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오후 3시 30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건물 2층 국가기상센터. 기상센터 전광판에 띄워진 위성자료 검색시스템 등에선 각 지역의 기상 상황이 빠르게 업데이트됐다. 지난주에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일부 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기상 상황을 파악하는 예보국 지원들의 눈동자는 더욱 매섭게 돌아갔다. 기상청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예보관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광주 예보관 나오세요."
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신현태 총괄예보관이 전국 예보관 화상회의의 시작을 알린다. 전국 예보관 회의에는 서울 본청 예보관 2명과 10개 지방기상청 예보관이 참석한다. 매일 오전 5시와 11시, 오후 5시와 11시 기상예보가 발표되기 전에 열린다. 서울 본청 및 지방기상청 예보관들은 화상을 통해 기상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협의해 예보를 확정한다. 그래서 국가기상센터는 예보의 총사령부다.
"광주 예보관입니다. 18시 전후로는 구름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상 강수량은 5~20밀리미터로 잡겠습니다. 일단 내일 소나기 여부는 아침에 인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전 5·11시, 오후 5·11시 전국 예보관 화상회의
광주지방기상청 예보관이 의견을 제시하자 신 예보관은 "레이더망으로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니 소나기 가능성을 더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여름철이다 보니 신 예보관은 대전, 부산 등 다른 지역의 예보관에게도 소나기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거듭 요청했다. 기상정보의 대외 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육명렬 예보정책과장은 예보관들의 회의 상황을 빠짐없이 수첩에 기록하며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었다.
지방기상청 예보관들의 의견 제시가 끝난 뒤 김남욱 총괄 예보관의 날카로운 총평이 이어진다. 여기서 각 지방의 예상 예보를 보완하고 수정한다. 김 예보관은 예보 총괄 업무를 맡는 기상청 수석 총괄예보관 4명 중 한 명이다.
"서울은 21시부터 24시까지 소나기를 반영했기 때문에 인천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해주세요. 전체적으로 강수량을 너무 적게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소나기가 안 오지만 따뜻한 지면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밤까지도 가능서이 있어요. 다들 너무 좋은 쪽으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 예보관의 따끔한 지적은 5분여 간 '가감 없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몇 분간 예보국과 각 지방기상청 예보관들을 비춘 화상 너머로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곤 한다.
회의를 마친 김 예보관은 자리에 앉아 다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잠시 쉴 만도 한데 스스로 여유를 주지 않았다. 김 예보관의 눈동자는 여러 대의 컴퓨터 중 자연스럽게 메신저카 켜져 있는 컴퓨터로 향했다. 메신저에 깨알 같은 글씨로 각 지역 기상 상황이 수시로 보고되고 있었다.
수치예보 모델 성능·관측자료·예보관 역량이 예보 결정
보통 예보 역량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은 수치예보 모델 성능, 관측자료, 예보관의 역량이라고 말한다. 비중으로 따지면 순서대로 40퍼센트. 32퍼센트, 28퍼센트다.
하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하다. 3세대 슈퍼컴퓨터가 정교하게 수치모델 계산을 수행해 얻어진 데이터와 각종 관측자료가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바탕으로 최종 예보를 내리는 것을 예보관들의 몫이다. 그들의 경험과 판단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그만큼 부담도 크다. 과학에 불확실성이라는 짐을 안겨주는 자연과 정확한 예보 사이에서 늘 고민이 많다고 한다. 김 예보관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어디까지가 과학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보할 때마다 수학처럼 1+1=2라는 답이 항상 나왔으면 좋겠어요."
고민의 연속이지만 예보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선 확고한 견해를 갖고 있다. 어떠한 과학적 데이터라도 예보관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돌도끼를 가진 사람과 총을 가진 사람이 사냥을 한다고 칩시다. 누가 잘할까요? 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보도 마찬가지죠. 흔히 예보관들 사이에선 '지경노'라고 합니다. 지식, 경험, 노하우를 말하죠. 이것들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예보관으로서 직관이 흔들린다고 봐요. 날씨라는 건 똑같은 패턴이 없습니다. 유사한 사례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지식뿐 아니라 경험이나 노하우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 쌓기 비법이 있느냐고 묻자 새벽에 호우 일기예보를 내고 집으로 퇴근할 때 많은 경험을 쌓는다고 말한다.
"새벽에 일기예보를 내놓고는 오전 8시에 퇴근해 자야 하는데, 집에서도 컴퓨터로 기상청 레이더 정보를 체크하고 있어요. 그러다 지쳐서 쓰러지죠. 사실상 24시간 근무인 셈인데 그것이 애착이고 욕심이고, 결국 경험으로 남는 것 같아요."
예보국 예보정책과장도 일기예보에 민감한 국민과 아주 가깝게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예보 서비스의 시행과 운영, 정책 연구의 주무부서이기 때문이다.
예보정책과의 김병춘 기상사무관은 다양한 자료들을 기자에게 내놓았다. 올해 6월 15일부터 시행된 초단기예보 시범서비스 현황, 8월 초 태풍 '뎬무'의 상륙 당시 특별대응반 가동 내역, 해수욕장과 산악 예보 서비스 실시 현황, 안개특보 시행 추진(9월 발표 기준 확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모두 국민을 지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1일~7월 31일) 기상청 예보 업무에 대한 대국민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만족스럽다는 응답이 81.9퍼센트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해 69.3퍼센트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날 예보국을 방문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출처 :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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