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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문헌보관소/2010 서울 G20 정상회의

미리 가 본 ‘서울 G20’ ⑤ 금융회사 자기자본 규제

‘자기자본 규제’ 왜 필요한가요
금융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방패막이’ 치는 것이죠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처음 모이게 된 계기, 다들 아시지요?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G20 정상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모여 위기 극복을 위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정을 쏟아붓자고 합의했었지요. 그 덕분에 대공황 같은 파국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리먼브러더스같이 큰 금융회사가 망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 단속을 잘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나온 게 ‘금융회사 자기자본 규제’입니다. 이 내용을 G20 홍보대사인 배우 한효주가 질문하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가 설명하는 형식을 빌려 쉽게 풀어봤습니다. 이번 회는 권세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 박사)이 답변합니다.

효주: 이번 G20 서울회의에서 ‘금융회사의 자기자본 규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자기자본을 규제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고 이것이 왜 필요한가요.

박사: 자기자본 규제는 금융회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에 대비해 적정 자본을 보유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세계적으로는 ‘바젤II’ 기준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자기자본을 규제하는 이유는 금융회사가 대규모 손실로부터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방패막이를 치는 것이지요. 금융회사는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고 주식 등에 투자해 이득을 냅니다. 그런데 기업에 빌려준 대규모 대출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주가 급락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으면 금융회사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돈을 쌓아두고 손실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자기자본 규제입니다. 이번 G20 서울회의에서는 더 튼튼한 방패를 만들기 위해 각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게 됩니다. 새로운 방패의 이름은 ‘바젤III’라고 합니다.
 

효주: 바젤II, 바젤III…. 자기자본 규제 기준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바젤’이죠? 구체적으로는 어떤 내용이고요.

박사: 자기자본 규제의 이름이 ‘바젤’ 시리즈로 불리게 된 것은 이를 제시한 국제결제은행(BIS)이 스위스 바젤에 있기 때문입니다. 1988년 BIS가 제시한 최초 기준인 ‘바젤I’은 국제적으로 활발히 영업하는 선진국 은행이 위험에 대비해 적정자본을 보유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탄생했습니다. 이후 금융혁신과 규제완화 추세에 부응해 ‘바젤II’가 나오게 됩니다.

2004년 등장한 바젤II는 금융회사 자본을 세분화했습니다. 자본은 회사가 어떤 권리를 갖느냐에 따라 다양한 등급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자본금을 구성하는 보통주는 전적으로 회사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망했을 때 우선적으로 돈을 물어줘야 하는 선순위채에 대해서는 회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크게 제약됩니다.

이처럼 회사가 자본에 대해 갖는 권리에 따라 권리가 비교적 많으면 기본자본, 적으면 보완자본이라 불립니다. 바젤II는 자본별로 적정 보유비율을 정해 금융회사가 부실에 대비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바젤II가 제시하는 기준이 충분한 ‘방패’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기본자본 중에도 보통주같이 진짜 내 자본이라 할 만한 질 높은 자본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바젤III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자기자본 규제가 위험에 진정한 대비가 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효주: 그렇다면 바젤III는 바젤II보다 자본 기준이 강화되는 건가요.

박사: 네 맞습니다. 바젤III에서 눈에 띄는 것은 보통주 같은 진짜 자기자본, 다시 말해 핵심 기본자본의 보유비율을 바젤II보다 크게 높였다는 것입니다.



금융회사가 자본을 보유하는 양은 위험자산에 비례해서 결정됩니다. 가령 은행이 기업에 빌려주거나 부동산·증권에 투자한 돈은 기업의 경영상태나 주식 시황 등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집니다. 순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에 빌려준 돈은 돌려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자를 몇 개월째 연체한 기업에 빌려준 돈은 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위험자산의 총액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위험자산 총액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양만큼 자본을 쌓아야 합니다. 바젤II와 바젤III 모두 위험자산 총액에 대해 쌓아야 하는 자본 비율은 8%입니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감독당국으로부터 건전성 제재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쌓는 자본의 질이 다릅니다. 바젤III는 보통주나 유보이익과 같은 질 좋은 자본을 위험자산 총액 대비 4.5%만큼 쌓도록 규정합니다. 바젤II의 2%보다 배 이상 많은 양입니다. 이에 따라 기본자본의 양도 바젤II보다 2%포인트 높아진 6%만큼 적립해야 합니다. 반면 질이 낮은 자본인 보완자본의 양은 4%에서 2%로 줄었습니다.


