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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2010년 개발자 르네상스 시대 만든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악순환의 고리를 쳇바퀴 돌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제정한 지 10년이 지났고,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이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현 정부는 정권 초기 IT 및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해 다소 소홀했던 것과는 달리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IT 특보를 임명하고, 정보화추진전략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했다. 앞으로 3년간 1조 원을 추가로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너무나 열악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산업 환경이 이렇게 열악한 것은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탓은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정부가 소프트웨어의 특성과 산업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정책을 펴온 측면은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구매 시 국제 관행이 지켜지지 않은 점, 무능한 공급자로서의 소프트웨어 기업, 함량 부족 인력을 배출한 대학, 엉터리 법을 만들었던 국회 그리고 불법복제를 즐겼던 개인 소비자까지 어느 누구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비자로서의 정부는 그간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살아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1995년 정부가 전자결재시스템 표준을 제정 고시 하자 여러 전문기업이 그 표준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해 정부는 전자결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전 관공서에 나눠 주었다. 이런 관행이 그 후 10여년 간 더 심화되었다. 그 와중에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 하나 둘 사라져갔다. 콘텐츠는 한번 개발해 여러 방면에서 사용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인데 정부가 지원했다는 이유로 그 소유권을 정부가 가지려는 경우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거래의 국제 관행은 낱개 단위 라이센스 제도이다. 다수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판매할 때 개발한 회사가 이익을 남기고, 그래야 기술에 또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라이센스로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슈퍼 갑(甲)이 중소기업에게 '몇 푼 줄 테니 내놔' 식 구매를 강요한다. 대규모 소비자인 정부와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구매에 있어서 국제적 관행만 지켜주면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은 성장한다.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이 팽배한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한다는 것은 곧 실패를 의미한다. 20여년 전 당시 최고의 수재들이 모여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고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상품을 제작했지만 지금 살아남은 이들은 불법복제를 피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의 포탈이나 게임, 그리고 하드웨어가 개입되는 상품을 만든 자들 뿐이었다. 소프트웨어를 복제해도 그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것은 소프트웨어 회사에게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강력한 지적재산권 제도로 지켜주지 못하면 소프트웨어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지난해 개정된 저작권법은 소프트웨어산업을 지켜주지 못한다. 이 법에서는 별도의 조항이 없으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의뢰한 자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권뿐만 아니라 제작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2차 저작물 작성권까지 갖도록 돼 있다. 발주자는 이렇게 확보한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판매한다. 발주자가 사용권만을 갖고 개발자가 저작원을 유지하는 선진국의 관행에 비해 현재의 이런 법 제도는 개발자에게 너무나 불리하다.

2009년 미 의회는 21세기 경제에서 컴퓨터 교육의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컴퓨터 과학 교육기간을 선포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컴퓨터 교육을 활성화해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융합인재를 키울 수 있다.

우리에게 온 기회

인터넷과 모바일이 활성화됨에 따라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급격하게 변한다. 필요한 만큼 컴퓨터 지원을 빌리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사용하는 만큼 소프트웨어 값을 지불하는 제도도 흥미롭지만, 이런 사용 모델은 불법복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필두로 모바일 서비스의 활성화,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Open Market)의 성장에 따라서 좋은 소프트웨어만 만들면 쉽게 세계에 팔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개발자 르네상스의 도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IT추세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함께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작동하는 하드웨어 종류, 소프트웨어 계층, 영업 형태에 따라 다양한 산업 영역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모든 영역에서 잘할 수는 없다. 우리 능력과 경쟁자 수준을 비교해 이길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모바일 소프트웨어산업에 커다란 기대를 거는 것은 그 시장이 크고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하다는 일반적인 이유 외에도 우리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요인이 있다.

지난 3월 23일, KT는 <IT KOREA 르네상스를 위한 스마트폰 어플 개발자 지원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사진출처:경제투데이)


우리나라는 세계 모바일폰 제조에서 30% 이상을 석권하고 있으며, 1980년대 이래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생활화했던 IT강국이다. 더구나 모바일 응용 시장의 큰 축을 형성하는 게임 분야에서 강국이다. 이에 더해 2000년 IT벤처 붐을 경험했던 많은 개발자, 창업가들이 아직도 건재한다. 또한 교육, 의료정보 및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 전자정부 교통시스템 등 모바일 서비스를 적용할 신산업영역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모바일 개발은 우리의 약점인 열악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분야이다. 앱 스토어(App Store)를 통해 사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체제는 지적재산권 피해가 경미한 거래 구조이고, 또한 모바일 앱 개발은 창의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속성에 잘 맞는다.



지난 3월 11일 오후 KT서초사옥에서 열린 <앱 공모전 시상식>에서 액션 퍼즐게임인 '스틱히어로즈'를 제작해 최우수앱상을 받은 '이노디스'의 김규범 이사 (가운데)가 시상식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KDI 나라경제 4월호)


우리나라의 먹을거리 산업인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이 세계를 제패한 데는 우리 제철산업의 굳건한 뒷바딤이 있었다. 산업의 쌀인 철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제철산업을 육성한 것이 지금 나라를 먹여살리는 것이다. 제철산업에의 투자와 육성은 우리 민족에게 너무나 극적인 사건이다. 그럼 이제 다가올 지식기반 경제사회에서 산업의 쌀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모든 산업에서 핵심 요소로 쓰이고 그것의 경쟁력이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이 되는 것, 그것은 바로 소프트웨어다. 철강산업이 그 산업 자체보다 조선산업, 자동차산업을 통해 빛을 발하듯이 소프트웨어산업은 이를 이용하는 지식산업, 문화산업 그리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그 어느 산업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현재의 모바일 혁명은 우리에게 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국민의 지혜를 모아 바른 정책을 만들고 결연한 의지로 집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책입안자들은 겸허해야 한다.

출처 : KDI <나라경제>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