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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 '동화'일까 '경제 풍자소설'일까

경제학은 경제학 책들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학문일까요? 그것은 아닐 것입니다.

경제학은 인문학, 정치학, 경영학 등의 학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문학작품 속에서도 경제학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과거 문학작품들을 읽다보면 그 속에 펼쳐져있는 경제사를 볼 수 있게 되는데요.

디킨즈의 소설 '위대한 유산'을 통해서는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19세기 영국의 현실을 볼 수 있으며,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를 통해선 은행에게 돈을 빼앗기고 켈리포니아주로 이주해서 가난하게 사는 조드 일가의 모습에 비친 세계 대공황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국내고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반전이나 허생전에서 양반 남편의 무능력을 비판하는 현실적인 부인들을 통해 조선후기 농업생산 발전과 상품화폐 진전으로 신분에 입각한 봉건지배질서가 크게 동요되는 시대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의 문학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경제상황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것은 색다른 경제학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떠나보실까요?

당대 경제사를 자세히 다루고, 경제문제를 비판했던 유명한 문학작품 속으로, 고고고~


세계최초 가격거품을 묘사한 '검은 튤립'

‘삼총사’로 유명한 작가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검은 튤립’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버블을 그린 작품으로, 17세기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튤립을 놓고 벌여지는 탐욕과 음모를 그렸습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더 불리기 위해 튤립이라는 꽃을 이용했는데요. 이들은 가격 상승을 목적으로 튤립을 거래해  가격거품을 형성했지만, 높은 가격으로 팔리던 튤립가격이 갑자기 급락해 많은 손해를 보았습니다. 이는 세계 경제사에서 볼 때 과열투기현상으로 인한 최초의 가격 거품현상이었습니다.

검은 튤립은 당시 유행했던 튤립열풍에 편승해 네덜란드 원예협회가 엄청난 상금을 걸어 검은 튤립 개발대회를 열게 되면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검은 튤립을 개발하고 얻기 위해 무수한 탐욕과 음모로 벌여진 사건, 사고를 묘사하고, 부의 상징이었던 검은 튤립 개발에 매진했던 주인공의 비참한 결과를 통해 당시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과열투기현상인 ‘튤립 열풍’을 풍자한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화폐발행을 경계한 ‘드레이피어의 서한’

조나단 스위프트는 18세기 아일랜드가 영국의 식민지일 때, 활동하던 작가로 ‘걸리버 여행기’를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조나단 스위프트는 그 이전에 ‘드레이피어의 서한’이라는 글을 먼저 발표했습니다. 우리에게는 ‘걸리버 여행기’가 익숙하지만, 이 시대에는 ‘드레이피어의 서한’이 오히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유명했는데요. 당시 영국은 이 글을 쓴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현상금까지 걸었다고 합니다.

당시 아일랜드는 잔돈으로 쓸 화폐를 필요로 했으나, 동전을 만들어 들여오는 특권이 영국인 투기업자 인 월리엄 우드에게 인가돼 논란이 되었는데요.

아일랜드인인 스위프트는 가상의 작가 ‘드레이피어’를 통해 총 네 편의 편지를 쓰고 아일랜드의 상업계층에게 그들이 우드의 동전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그 중 특히 첫 번째 편지는, 한 병사가 술집 주인으로 하여금 그의 반 펜스를 가지도록 위협하는 한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윌리엄 우드의 동전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해 상품가격은 평상시보다 훨씬 뛰고, 그 피해가 고객에서 소유자에게, 다시 분배자에게, 농부, 지주에게까지 퍼지는 과정을 통해 전 사회 구조가 파괴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위프트는 윌리엄 우드 동전들의 많은 양, 보잘것 없는 세공, 그리고 위조 가능성 등을 들어 우드가 원하는 만큼의 많은 동전들을 만들 수 있다면, 그는 아일랜드의 경제를 혼자 힘으로 파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적 사안과도 관련이 깊은 이 문학작품은 화폐를 들여오는 자가 화폐를 많이 공급함으로써, 경제가 파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금본위제를 비판한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인 신문편집자 L.프랭크 바움의 글에 W.W.덴슬로가 삽화를 그린 총14편으로 된 문학 작품입니다.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고 좋아서 영화와 만화, 소설화되어 전세계에 사랑받게 된 미국대중문화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캔자스 들판에서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도로시는 멀고 낯선 오즈의 나라에 도착합니다. 도로시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마법사 오즈가 살고 있는 에메랄드 시로 가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길에서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고 같이 동행하게 됩니다. 에메랄드 시에 도착했지만 마법사 오즈는 도로시와 친구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도로시가 신고 있는 은구두를 툭툭치면서 소원을 빌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오즈의 마법사가 저술된 19세기말 미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통화제도로 금이 있는 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금본위제를 채택했고, 미국 물가는 크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습니다.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을 포함한 금,은본위제를 채택해 결과적으로 통화 공급을 늘리고 물가하락을 방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금본위제 유지를 옹호하는 맥킨리가 대통령이 돼 금,은본위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행으로 옮겨지지지 못합니다.

경제학자, 문학가들은 오즈의 마법사의 스토리를 통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금본위제를 풍자했다는 경제학적 해석이 있는데요.

마법사의 이름은 오즈(Oz)는 금 등의 무게를 재는 단위인 '온스'의 약자라 합니다. 주인공 도로시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허수아비는 가난한 농민, 양철 나무꾼은 산업 노동자, 그리고 소리만 크고 겁 많은 사자는 힘없는 정치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서쪽에서 불어 닥친 회오리바람은 금본위제와 금.은본위제의 정치적인 대립을 의미하며, 도로시가 은구두를 신고 노란 벽돌길을 걷는데, 여기서 은구두는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은본위제,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를 말한다고 합니다.

즉, 금이 귀해 디플레이션이 유발됐기 때문에 당시 보유량이 풍부했던 은을 화폐의 기준으로 삼으면 인플레이션이 촉진되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는 내용입니다. 흥미롭죠?^^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말합니다. 경제사도 역사의 한부분인데요. 위에 소개한 문학작품에 나타난 경제문제들은 현재에도 비슷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튤립거품에서는 일본의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부동산거품, 혹은 미국발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떠올릴 수 있고, 드레이피어의 서한에 저술된 당시 경제문제는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축통화였던 달러화가치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아직까지도 몇몇 경제학자들은 금,은본위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문학작품에 나타난 경제문제들이 현재에도 계속된다는 것. 문학작품이 전달해주는 생생한 경제문제들. 어떻게 보면 문학과 경제는 떨어트릴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