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맨유 박지성, 국내에 미친 경제효과는 얼마?

 전자제품,식료품,자동차등 일반산업으로 고부가 가치를 만들어 내기에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이 되어버린듯 합니다. 이제는 지식과 발상의 전환으로 경제적 가치를 얻는 것을 넘어서, 과거에는 전혀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도 경제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죠. 녹색성장 사업, 웰빙, 급기야 탄소를 배출하는 것 마저 경제적 손이익을 따져봐야 하는 세상입니다. 스포츠 역시 과거의 기준에서는 “불필요한 수요”중에 하나였습니다. 150 여년전 본격적인 현대 스포츠가 태동했습니다. 그때는 ‘더 높게,더 빠르게,더 강하게’를 제창한 아마추어리즘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스포츠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부터 야구장안에서 판매되는 맥주 한 캔까지 어느것 하나 경제적 가치를 빼놓고 논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최근 몇 년 동안  월드컵과 WBC의 연이은 호성적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열기는 어느때보다 뜨겁습니다. 또한 주 5일 근무,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여가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하지만 아직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만성적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와의 연계적 사고도 미흡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스포츠와 거시경제의 관계를 살펴보고 프로스포츠 산업의 수익성 향샹을 위한 변화가 무엇인지 살펴 보았습니다.




중국에 부는 NBA 바람

올해 초까지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저는 곳곳에서 농구를 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NBA 슈퍼스타들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중국의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 효과” 덕분입니다. 데뷔 초기에 찰스 바클리가 ‘야오밍이 20점 이상 득점 하면 당나귀의 엉덩이에 뽀뽀하겠다’ 면서 폄하했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야오밍은 중국을 넘어 NBA를 대표하는 센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 중국인들의 우상 야오밍>

하지만 정작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TV속의 NBA 중계 였습니다. 공영방송인 CCTV에서는 야오밍이나 이졘롄 등 중국선수들의 경기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NBA 경기를 생중계 하고 잇었습니다. 마치 13억의 중국인들이 모두 NBA에 흡수 되어버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죠. NBA는 중국의 야오밍을 7500만 달러에 영입하여 중계권료로만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전역에 2만개가 넘는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유니폼과 기념품을 합치면 수입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코카콜라나 맥도널드등 다국적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효과적인 마케팅 등의 무형의 효과도 엄청나다고 하네요.

이는 미국이 최대 채권국가인 중국에서 의류나 신발 수십만 켤레를 수입하는 것과 맞먹는 수치 입니다. 스포츠 경제학자 앤드루 짐발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의 NBA의 성장 속도를 볼 때 투자 대비 효과는 50배를 상회할 것” 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처음에 박지성을 계약한 금액은 연봉 52억 이었습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서울에 와서 투어를 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은 4일에 200억이 넘습니다. 박지성 선수 역시 PSV 아인트호벤에서 맨유로 이적할 당시에 일부에선 유니폼 수입원에 불과하다는 폄하도 있었던거 기억하시나요?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맨유의 박지성” 이라는 국가브랜드와 자존심을 얻었고, 연이어 EPL에 우리나라 선수를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룩했죠. EPL 역시 막대한 중계권료와 의류,기념품 수입, 영국 현지의 관광상품화를 얻었습니다. 또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마케팅의 구심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맨유와 우리나라 양국에 일종의 win-win 게임 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현재의 스포츠는 국경을 넘어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류의 바람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도 가능성도 있을까요? 아시아의 선수들을 멀리보며 활용하여 한국 스포츠를 한류의 중심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법 합니다. 때로는 “불필요한 수요”를 활용하는 역발상의 지혜도 필요하죠.




