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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아이패드 계기로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 알아보니


애플의 아이폰 열풍에서 보듯이, 최근 IT경쟁력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급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와 가트너 보고서는 2002년부터 반도체·휴대폰·DTV 등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연평균 8.2%씩 성장해 2015년 1조 7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거대시장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세계 평균에 비해 2~3배 높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5년에도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여전히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의 28.7%가 순이익인 알짜산업

소프트웨어는 품질이 고도화되기 위한 필수 구성요소다.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급증하면서, 2008년 기준 15위인 우리 GDP를 세계 10위 이내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반도체의 3.7배, 휴대폰의 7.6배, LCD TV의 28.6배에 이른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매출 10억 당 6.4명으로 제조업의 6배이며, 매출 28.7%가 순이익인 알짜산업이다.

하지만 국내 IT산업에서 패키지 소프트웨어(packaged program:각각 일정 목적으로 개발된 프로그램들의 통합제품) 및 IT서비스 생산액은 2008년 24조원으로 IT총생산의 8%에 불과하다. OECD 국가 평균은 24%에 달한다. 또한 국내 소프로웨어 수출비중은 1.3%로 인도 66%, 아일랜드 25%, 이스라엘 20%에 비해 매우 낮다. 중국의 지난해 소프트웨어산업 매출액은 9513억 위안으로 2008년 대비 25.6% 성장했다. 소프트웨어 수출규모는 동기 대비 14% 증가한 185억 달러로 집계돼, 한국의 2013년 수출목표인 150억 달러 (전체 예상 수출액 대비 1.54%)를 이미 넘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휴대폰·DTV 등 하드웨어 제조업과 초고속인터넷과 같은 IT인프라는 우수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8%에 머물러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시장조사기관인 NPD 조사 결과 지난해 반도체, DTV 그리고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61%, 35.4%, 30.6%인 것을 볼 때 그 불균형은 분명해진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8%에 불과하다.

세계 통신단말기 시장에서 매우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온 하드웨어 중심의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애플을 비교할 때 이런 우려는 더욱 극명해진다. 애플은 아이폰 단일 제품을 2500만대 팔아 17조 9천억 원의 매출과 5조원(영업이익률 29%)의 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제트폰, 옴니아폰 등 수백종 (국내에만 110종)의 휴대폰 및 스마트폰을 2억 2700만 대 팔아 42조 1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이익은 4조 1천억원 (영업이익률 9.8%)에 불과했다. IT융합 추세에 따라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embedded system, 시스템을 동작시키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내장해 특수한 기능만을 가진 컴퓨터 시스템)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 결과 국산화율이 8%로 매우 낮다. 패키지 소프트웨어도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25%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위기를 맞고 있다.


공정경쟁 환경 절실해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로열티가 아닌 턴키 (일괄수주) 방식의 저가 발주, 지적재산권 보호 미흡 등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더구나 한국 관세청이 에콰도르 관세청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우리나라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을 수출하는 등 소프트웨어 업체가 개발한 IT 서비스의 지적재산권을 정부가 직접 판매에 나서는 척박한 상황이다.

사실 제대로 된 국내 시장이 조성되면 소프트웨어산업과 IT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가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 전략'과 같은 계획을 거창하게 따로 발표할 필요가 없다. 현재처럼 기술보다는 가격에 의한 개발업체 선정, 원격지 소프트웨어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 관행, 설계 또는 과업 내용 변경에 따른 추가대가 미지급, 다년계약이 허용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제시해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제품의 신규 라이센스 구입 시 개발원가가 아닌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유지보수·교육·컨설팅 등 서비스 비용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저가수주 → 수익악화 → 저임금 지급 → 생존을 위한 업체 간 과당 경쟁' 의 악순환이 선순환 구조로 바뀌고, 대부분의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될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국내 시장에 안주하면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IT서비스 및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실패하는 문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전문가가 아닌 단순 노무자와 같이 대우하면서 발생하는 우수 인력의 기피 현상, 그리고 IT 서비스 산어과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의 명확한 구분 및 선택과 집중을 이루지 못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어 육성에 실패하는 등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80년 대 말, 1조 원의 과학기술처 '슈퍼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그동안 많은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은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관련 전문가 집단은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왔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업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 KDI <나라경제>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