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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사건의 재구성 - 평범한 대학생 A의 경제생활

지방출신으로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한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A군. 그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중산층의 가정에서 동생과 함께 평범하게 자랐습니다. 그런데 최근 군대를 전역한 후 대학에 복학한 뒤, 예전과는 다르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은데요.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대학생 A군의 생활을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주변 친구와 선후배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이 글을 읽고 계신 대학생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평균 가정의 수입은
A군의 부모님은 50대 초반으로 두분 모두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에 속한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통해 한 달에 벌어드리는 수입은 약 380만원 정도. 이 정도 소득은 2010년 대한민국 전체 가계 월평균 소득인 363만원보다는 좀 더 많고, 베이비부머 가계의 월평균 소득 386만원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다.
A군 가정의 한 달 수입을 일 년으로 따지면 4,560만원이 된다. 언뜻 보면 한 가정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액수라고 생각될 만 하다. 하지만 A군 부모님의 생각은 다르다.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자녀를 둔 가정에서 넉넉하지 않다는 것. 자녀들의 교육비, 주거비, 식비, 의료비, 보험료, 연금, 세금, 기타 잡비 등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이 생긴다.

특히나 최근 솟을대로 솟은 대학등록금, 급등하는 전∙월세,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로 인한 생활비 등 대학생인 A군에게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 하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A군은, 부모님께 손을 벌릴 때마다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출처 : 연합뉴스

끊임없이 인상되는 대학등록금
대학생인 A군의 1년 등록금은 750만원(2010년 대한민국 사립대학 평균등록금 754만원). 군대 가기 전만 하더라도 600만원을 조금 넘던 등록금이 그새 이렇게나 올랐다. 최근 10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국공립대가 115%, 사립대가 81%라는 통계자료를 보니 그럴만도 하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35.9%라는데 이 정도 상승률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등록금 천 만원 시대에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고민, '어디서 살 것인가'
A군은 고향이 지방이라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기숙사나 자취 혹은 하숙을 해야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볼까 했지만 자리도 부족하고, 최근에는 외주업체가 들어와 기숙사를 짓기 때문에 기숙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하숙을 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최소 35~40만원 하던 하숙방이 올해는 45만원 이하로는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하숙을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하숙집 주인아주머니들이 하숙비를 올리거나, 일요일 점심을 제공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담합행동을 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차라리 눈치보지 말고 편히 살자는 마음에 자취방을 구했다.

힘들게 구한 자취방의 월세는 40만원이다. (서울 대학생 자취방 월세 평균 40.3만원, bntnews 2011.03). 1년이면 무려 480만원이나 하니 너무 비싼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요즘 싼 방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간혹가다가 싼 방을 보더라도, 방 한가운데 떡 하니 기둥이 버티고 있거나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 등의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한 가정에서 대학생 자녀에게 드는 비용
등록금과 월세, 단 두 가지 항목으로만 A군에게 일년 동안 들어가야 할 돈이 벌써 1,230만원이다. 등록금과 월세는 빼도 박도 못하고 빠져나가야 할 돈이니, 결국 줄일 수 있는 것은 용돈밖에 없다. 그래서 A군이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한 달 용돈은 30만원(대학생 한 달 평균 용돈 30만원, TMG코리아/엠브레인 2011년). 일 년이면 360만원이다. A군은 좀 더 적게 받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부모님이 그래도 남들만큼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주시는 용돈이다.

이렇게 A군의 대학등록금과 월세, 용돈을 모두 합하면 일 년에 1,590만원(대학생 1년 양육비 약 1,700만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9년). 이는 A군 가정의 일 년 수입 4,560만원의 약35%를 차지한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돈이 쓰여야 할 곳은 많은데, 대학생 자녀 한 명에게만 이 정도로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대학생에게 필요한 한 달 생활비는?
그렇다면 이제 A군은 한 달에 받는 용돈 30만원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모자라지는 않을까? 과연 모자란다면 어떻게 메꿀 것인가? 지금부터 A군과 함께 한 달 동안 생활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대략적으로 산출해보도록 하자.

