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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정신분열증 치료제 하나로 연 매출 4조원?



올해 초 일본을 방문해 오츠카 제약사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던 기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츠가 제약은 2008년 기준 10조원의 매출을 올린 일본 내 3위 제약사로, 전세계 25위권 내에 드는 글로벌 기업이다. 주력제품인 정신분열증 치료제 '아빌리파이'의 연 매출은 4조원에 달한다.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이 지난해 막 8천억원 대를 넘긴 것과 비교하면 일본 제약사의 제품 하나 매출이 국내 선두 제약사 전체 매출의 5배를 넘는 것이다.

물론 일본 제약업계는 최근 몇년간 상위 제약사들 간 활발한 M&A(인수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고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강화했다 국내도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는 필수불가결하나, 오너십이 강한 제약산업 특성상 그리 쉽지는 않다는 전망이 대세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산업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정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남들보다 강한 부분은 더욱 키워 격차를 벌리고 못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

우리나라가 강점인 부분 하나가 바로 바이오의약품이다. 코스닥 시총 1위를 다투는 바이오제약 기업 셀트리온은 세계적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종합 독감항체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해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독감항체 치료제 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주목받은 '타미플루'를 대체할 수 있으며 그 시장 규모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이오복제약으로 일컬어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 22%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4년부터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등 세계적 블로거스터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가 종료돼 복제약 판매가 가능해져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바이오복제약을 생산하는 시설과 기술을 갖추려면 최소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업계의 집중 투자와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이오복제약으로 일컬어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 22%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바이오제약 회사 셀트리온의 생산설비.
(사진출처: KDI <나라경제> 4월호)



이런 면에서 삼성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뛰어든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려면 청정·무균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생산설비와 유사해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 유리한 사업이며, 뚜렷한 강자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몇몇 국내 상위 제약사들도 바이오의약품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국내 제약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억제 및 약가인하 정책으로 압박을 받고 있고, 이렇다 할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 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가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할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길 기대한다. /출처 : KDI <나라경제>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