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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체고는 체육으로, 외고는 외국어로

외고가 사교육 및 신 계층형성의 주범으로 도마에 올라 있다.
외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두 단계 결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 결정은 외국어 교육을 위한 ‘특수목적고 (이하 특목고)’가 필요한지 여부이다. 특목고란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분야에 따라 외고,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등으로 나뉜다. 그 분야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을 고등학교 때부터 집중적으로 키워 낸다는 취지이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외국어 능력도 과학, 예술, 체육처럼 가급적 조기부터 지속적으로 키워야 하는 분야라는 데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당초 외고가 특목고에 포함된 것도 그러한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외고는 ‘외국어’ 고등학교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어야 한다.

두 번째 결정은 외고의 선발방식이다.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리 될 경우 핵심적으로 달라지는 점은 학생선발 방식이다. 자율고의 경우 대체로 내신 50% 이내의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반면 외고는 내신성적, 듣기평가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러한 외고의 현 선발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과학고는 수학ㆍ과학을 잘해야 입학할 수 있고, 예고는 예술을, 체고는 체육을 잘해야 입학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외고만은 외국어에 능한 학생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물론 외국어에 능하면 다른 과목도 잘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의 선발 방식에서는 다른 과목에 비해 유독 외국어에만 소질이 있는 학생, 외국 생활 후 귀국했으나 국내 과정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들어갈 여지가 적다. 외국어만으로 뽑는 전형이 있기는 하나 극히 제한적이다. 일부 외고에서는 듣기 평가를 폐지하고 내신위주로 뽑겠다고 하는데 이는 외고의 설립목적을 망각한 발상이다. 오히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는 현재의 잘못된 외고 선발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외고는 듣기 평가 등 외국어에만 초점을 맞춰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생산적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노력’의 일환으로 사교육이 과도하게 신뢰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는 기회의 형평성 문제가 남는다. 즉 외국어에 관심과 소질이 있어 열심히 자습하고 있으나 사교육을 받지 못해 외고를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결국 외고 문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문제를 푸는 것으로 모아져야 한다. 출처:나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