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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문헌보관소/2010 서울 G20 정상회의

미리 가 본 ‘서울 G20’ ③ 거시정책 국제협력

"경제정책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요"
"미국은 저축 많이 하고, 중국은 SOC 투자 늘려야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모여 한목소리로 재정을 쏟아부어 경제를 살리자고 정책 공조를 외쳤습니다. 경제가 좀 살아나는 듯하자 요즘 G20의 정책 공조가 좀 시들해졌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서울 정상회의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이런 정책 협조에 관한 G20 의제인 ‘거시정책 국제협력’을 G20 홍보대사인 배우 한효주가 질문하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가 설명하는 형식을 빌려 쉽게 풀어봤습니다. 이번 회는 김민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이 답변합니다.

효주:거시경제 정책의 협력이 G20의 중요한 의제라고 들었어요. 한마디로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건가요?

박사:그렇습니다. 각국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 사정에 맞게 거시경제 정책을 만들고 실행에 옮깁니다. 꾸준한 성장을 이루면서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게 하는 등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지요. 그러자면 나라들 간에도 서로 정책을 조율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어떤 나라도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협력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효주:금융위기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미국의 은행 하나가 망했다고 전 세계 경제가 동시에 흔들렸으니 말이에요.

박사:흔히 이번 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위기가 처음 터진 미국과 유럽도 그야말로 유례없는 규모의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은행에 공급하고, 정부도 어려움에 처한 기업과 가계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썼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이들 나라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곧 우리와 같은 신흥 경제국들로도 확산됐지요.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연결돼 있어 시시각각 영향을 주고받는 데다, 선진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들도 함께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럽게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 경제국들도 서로 협력해가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구촌에 싹트게 됐습니다. 

효주:그래서 G20 국가들이 힘을 합치게 된 건가요?

박사:이전에는 중요한 세계경제 문제를 주로 선진 7개국(G7) 회의에서 다뤘습니다. 이른바 선진국 클럽이지요. 하지만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선진국만의 힘만으론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 규모와 함께 지역 대표성을 감안해 신흥국들을 포함한 G20의 멤버가 구성되고, 그 첫 정상회의가 2008년 11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G20 국가들을 합치면 세계 인구의 3분의 2, 세계 총생산의 85%가량을 차지합니다. 세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데 손색이 없는 규모지요. 

효주:그럼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지요?

박사:처음에는 ‘대공황’의 혼란이 다시 닥치는 걸 막는 게 무엇보다 급했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나라가 재정을 확대해 세계경제가 쪼그라드는 걸 막자는 데 뜻을 모았지요. 또 어려울 때면 서로 자기 잇속만 챙기려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막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첫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나서서 “앞으로 12개월간 무역이나 투자를 하는 데 새로운 걸림돌을 만들지 말자”고 제안해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스탠드스틸(standstill)’이란 것이지요. 위기를 촉발한 은행의 부실을 빨리 걷어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런 약속이 실천에 옮겨지면서 세계경제는 최악의 위기를 넘기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게 됩니다. 


효주
:한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 시끄럽더니 그래도 이만큼 나아진 데는 그런 노력들의 뒷받침이 있었군요.

박사: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위기를 완전히 넘긴 건 아닙니다. 올 초부터는 회복세를 이어나가면서 그간 풀어놓았던 돈을 거둬들이고 비상시 내놓은 대책도 다시 정상 상태로 돌려놓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나라들이 늘었습니다. 이른바 ‘출구전략’ 얘기지요. 하지만 입구로 들어갈 때도 그렇지만 출구로 나갈 때도 서로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법입니다. 또 단순히 위기를 탈 없이 지나는 것을 넘어서 다시 이런 위기가 터지지 않게끔 협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지요. 그래서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틀을 만들었습니다. ‘강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the Framework for Strong, Sustainable and Balanced Growth)’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프레임워크’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지요. 

효주:강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이라… 좋은 말은 다 들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려면 나라마다 예전보다 더 양보하고, 더 노력해야 할 텐데요.

박사:맞습니다. 각 나라가 처한 사정에 따라 해야 할 일도 조금씩 다르지요. 올 6월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큰 방향은 합의했습니다. 예컨대 선진국이면서도 다른 나라와 교역에서 적자를 내는 미국 같은 나라는 시장개방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저축을 늘리는 데 힘을 써야 합니다. 선진국이면서 흑자를 내는 일본과 독일 등은 자국 소비를 늘려 너무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한국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중국과 같은 신흥 흑자국은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환율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내수를 늘리는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 분담에 따라 협력이 잘 이뤄진다면 세계 총생산이 4조 달러 늘고,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얻는 등 막대한 이익이 생긴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계산입니다. 이를 위해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국가별로 실행 계획을 내놓고 서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죠.

자료 협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