일본 경제의 구원투수 한신 타이거즈

2003년 가을 아사히 신문을 보다가 “일본 경제의 구원투수 한신 타이거즈” 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즘 해서 한신타이거즈는 일본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앞다투어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할 경우 관서지방을 위시해서 일본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6조원 안팍” 이라는 보도를 내놓았어요. 또 우승할 경우 “한신 팬 한 사람 당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1만엔에서 2만엔을 사용할 것” 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만년 꼴지의 반란에 일본인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 라는 희망을 얻었고, 심지어 금융재정 장관과 일본은행 총재 등 정부 고관들도 "일본 경제 를 위해서라도 우승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한신타이거즈 라는 팀은 대체 어떤 팀일 까요? 이렇게 열광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으면 매년 우승하는 팀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거 같은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935년 창단 이래 고작 1회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패 결과에 관계없이 경기가 있는 매번 4만 6천233명의 관중은 그 유명한 갑자원 구장을 가득 매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야구장으로 이끄는 것 일까요? 그것은 한신이 오사카, 아니 더 정확히 간사이 지방의 자존심 이기 때문입니다. 도쿄를 연고로 하는 요미우리에 대항하기 위하여 창단된 한신 타이거즈는 지금도 반도쿄 정서의 선봉입니다. 일본의 진보신문 아사히 신문 역시 이 오사카가 원류 입니다.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인에게도 한신 타이거즈는 간사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이들에게 한신은 야구팀 이상의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 입니다.

이 팀에 아주 유명한 응원가가 하나 있습니다. 로꼬로오시 라는 제목의 응원가는 이 지방 사람들에게는 국가(國歌)와도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영국 프로축구 리버풀의 ‘you will never walk alone’ 과 함께 최고의 응원가로 꼽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한신 팬들이 스스로를 일본의 리버풀로 부르는것, 한신과 리버풀의 대다수 관중이 노동자와 서민층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pDKPaO7YTmw
<한신타이거즈의 유명한 응원가 로꼬로오시(六甲おろし)>

한신을 대표하는 것 하면 또 한가지가 있는데 경기 중반에 모든 관중이 하나 되어 펼치는 풍선 퍼포먼스 입니다. 이 장관을 보기위해서 먼 곳에서부터 오는 사람도 있다니 대단하지요?

http://www.youtube.com/watch?v=R5esDOiKtnk
<한신 타이거즈의 트레이드마크 풍선 퍼포먼스>

각설하고, 다시 경제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하던 해에 경제효과들을 분석한 것을 보면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관서 지방의 소비 증대로 인한 경기 회복 입니다. 월드컵의 4강 진출이 한국 경제에 순수 소비증대로 인한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측했던것과 비슷합니다. 한신의 우승으로 흥이 난 간사이 지방 사람들이 그 동안 닫았던 지갑을 열고 소비를 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해 겨울 오사카의 폭탄 세일과, 공짜 생맥주, 서비스등은 소비를 더욱 활성화 시켰습니다. 이 가을의 들뜬 분위기의 간사이 지방은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에 어느정도 숨통을 터줬습니다.

이는 현해탄 건너에 바로 위치한 부산을 연고로 하는 모 구단의 이야기와도 비슷합니다.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3만관중이 어김없이 운집하죠. 야구가 밥 먹여 주지는 않지만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불황기에 이렇게 축제분위기 속에서 나마 팬들은 먹고 마시는데 돈을 씁니다. 또한 집에서 시청하는 팬들도 통닭,피자 등을 시켜 먹겠죠? 또 밖에서 오뎅 파시는 아주머니부터 김밥행상 까지 모두 흥이 납니다. 흥이 나야 돈을 쓰고 돈을 써야 돈이 돌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미국 프로야구(MLB)에서도 지역경제에 효과를 미치는 사례들이 있어요. 월드 시리즈가 다가오면 미국인들은 좀더 좋은 화질로 생생한 경기를 즐기기 위하여 TV 소비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또한 새로운 구장이 지어지면 그 지역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효과도 무시하지 못하겠죠. 심지어 마이너리그를 보기위한 지역민들의 지출과 마이너리그 팀들의 세금 역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왜 수익을 올리지 못할까?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유래없는 최고의 흥행 대박입니다. 그렇다면 프로구단들의 수익도 대박 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한해 롯데 자이언츠를 빼고 모든팀이 만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난 관중으로 인한 입장료 수익에 따른 것입니다. 유니폼이나 기념품을 팔거나 팬들의 모구단의 상품구매로 직접적으로 연관된 수익은 아닙니다. 그동안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모기업의 홍보 효과에 집중하였습니다. 기실 프로구단의 운영이 광고효과에 효자노릇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기업들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였고 이제는 굳이 프로구단을 통해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구조적인 변화를 통하여 프로구단 자체로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프로구단들이 다른 외국 구단들 처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 태생적 한계를 들 수 있습니다. 2009년 국내 스포츠 시장은 GDP대비 약 3% 불과 하다고 합니다. 이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일본이나 2000억 달러의 미국과 비교 해볼 때 대단히 불리한 조건입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세이프코필드>