                                                            출처 : 매일경제

우선 현재 생활의 필수품 휴대전화. A군은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에 나오면서 스마트폰을 구매했다(대학생 46.5% 스마트폰 보유, TMG코리아/엠브레인 2011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요금제인 한 달 55,000원짜리를 사용하고 있다. 기본료를 포함해서 기계값, 부가세 등을 포함하니 한 달 보통 70,000원 정도가 나온다. 통신비에만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사회모습을 생각해볼 때 스마트폰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

밥은 주로 학교식당에서 해결한다. 학교 밖에서 먹으려면 한 끼에 최소 5,000원은 있어야 하니, 그렇게 하다가는 금방 용돈이 바닥나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물가, 특히 식재료값이 크게 오르면서 최후의 보루인 학교 구내 식당의 식사 가격도 오르고야 말았다. 원래 2,500원 하던 메뉴가 이제는 2,800원이다. 매일 구내 식당을 이용하는 만큼 300원의 차이가 엄청 크게 다가온다.

아무튼 A군이 점심과 저녁을 학교 구내 식당에서 모두 해결하더라도, 두 끼면 하루에 5,600원. 여기에 아침을 우유 혹은 삼각김밥(700원) 등으로 대충 떼워도 하루에 드는 식비만 6,300원이 된다. 구내 식당이 문을 안 여는 일요일에는 한 끼는 밖에서 사먹고, 한 끼는 방에서 라면을 끓여먹는다고 하면 평일과 비슷한 돈이 들 것이다. 결국 하루에 드는 식비를 6,3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한 달이면 189,000원이다.

식비와 통신비를 합치면 259,000원. 이 정도면 한 달에 30만원으로 충분히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대학생인 A군이 돈을 써야 할 곳은 아직 많다. 공부를 하다 보면 노트 혹은 펜 등 학용품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공부 할 책도 있어야 한다. 또한 A군이 학교 근처에 산다고 해도 다른 곳에 다녀와야 할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다녀온다고 해도 왕복 2,000원이다. 이러한 비용들을 모두 합치니 한 달에 40,000원은 훌쩍 넘어가 버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A군의 한 달 용돈 삼십만원은 어느새 끝나버렸다. 결국 A군이 밥 먹고, 스마트폰 쓰고, 이리저리 다니는 데 한 달 용돈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지출이 끝나지는 않는다. 자유분방한 젊은 청춘이 어찌 저렇게만 살 수 있을까. 가끔은 친구 또는 선후배 등을 만나 술 한잔 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일. A군이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술을 마시면, 한번 먹을 때마다 최소 회비로 만원은 낸다. 결국 한 달이면 못해도 술값만 4만원이다. 그리고 다른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계절이 바뀌면 옷이나 신발들을 사거나 머리를 만지며 멋 좀 부려보고 싶다. 어떨 때는 여자친구를 만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커피도 한 잔 하며 데이트도 하고 싶다. 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여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결국 A군은 한 달 용돈 30만원 내에서 생활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정말 아끼면 생활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하면 대학생활이 너무 힘들고 재미없게 지나가버리고 말 것 같다. 그렇다면 부족한 돈은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님께 손을 더 벌려야 하나? 하지만 그건 절대로 못할 것 같다. 뻔히 부모님이 힘들게 일하시며 돈을 번다는 걸 아는데, 다 큰 대학생이 도와드리지는 못할 망정 용돈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너무나 싫은 것이다.

필수로 여겨지는 아르바이트
그래서 A군이 택할 수 있는 것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대학생 68.8%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충당, 알바천국 2011). 그렇게 하면 부모님께 더 손을 빌릴 필요도 없고, 돈 쓸 때 제대로 쓸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학업에 소홀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몇몇 친구들은 아예 학자금 대출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한다(대학생 44.8% 학자금 대출 경험, 사람인 2011). ‘나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볼까’ 고민을 하던 A군은 졸업해서 취업한 선배가 학자금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그만둔다(학자금 대출 평균 빚 993만원, 알바천국 2011). 무엇보다 만약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이를 부모님이 알게 되면 매우 가슴 아파하시게 될까 걱정된다.

                                                출처 : 중앙일보

대학생의 어려움이 개선되기를
최근 A군은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다. 자신도 대학생으로 살면서 경제생활을 해나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주변의 대학생들을 바라보면 자신은 매우 좋은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A군의 가정은 대한민국 평균 정도의 수입이 있고, 그만큼 부모님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입이 없는 가정에 속한 대학생들은 훨씬 더 힘든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부족한 돈을 학자금대출로 마련하느라 빚을 지게 될 수도 있고, 학업을 병행하며 힘들게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그 고통이 좌절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러한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바뀌길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의 현실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야망을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좀 더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