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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중국 위안화, '국제 통화'로 굳히기 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3일 "위안화를 이용한 무역결제가 1년 새 1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2009년 36억 위안에서 2010년 4394억 위안 규모로 상당히 성장했는데, 이에 따라 동아시아 권에서는 위안화가 무역통화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국 경제의 범위가 상당히 커져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를 빼놓고 국제 경제를 얘기할 수없을 만큼 성장했습니다. 중국의 통화, 위안화 역시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기사를 통해 위안화에 대해서 한 번 파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안화의 현 영향력은 어느 정도이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한계점은 없을까요?

위안화의 현재 위치
국제적으로 쓰이는 통화 중에서 두 가지만 고려할 때, 단연 달러화와 유로화가 꼽힙니다. 달러화와 유로화는 국제 외환보유고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실질적인 국제 무역 거래를 위한 일종의 매개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위 : %, 출처 : IMF)

위 그래프는 ‘07년부터 ‘10년까지 매년 4분기를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고의 통화량 비율을 산출한 그래프입니다.
U.S dollars(달러화)는 매년 61~64%를, euros(유로화)는 매년 26~27%를 기록하면서 세계 외환보유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왜 위안화는 외환보유고 비중에 포함되지 않았을까요? 실제 IMF가 위안화를 제외하고 통계를 수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프에서 보여준 그대로 위안화는 아직까지는 유명무실한 통화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각국의 외환보유고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역시 위안화를 보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이죠.

그렇다면 위안화가 어떠한 환율 체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중국은 현재 통화바스켓제도를 다시 가동시켜 미국과 유럽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 대한 화답을 하고 있습니다.
통화바스켓제도란 주요 교역 상대국이나 외환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통화가치를 가중 평균하여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즉 몇 개국 통화를 하나의 바구니 안에 넣어서 경제적 연관 관계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두고, 이를 평균해서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죠. 따라서 이 방식을 이용하면 자국 통화의 가치가 달러화와 같은 특정 외국 통화에 대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바스켓에 포함된 다른 통화의 가치 변화에 따라 변동하게 됩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 자체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철폐해야 할 장치라고 많은 이들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외환시장의 자유화를 급속히 진행시키는 점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 자율적 환율제도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등극을 위한 중국의 노력
그렇다면 중국정부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2010년 3월 G20 정상회의를 앞둔 3월 25일, 중국인민은행장은 초국적준비통화(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를 국제 기축통화로 사용하자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불신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이슈 제기는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국제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던 ‘IMF의 개혁’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지난 해 4월 2일 G20 정상회의에서는 IMF의 대출 재원 규모를 기존 2,5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를 증액한 총 7,500억 달러로 정했고, 신규로 SDR(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을 배정해 2,50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기로 했습니다.(여기서 IMF의 SDR에 대한 개념은http://bluemarbles.tistory.com/1451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SDR 바스켓에 포함된 통화는 달러, 유로, 엔, 파운드로만 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31일 중국 난징에서 진행된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프랑스 측이 환율 시장 안정을 위해 IMF 권한을 강화해야 하고, 위안화 등 이머징 통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미국 측 역시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는 등 SDR에 위안화 편입에 대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기능으로서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되는 것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의 노력을 풀어내기에 앞서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만든 미국의 역사적 사례를 들면서 그 역사를 그대로 답습하려는 중국의 모습을 찾아보도록 할까요?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전성기에 기반한 금본위제도하에서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했습니다. 1860~1914년 동안 세계 교역의 약 60%가 파운드화로 결제되고, 1913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파운드화의 비중은 48%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제1차 세계 대전과 함께 영국경제가 어려워지면서 1919년 영국은 파운드화의 금태환(금과 파운드화 간의 교환)을 중지했고 미 달러화에 대한 파운드화의 가치도 4.86달러에서 대공황이 일어난 1933년 4월 3달러대로 하락했습니다.
파운드화의 약세가 여실히 들어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파운드화는 힘을 잃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그 이후부터 미국은 영국을 뛰어넘는 경제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1913년의 측정치를 보면 세계 GDP 중 미국의 비율이 18.9%로 영국의 8.2%보다 무려 2배 이상으로 높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현재까지도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이에 따라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미국이 장악한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브레튼우즈’ 협정을 통해 미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금환본위제를 채택하게 됩니다. 이는 일정량의 금을 가져오면 달러화로 교환해주고, 달러화는 세계 무역시장에서 사용되면서 상품에 대한 가치를 매기게 되는 것이죠. 즉, 미국은 기존 파운드화를 통한 기축통화 체제를 달러화를 통한 기축통화 체제로 바꾸기 위한 일종의 기반으로서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이용한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의 GDP비율은 1913년 이후 영국 GDP 비율의 2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죠.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중국이 현재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벅찬 모습입니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 국가별 GDP현황과 국가별 1인당 GNI 현황에 대한 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성장을 해서 GDP부분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2위 GDP 국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미국 GDP에 비해 상당히 약한 모습이죠? GDP 규모에 있어서 중국(2009년 기준 49,847억 달러)은 미국(2009년 기준 141,190억 달러)의 35%에 미치는 수준입니다. 2016년이 되어야 중국이 미국 경제규모 수준을 따라잡는다고 하니,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아시아권을 먼저 공략하고 있습니다. GDP규모 면에서 미국을 압도하려 하고 있으며 아시아권에서의 무역 결제를 위안화로 통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위안화, 아시아 중심 통화 가능성은
중국은 장기적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아시아에서 1차적으로 대만 및 홍콩 등 중화경제권과의 교역 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고 이후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7월 ‘위안화 결제 시범관리방법’을 시행해 주요 도시와 홍콩, 마카오 및 아세안 10개국(ASEAN-10)과의 무역거래에 대해 위안화 결제의 시범실시를 시작한 이래 올해 3월에는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중국 내 전역으로 확장하는 등 중국정부는 활발하게 무역정책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위안화 무역결제 실적은 2009년 하반기 36억 위안에서 2010년에는 4,394억 위안으로 1년 만에 100배로 늘어났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위안화 무역결제 누계액 5,063억 위안(약 770억 달러)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 남짓한 미미한 수준이지만, 제도변화가 이루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은 중국 안팎에서 무역거래를 중심으로 위안화 선호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로,
금융부문의 국제화 시도 및 통화스와프 체결 현황을 들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2008년 하반기 리먼 사태의 충격으로 신흥국들이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질 조짐을 보이자 대규모 대외거래에서는 위안화 사용을 공식화하기 위해 각종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중국정부의 통화스와프 현황입니다.

