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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변하기 위해서 이름까지 바꾼 이유



대담: 차문중 KDI 선임연구위원
곳: 멜버른 린지테너 의원실

호주가 재무성의 이름을 재무 및 규제철폐성(Department of Finance and Deregulation)으로 바꿨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이름이다. 규제 중에는 꼭 필요한 규제도 있고, 사회 전체의 후생이 증가하는 규제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규제철폐(deregulation)보다는 규제의 품질을 향상시키자는 의미에서 규제개혁(regulatory reform)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부처의 이름에 구태여 규제철폐를 사용한 이유가 있나? 왜 이름을 바꿨고 가장 큰 변화가 뭔가?
현대사회에는 많은 규제들이 있고, 규제가 늘어날수록 비즈니스 비용도 늘어난다. 새로운 정부는 그런 현상을 막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규제철폐라는 이름은 규제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치인들이 규제의 몇 %를 언제까지 줄이겠다고 공약을 내세웠지만 사실 잘 지켜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과장에 불과하고 큰 성과는 없었다. 규제로부터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을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확실히 표명해 규제 부담 측정 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규제로 인한 비용은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결국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경제활동의 모든 비용은 상품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줄일 수 있다면 비용이 줄어들고 가격 하락으로 반영될 거다.

규제를 개혁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없애겠다는 의지의 선언이라고 보면 되겠다. 호주는 1980년대에 미시정책의 많은 부분에서 왜곡을 없애고 규제를 철폐하는 개혁작업(micro reform)을 성공리에 수행했다. 그 결과 생산성의 향상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에서 다시 규제개혁 또는 규제철폐를 강조하는 배경이 있나?
1980년대의 개혁 결과 1990년대에는 생산성이 눈에 띠게 향상됐지만, 그 이후 생산성은 점점 하락했다. 운 좋게도 최근에는 광산 붐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시대가 변화기 때문에 새로운 개혁 노력은 끊임없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주단위로 이루어지는 규제는 1980년대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점점 주 단위를 넘어서 이뤄져 새로운 문제로 부각됐다. 각 주마다 다른 법칙이 비즈니스를 관할하고 있으면, 거래비용이 높아지고 비즈니스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나의 통일된 법칙이나, 적어도 조화로운 규칙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직장 의료나 안전에 관해 (주 단위를 뛰어넘는) 국가 차원의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최근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많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에 의존하던 성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이제는 창의와 혁신에 바탕을 둔 생산성 향상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규제개혁은 공정 경쟁을 보호하고 창의와 혁신을 장려하는 효과가 있다. 결국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당신도 생산성 향상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호주 정부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규제개혁 이외에 어떤 정책적 방안을 사용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말하겠다. 규제개혁이 그 중 하나이고 기술과 지식 향상이 두 번째다. 우리는 대학교의 기술 교육에 투자해야 하고 학교와 어린 아이들에게도 투자해야 한다. 교육과 기술 향상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고, 무엇보다도 교육과 훈련 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은 기반시설이다. 호주는 항구, 철도, 주요 도로와 같은 많은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이런 영역은 주정부가 맡았는데, 이제는 중앙정부가 더 직접적인 재정지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호주의 제랄톤 지역엔 광업을 돕기 위해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고 북시드니의 헌터 밸리 지역도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해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골드코스트 지역의 철도 시설 향상 프로젝트에도 투자하고 있다.