효주: 지난번 금융위기 때 금융회사 임원의 도덕적 해이도 중요한 문제였는데요. 바젤III에서 이에 대한 규제가 추가됐나요.

박사: 네, 그렇습니다. 금융위기 때 금융회사들이 임원에게 관대한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았었죠. 바젤III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비유하자면 기본적으로 자기자본 규제라는 방패를 들고 완충자본이라는 ‘갑옷’을 더 입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당장 손실이라는 ‘공격’은 방패로 막을 수 있지만 갑옷을 입으면 더 안전하겠죠. 또 갑옷을 입어야 장군으로서 대우(배당 및 보너스)를 받습니다. 금융회사는 이 같은 완충자본을 보통주로 추가 적립해야 합니다.
 

효주: 위험한 자산에 대해 자기자본을 쌓도록 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닌가요.

박사: 바젤III는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나 위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규제를 추가했습니다. 금융공학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상품들의 위험을 정확히 측정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상품을 설계한 사람조차도 그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위험에 대한 평가가 어렵거나 과소평가될 경우를 대비해 바젤III는 위험과 상관없이 총자산 대비 기본자본 비율을 3% 이상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효주: 바젤III가 도입되면 금융회사의 체질이 더욱 좋아지겠네요. 근데 국내외 금융기관에 심각한 제약사항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요.

박사: 바젤III가 본격 시행돼도 당장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활동이 크게 제약되는 일은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금융기관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규모 자본확충을 이뤘습니다. 또 단계별로 강화된 방안이 적용되므로 최종 시한인 2019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이번 G20 회의를 통해 바젤III가 승인을 받으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금융회사도 장기적으로 체력을 비축해 우량한 금융회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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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사 자본 기반 양호 … 규제 강화해도 큰 영향 없어”
유영준 G20 금융규제개혁과장

“경주회의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논의에 신흥국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유영준 주요 20개국(G20) 준비위원회 금융규제개혁과장(사진)은 23일 끝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사실 그동안의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선진국 관점의 규제개혁이었다. 주요 의제의 하나인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만 해도 대형 금융회사가 없는 신흥국들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오히려 신흥국들은 선진국의 경제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급격한 외화 유·출입으로 자국 경제가 몸살을 앓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재무장관회의는 신흥국의 관심을 주변에서 중심으로 옮겨 놓았다. 외화 유·출입이나 거시건전성과 같이 신흥국과 밀접한 이슈를 향후 중요하게 다루기로 했다.

물론 당장 규제안 초안을 작성해 G20 서울회의에서 승인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회의를 통해 정상들이 향후 논의하기로 결의하면 금융규제 분야의 주요 의제가 된다.

우리가 신흥국을 대변해 논의를 주도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은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위원회 등 금융규제 분야의 국제기준 제정기구에 가입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그는 “그간 국제적인 논의를 주도해온 G7등 선진국들은 지식과 경험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바젤III나 대형 금융기관 규제 등 향후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모습을 바꿀 핵심적인 규제체계들을 만들었다는 것은 한국의 위상을 재정립하기에 충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바젤III 등 중요 안건들이 보고되고 승인받으면 앞으로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업 감독규정 등 관련 법령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입법화 과정을 완료한 이후에는 금융회사가 새로운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철저한 감독을 받게 된다.

또 제2금융권 등 유사은행들에 대한 규제도 앞으로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회사들의 자본기반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에 규제강화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금융회사들이 국제적 기준에 맞게 선진화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제공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