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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야구 하나로 8천억 벌었다


스포츠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02년 대한민국은 ‘붉은 열기’에 휩싸였다. 월드컵 4강의 기적은 축구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거리 응원’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쿠바, 미국, 일본 등을 모조리 꺾고 ‘전승 금메달’을 따내 국민을 열광시켰다. 야구대표팀은 올해 WBC에서도 일본과 명승부를 펼치며 준우승을 차지, 열기를 이어갔다.

이런 것들은 물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다.
그러나 스포츠마케팅에서는 오래 전부터 스포츠의 효과를 돈으로 따지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은 물론 무형의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는 노력도 포함돼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이 언론에 노출된 지면의 크기와 시간을 광고비로 환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WBC 기사가 신문 1면 톱기사로 보도됐다면
그 크기만큼의 1면 광고비와 맞먹는 효과를 거뒀다고 계산한다.
또 방송 뉴스 시간에 1분 동안 노출됐다면 그 시간대 1분짜리 광고비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 조선일보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WBC는 한국에서만 수백억대의 광고 효과를 얻은 셈이다.

과연 그럴까.
단발성으로 칭찬 일색의 기사라면 오히려 광고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다. 긍정적인 기사도 있지만 부정적인 기사도 있다. 더구나 기사에는 여러 사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똑같은 크기의 광고와 비슷하다는 결론은 아무래도 ‘억지 춘향’이다. 또 하나는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 상승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체육과학연구원 박영옥 박사와 경희대 김도균 교수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WBC에서 준우승을 거두면서 세계에 ‘대한민국’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높인 경제효과는
 6,367억원이었다. 계산 방법이 워낙 복잡해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얼핏 봐도
 야구 대표팀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자부심이 상승한 우리 국민이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킨 효과와 실제 야구 관련 매출이 늘어난 것을 합치니 그것도 2,028억원으로 계산됐다. 총 8천억원이 넘는다. 그러면,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어떨까. 간사이 대학의 미야모토 교수는 일본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550억엔(약 7,200억원)으로 계산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단시간에 이 정도의 경제효과를 주는 이벤트는 흔치 않다. 기분이 좋아진 사람들이 꽁꽁 닫았던 지갑을 열어 쇼핑과 외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9년, 전세계가 경제위기에 휩싸여 있다. 경제대국 미국은 빅3 자동차업계가 흔들리는 등 언제 위기에서 벗어날지 모를 지경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연일 ‘한국이 위험하다’고 호들갑 떨던 영국 언론이 ‘한국은 대단한 나라’라고 입장을 바꿀 만큼 한국경제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그것이 WBC의 간접효과라고 단정하는 것은 분명 견강부회다.
하지만 불안에 떨며 움츠리고 있던 국민이 WBC에 열광하면서 긍정의 힘과 희망을, 그리고 여유를 찾게 된 것은 틀림없다.
외환위기 속에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던 1998년,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국민에게 큰 힘을 줬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한국 국민의 기질 중 하나가 ‘신바람’이다. 한번 바람을 타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는 전세계에 ‘작고도 큰’ 한국의 파워를 마음껏 드러낸 대형 이벤트였다. 



                                                                                     글 : 손장환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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