 직접 개발하므로 기타 광고, 마케팅, 유통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유통업체에게 높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하여 마트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골든존 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주력 상품 옆에 나란히 PB상품을 진열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주력 상품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PB상품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골든존에 나란히 진열된 모상품과 PB상품>




또한 포장 디자인은 최대한 주력 상품과 비슷~하게 만드는 반면 용량을 더 크~게 하거나 가격을 훨씬 낮~게 책정함으로써 ‘우리 상품은 주력상품과 비슷하지만 훨씬 싸고 양도 더 많다!’라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심어주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떼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아이들을 공략하라!"

 마트에만 가면 엄마들은 항상 골머리를 앓습니다. 바로 장난감을 사달라며 떼쓰는 아이들 때문이죠.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장난감 코너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이 또한 마트의 작전 중 하나라는 사실!

주방용품을 사러 가는 길에 장난감 코너를 지나치는 몬이씨. 과연 우연일까요? 마트는 주방, 가정용품 근처에 어린이용품 코너를 배치하여 엄마가 물건을 살 때 아이의 시선이 장난감에 쉽게 닿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가정용품 코너에 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장난감 코너>




실제로 취재를 하는 동안 마트 곳곳에서 어린이 소비자를 유혹하는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커피 코너에 코코아 가루가 있다거나 우유 코너에 어린이 용 과자가 있는 등 여러가지 '작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유와 함께 진열된 어린이용 빨대과자>





아이 뿐만이 아닙니다. 앞선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스파게티부터 TV까지 마트는 없는 것이 없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몬이씨의 남편이 좋아하는 가전제품코너 옆에 주류코너를 배치함으로써 TV를 구경하던 남편들이 양주와 와인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일명 ‘맞춤형 꼼수’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전상품 옆의 와인&주류 코너>


마트의 여러가지 판매전략들을 몬이씨의 사례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쉽게 이해하셨나요? 저 역시 '언제나 마트의 영수증이 긴~~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머리에 꼭꼭 담아두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마트에서 구매를 할 때, 위와 같은 마트의 진열 전략들이 조금은 눈에 보여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트의 기상천외 작전!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천지차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