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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선진국형 은퇴, 어떤 것이 다른가 알아보니



활동적 고령화(active ageing). 이 말은 의존적으로 비춰졌던 노년층을 활동적인 인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나타낸다. 즉, 노년층이 더 이상 사회의 부담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방향을 뜻하는 말로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노년층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늙어갈 수 있으려면 경제적, 신체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찍이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은 어떤 정책을 펼쳤을까.



활동적 고령화(active ageing)는 노화과정을 완만한 쇠퇴가 아닌 정력적인 헌신과 성장의 기간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결합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다.

일자리 정책 : EU 「연령차별금지법」 시행

주요 선진국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정책을 선택했다. 200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부터 살펴보자. 초고령 사회란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일본은 노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04년 6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기존 60세였던 정년 나이를 65세로 연장했고, 고용 중인 노인이 희망할 경우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할 수 있도록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2008년 현재 전국 1300여 개 지역센터에 고령화 회원들을 가입시켜 가정과 기업, 공공기관 등의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실버인재센터사업'을 실시, 고령자들의 경제생활을 돕고 있다.

EU는 200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시행했다. 이전에는 남성 60세, 여성 59세가 평균 퇴직연령이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65세 이상으로 정년을 의무화했다. 스페인은 65세 이전에 스스로 은퇴하려 하면 불이익까지 준다. 네덜란드 역시 조기퇴직을 폐지하고 변형 주5일 근무제를 통해 65세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게 했다. 물론 급여는 다소 낮아졌지만 이러한 정책을 통해 고령자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일방적인 사회보장의 수혜자가 아니라 부담자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독일은  「해고제한법」을 실시해 고령자의 고용유지는 물론 대학·기업·노동조합 등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고령자 취업을 지원하는 'Perspektive 50 plus' 정책을 펼쳐 효과를 보고 있다.

1965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고령자 지역사회서비스 채용 프로그램(SCSEP ;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도 눈에 띈다. 일자리가 없는 55세 이상의 저소득 노인에게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지원한다. 일주일에 평균 20시간을 일하고 정부로부터 최저 임금수준의 급여를 받는데, 매년 약 10만 명의 고령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2000년 이후엔 운영 방향이 고령자의 취업에 필요한 교육으로 확대됐다.
 
일부 국가는 고령자 고용기업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는다. 스웨덴은 특별고용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57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의 75%까지 2년간 지급한다. 덴마크는 48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연간 10만크로네 (약 2500만원)를 무기한 지원한다.



미국의 고령자 지역사회서비스 채용 프로그램(SCSEP ; 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들. 이들은 아이돌봄 가정의 독서교육을 담당하거나 중고등학교의 행정, 관리를 맡고 있다.

소득보장 : 연금의 소득대체율 ODCE 평균 약 60%

노후소득의 핵심요소인 국민연금제도는 나라마다 자격요건과 수급연령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09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59%, 한국은 42.1%로 OECD 평균보다 약 17%p 낮다. 일본은 33.9%, 미국 38.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스웨덴 61.5%, 스페인 81.2%로 높게 나타났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실제 정부의 재정부담이 늘어난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제도 개선에 각국이 고심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2008년 일반노령연금을 받기 위한 가입기간을 연장했다. 또 수급자격이 되는 근로자가 일을 계속할 경우 연금액 증가율을 높여주는 등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후소득 부담주체를 다원화하기 위한 방안이 등장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기본 수준을 보장하는데 힘쓰는 한편 기업과 근로자는 개인 연금이나 저축을 통해 노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보건의료정책 : 일본, 지역밀착형 개호보험제도

세계 여러나라들은 고령자의 질병해소는 물론 건강증진과 예방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꼽는 일본의 경우 고령자 의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2000년 4월 '개호보험(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해당)' 제도를 실시했다. 앞서 1961년 개호보험제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국민개보험이 시행됐고, 1963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됐다. 1973년에는 노인의료비 무료화가 추진됐으며 1982년 「노인보건법」, 1997년 「개호보험법」을 제정하기까지 지속적인 제도 마련에 힘쓴 결과다.

개호보험은 사회보험 방식의 노인요양보장제도와 같다. 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의료보험료와 별도로 개호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40세 이상 국민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를 관리운영의 주체로 활용함으로써 고령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다양한 개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65세 이상 노인이면 신청할 수 있고 65세 이전이라도 치료가 필요한 치매, 뇌혈관 장애 등 노인성 질환이 발생하면 보험 대상이 된다. 개호서비스는 '재가서비스'와 '시설서비스'로 나뉘며 신청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총 금액의 10% 수준이다.

선진국은 실버세대의 은퇴를 준비하며 그들의 실생활에 가까운 여러 정책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되는 우리는 그들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출처 : KDI <나라경제> 4월호
글 : <나라경제> 표초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