두번째는 구단의 경기장 사용의 구조적인 문제점입니다. 국내 경기장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임대기간이 3년으로 한정되 있습니다. 이런 조건속에서 외국처럼 구장의 이름을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네이밍 마케팅(naming marketing)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들자면, 시애틀의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의 세이프코는 본래 서부의 조그만 보험회사 였습니다. 그러나 시애틀 홈구장의 권리를사게 되면서 순식간에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밖에도 경기장안에 대형 쇼핑몰이나, 고급음식점, 기념품 스토어, 등 다양한 위락 시설을 유치함으로서 수익 창출을 기대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대한야구협회회 강승규 회장(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지방자치단체가 경기장을 25년 기간 내 임대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산업진흥법)” 이 곧 법안심사를 밟는다고 합니다.


                                 <MLB모자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내 상품들 >

세번째는 기업들의 목적의식 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모기업은 프로 구단을 홍보수단으로만 취급합니다. 구단자체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장논리에 의한 철저한 경제적 관점으로 구단을 운영해야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층에게 유행한 MLB 모자를 보면서 저는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 MLB 모자는 심플한 디자인과 다양한 치수 외에는 그다지 내새울만한 프리미엄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젊은이들의 머리 위를 점령해버렸습니다. 현재 KBO의 야구 기념품의 품질적인 측면이나 공격적 마케팅이 매우 아쉽습니다.

           
이와 함께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한신타이거즈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한신타이거즈가 일본 경제를 살리는 두번째 이유는 한신의 라이센스 효과 입니다. 실제로 2003년 우승 당시 오사카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한신의 로고가 박힌 것은 무엇이든 날개 돋힌듯 팔려 나갔습니다. 일본의 두번째 국철인 한신-한큐센 국철만 타고 다니는 골수팬의 수도 늘어 났고, 한신백화점은 개장 전부터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한신타이거즈 관련 상품들은 상상이상의 인기를 누린다> 출처:마이니치 신문

한신의 팬들은 한신타이거즈를 생활속의 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할까요? 저는 팬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돈이 안되는 부분부터 투자를 시작해야 합니다.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를 마치 가족,식구 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신 타이거즈의 팬들은 경기가 20대0으로 지고 있어도 언제나 로꼬로오시를 합창합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바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마케팅담당 롭갈라스는 팬들에게 승리를 보장해줄 순 없지만 재미를 보장해줄 순 있다고 말했다. 외국보다 열악한 환경의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팬들 깊숙이 침투 하는 것 이라고 봅니다.

인천의 시민구단 인천유나이티드가 4년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대기업의 지원없이도 시민구단으로서 팬과 구단, 지자체가 협동해 일궈낸 쾌거입니다. 앞으로도 국내 프로스포츠 토양에 조그마한 변화의 씨앗들로 풍성한 열매가 맺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정보가 유익하셨다면 <몬이의 블루마블>을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