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모처럼만에 어머니와 함께 대형마트로 나들이를 겸한 쇼핑을 갔었습니다. 쇼핑카트에 물건 몇 개가 채워지나 싶더니 금새 어머니의 지갑에서 5만원짜리 신권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말인 즉슨 만원을 들고 나오면 정말 살것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 모 방송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원의 행복"이란 프로그램에서처럼 만원은 이제 예전처럼 배춧잎 빛깔로 위용을 뽐내던 모습이 없습니다. 각 언론매체에서는 작년부터 시작된 외환위기에서 희망적인 지표를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구요.
게다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상황은 숫자와 도표를 통한 해석이 아닌 실물경제, 그중에서도 농,축수산물과 1차 소비물등 식탁물가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것입니다. 그리하야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수많은 어머니들 손에 들려있는 장바구니들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던 그날, 저의 관심사와 거리가 있던 '장바구니 물가'에 눈이 가게 되었습니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6% 상승한 수치로 5개월 연속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9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지수도 저 수치에 상응할까요?
바로 해답은 위의 그래프 안에 있습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생필품과 섬유,가전 제품 농축수산물을 모두 대상으로 하고 있지요. 이중에서 최근 석유류 제품의 상승률이 하락하여 다른 생필품들의 물가상승률을 상쇄한 것입니다. 특히 식탁에 오르내리는 식품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8.4%가 인상되어 큰 폭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물가는 높고 금리는 낮은 시기에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주체로서 현명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어려울수록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가계부의 지출목록에서 줄을 하나씩 긋기 전에 숨겨진 금리, 숨겨진 가격을 찾는것은 간단하면서도 놓치기 쉬운일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기회를 통해 숨은 금액을 찾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로 같은 물건을 다른 장소에서 구입했을때의 가격 차이를 비교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같은 쇠고기라도 재래시장과 동네마트 대형마트에서 사는것에 어떠한 가격의 차이가 있으며 경제적인 손익을 직접 분석해 보기로 한 것이죠.
우선 조사를 하기전에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일치하는 등급,품질의 식품을 조사하기 위해서 닭고기,생선,과일 종류처럼 품질에 민감한 상품은 제외하였고 육류는 등급이 매겨져 있는 한우와 야채는 품질에 민감하지 않은 콩나물,양파,버섯 등을 중심으로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지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완벽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품질,고객수준,산지,등을 종합적으로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품목은 4인가족 기준의 식탁을 위한 재료로 선택했으며, 불고기용 소고기,자반고등어,콩나물,두부,양파,버섯,대파,상추,배 등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1.동네 소규모 마트
저의 동네 소규모 마트에 대한 고정관념은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다소 비쌀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주부들이 시간이 빠듯하거나 급한일이 있을 경우에 동네 마트를 자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동네 소규모 마트에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두곳보다 훨씬 용이한 접근성으로서 자가나 대중교통수단의 필요없이 손쉽게 이용 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동네의 소규모 마트>
2. 대형마트
집에서 가장 가까운 H마트에 갔습니다. 대량으로 구매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가장 쌀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세 곳중에 가격이 가장 높았습니다. 언뜻보면 가격이 낮아보이는 이곳의 상품들이 ml 나 g 단위로 환산해보면 가장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죠. 대부분 야채나 어류등은 재래시장과 비교해서 약 1.5배 정도 비싸더군요.
하지만 대형마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상품에 대해 모든 쇼핑이 한 곳에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큰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구매욕구가 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또한 주차시설이나 냉방시설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아울러 극장과 서점등 문화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복합공간의 이점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H' 대형마트>
3. 재래시장
재래시장은 우선 현재 수도권을 기준으로 봤을때 접근성이 뛰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차시설이 협소하고 또한 그 숫자도 많은 수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지요. 또한 사람들의 관념속에 바가지가 심하고, 물건의 질이 낫다는 인식도 더러 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저 또한 처음에는 물건을 보는 안목이 없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요.
그러나 계산적으로 물건을 흥정하지 않고 한 움큼 가득 봉지에 추가로 담아 주는 넉넉한 인심은 재래시장이 전해주는 가장 큰 감동입니다. 이런 문화야말로 경제적측면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 대항하는 서비스 측면으로서 재조명 되야할 가치가 크지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재래시장의 숫자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근처에 재래시장이 없는 소비자들은 시장 결정권 자체가 없지요. 유통구조가 대형화 되어가고 있고 기업들은 예전의 단순유통의 개념에서 벗어난 SCM(공급사슬관리) 서비스를 통해 재래시장을 잠식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차원의 방안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구요.
<집 부근의 재래시장>
4.가격과 종합적인 비교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산지와 인건비, 점포입지, 소비자 경제수준을 완벽하게 통일시켜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 결과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동급 품질의 제품으로 축소하여 오차의 수준을 낮추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수학적인 비교 보다는 개괄적인 비교를 통한 정보제공이 이 기사의 목적인만큼 절대적 구매금액의 차이에 선입견을 두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체감한 가격은 재래시장이 제일 저렴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 듯 접근성과 기타 편의시설이 열악한 조건에 있었지요. 물건 하나하나를 사는데 발품을 팔아야 했구요.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먹거리 파동으로 인한 원산지 표시로 동네마트와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일조했다면 재래시장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원산지 표시가 다소 미흡했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또한 카드 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문제이자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도 합니다.
재래시장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나 동네 마트가 대형마트보다 제가 체감한 구매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요? 30년간 농수산물 도매업에 종사하신 아버지와 그 주위분들의 말에 의하면 유통 구조에 의한 요인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네요. 대형마트의 유통구조는 보통 산지직거래나 계약재배 방식입니다. 이러한 유통구조는 가격형성에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말인 즉슨, 대형마트의 유통 단계가 더 복잡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동네마트나 재래시장의 영업자들은 본인의 발품과 노력에 따라서 유통과정을 생략하기도 하고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흥정을 하거나 시장상황으로 인한 가격의 유동성을 조정함으로써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네요.
암튼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나 소형마트 모두 각자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소비자 선택의 문제이지요.
다만 우리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해야하는 만큼, 생활의 지혜를 키워나가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블루마블 경제이야기 > 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빼고 연아 응원해서 돈 늘리는 방법 (4) | 2009.09.08 |
---|---|
휴대폰 요금 반으로 줄이는 4가지 방법 (9) | 2009.09.03 |
월세 50만원 내고 65,000원 남기기 (8) | 2009.08.25 |
주식초보 개미가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10) | 2009.08.19 |
불황기 확실한 광고를 원한다면? "웃겨라" (0) | 2009.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