금융부문의 위안화 국제화 시도는 주로 홍콩지역을 역외 금융시장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홍콩 내 개인이 위안화 계좌 개설(2004년), 홍콩에서 일부 외국인투자자(2005년)나 중국정부 및 본토의 국책은행(2007년)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등을 실시했으나,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왔던 것이 한계였죠.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홍콩간에 ‘위안화청산협정’ 개정안이 체결되고, 중국 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참여가 제한적이나마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위안화 금융거래가 점차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2010년 1월 말 기준으로 640억 위안 규모에 그치던 홍콩 내 위안화 예금액이 올해 1월에는 3,707억 위안으로 1년 사이 5배로 증가했습니다.

또한 위안화 표시 채권의 발행잔액도 2009년 말 160억 위안에서 작년에는 357억 위안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죠. 홍콩시장을 통한 위안화 금융상품의 증가는 금융자유화 및 개방이 중국 본토의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한으로 차단하면서, 무역결제를 통해 수취한 위안화를 예치 또는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홍콩을 통한 역외 금융시장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점을 살펴보면서 점차 아시아 내에서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무역결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근거가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느끼시나요? 하지만 여러 문제점이 아직까지 도처에 있습니다. 중국정부가 단시일 내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를 펼치지 않으면 국제시장에서는 위안화를 사용하더라도 환헤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적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또 위안화와 외화 사이의 완전한 자유태환을 보장하는 외환자유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해외은행들이 위안화를 사용하는 규모가 커질 수 없는 한계점을 가지므로 중국정부는 위안화 자유태환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개방화에도 힘써야 합니다. 앞으로 중국정부가 어떠한 추이를 보이면서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성장시키려 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