최근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로 꼽히는 것이 정보통신망이다. 호주같이 국토가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경제는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한국은 이 부분에서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과 소비자의 선택을 늘리는데 정보통신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을 거다. 호주는 이 분야에서 아직까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마 정보통신망 분야에서는 OECD국가 중 중하위권 일 거다.
우리는 호주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가정과 사무실에 광섬유통신망을 설치할 계획이고 (인구희소지역에 거주하는) 나머지 10%를 위해 위성과 무선망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네트워크의 세계적인 표준을 만들 것이고 이것은 비즈니스를 모든 면에서 변화시킬 것이다. 정보통신망의 강화를 통해 특별히 보건, 교육, 물류 부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응용 융합 산업이 생겨날 것이다. 이것이 생산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거다. 우리는 이런 경제구조의 변화가 앞으로 8년여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관련 인프라는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응용 등에서 고전하고 있어 그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통신망의 강화를 통해 보건, 교육, 물류 등 분야가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은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1980년 이후 호주 정부가 추진해온 생산성 향상 정책은 사실상 경제주체들의 노력과 땀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도 필요하다. 생산성의 강조로 가시적 효과를 거둔 예가 있는가?
새로운 정부가 개혁을 시작한지 아직 1년여밖에 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는 이르다. 하지만 과거의 예를 보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키고 미시적 개혁(micro reform)을 추진한 후 경제가 빨리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에는 수출 품목과 수출량이 증가했다. 교육, 와인, 관광업, 자동차 부품 등이 그 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개혁이 동력을 잃으며 지난 10년간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최근의 경제성장은 사실 생산성의 증가가 아니고 광산 붐에 힘입은 바가 크다. 모든 일이 잘 되고 돈을 잘 벌면 개혁이 왜 필요한지 잊게 되지만 광산 붐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수출 품목을 키우고 성장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이런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1990년대 호주가 와인, 관광업과 같은 수출품목을 증가시킨 것이 1980년대 개혁의 가시적인 결과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개혁을 수행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예를 들어 키팅 정부는 기업별 노사교섭을 도입하기 위한 노동규제법을 개혁했다. 예전에는 경제 전반에 걸쳐서 임금 교섭과 인상이 있어 개별 기업의 생산성이 높거나 낮은 것은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기업별로 노사 교섭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기업에 따라 임금 인상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생산성이 높거나 이윤을 많이 올리는 기업은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고, 그 기업으로 더 많은 투자가 몰렸다. 이것은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제고시킨 굉장히 중요한 개혁이었다.
하지만 수출 증대가 이런 정책에만 기인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가 관세 장벽을 허문 것도 시장에서의 경쟁을 강화시켰고,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다.

생산성 향상이나 규제 완화와 관련된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 기존 제도에서 편익을 누리던 그룹과는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새로운 정책이 진입과 경쟁을 자유화하게 되고, 그 결과 기존의 편익 집단은 지대(rent)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런 진통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호주는 규제완화와 관련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그건 늘 어려운 문제다. 1980년대 호주의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특히 굉장히 높은 관세에 의해 보호받던 섬유 산업과 신발 산업의 기업과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관세를 낮추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도 생기고, 이들에 대한 재훈련 비용과 새로운 장비 구입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문제는 늘 어렵고 정치적인 논쟁을 야기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정부가 다른 개혁과 함께 약국 개혁을 하려고 했다. 우리는 약국들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고 슈퍼마켓에서 약국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소비자의 편익과 경쟁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를 개혁하려고 했지만 정치적인 반대에 부딪쳐서 포기했다. 특히 규제개혁이 직접적인 생존문제와 연관됐을 때에는 해결이 더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얘기가 필요하겠다. 규제개혁으로 손해를 보는 기업이나 개인은 사실 그 동안 공정한 경쟁을 억제하는 정책에 의해 다른 기업이나 개인의 희생 위에서 편익을 누리던 것이다. 그럼에도 규제개혁에 대한 이익집단들의 저항을 완화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영향 받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대안을 강구하곤 한다. 호주의 경우는 어떤가?
그렇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먼저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서 명확한 그그리고,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접근을 해야 한다. 또한 파급효과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 정부가 호주의 낙농업 분야에 대한 보호정책을 완화할 때, 일정 기간 우유 1리터당 11센트의 부가금액을 적용해서 소규모 낙농업과 농부들을 지원하도록 했다. 낙농업을 떠나는 사람들도 지원을 받았다. 구조조정은 대체적으로 원만히 진행됐고, 이제 그 제도는 끝났다. 그 결과 더 많은 대형 농장이 저렴하게 우유를 생산하고 더 많이 수출하는,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변모했다. 일정 기간 소비자들이 추가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지만, 결국 떠나는 사람들의 생계를 도왔고 낙농업을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도 편익을 누리게 됐다.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지속적인 개혁을 위한 호주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인상적이다.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다. 한국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국가 경제의 구조와 제도는 그 국가의 성격과 잘 맞아야 한다. 경제와 사회가 변하면서 어떨 때는 몇 년이 채 안된 규제도 낡은 것이 될 수도 있다.
한국과 같이 제조업이 강한 국가가 지금처럼 혁신과 서비스를 향해 변화할 때 규제도 변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서비스업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 새로운 문제들이 생길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규제는 항상 경제가 처한 상황과 향하고 있는 방향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의 제조업 중심의 급격한 성장을 반영하는 규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경제가 다른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어떤 규제가 적절한지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어야할 것이다. 나는 한국을 self-made 국가라고 부른다. 모든 면에서 스스로 잘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항상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출처 : 나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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