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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술 권하는 상사는 권위가 없어요"

미국이나 유럽과 FTA가 발효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것이다. 그 나라 기업, 근로자들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는 없을까? 다름을 인정해줘야 할 것은 무엇일까?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 2명과 영국인 1명이 모여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일라 미츠나가(28)는 2008년 미국에서 한국 교육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한식과 찜질방이 좋아 6개월 전 한국에 건너와 연세어학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출신의 매튜 헤이즈멘(32)은 컴퓨터 관련 업계에 종사했다. 인터넷으로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구한다는 구인 정보를 보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에 온 지는 2년이 됐다.

다니엘 튜더(28)는 영국에 있던 한국인 친구 덕에 2002년 한국에서의 월드컵을 경험하고 2004년 국내 증권회사 등을 거쳐 현재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국 기업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8일 오후 연세어학다에서 펼쳐진 이들의 수다를 통해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직장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주말에 휴대전화도 꺼 둬

모두가 한국 경험이 남달랐지만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한국의 직장 문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한국의 야근 문화였다.

카일라 미츠나가

카일라
한국 사람들은 제가 본 민족 중에 가장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요. 물론 미국인들도 열심히 일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직장인은 'Nine to Five'(9시에 일을 시작해 5시에 끝나는 것)로 생각하지만 어느 분야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제 친구 중 한 명은 인터넷 사업을 하는데 일주일에 60시간을 일해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경우라 많이 일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미국에선 아무리 바빠도 주말엔 쉬어요. 회사에서도 근로자 개개인의 주말을 존중해 줍니다. 대개 주말엔 휴대전화도 꺼두죠. 금요일 저녁만 해도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어요.

매튜 맞아요. 미국에선 주말에 거의 일하지 않습니다. 야근 같은 경우도 수당을 준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곤란하겠죠.

카일라 제가 한국 교육업체에서 일할 때는 주말에도 전화가 왔어요. 밤이든 낮이든, 아플 때도요. 미국 회사에선 절대 주말에 전화하지 않아요.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리죠.

다니엘 한국인들은 일에 대한 열정도 높겠지만 수직적인 기업 문화에서 비롯된 것도 있을 겁니다. 한국 직장은 직급이 많고 직함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한국 직장인들은 윗사람들에게 충성심이 높은 것 같아요. 물론 영국에서도 존경하는 태도를 갖긴 하지만 한국처럼 강하진 않습니다.

매튜 상사는 직급에 맞는 권한이 있고 상사를 존경해야 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미국에선 상사를 무조건 따르진 않습니다. 미국에선 자기보다 한두 직급 높은 상사에겐 그냥 이름을 불러요. 회사 대표나 임원 같은 분들께는 '미스터(Mr) 누구' 이런 식으로 성을 부르죠.


술 좋아하는 영국도 러브샷은 'NO'

한국 직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폭탄주에서 파도타기로 이어지는 회식 문화다. 음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의견들을 쏟아냈다.

다니엘 튜더

다니엘 영국도 술을 굉장히 많이 마시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술을 잘 마시니까 한국 사람들이 놀라더군요.

아마 영국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면 술을 무척 잘 마실 거예요. 저는 소주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예전 증권회사에 다닐 때 동료들이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즐겼어요. 사람들이 쭉 돌아가면서 잔을 빙는 '파도타기'를 하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매튜 미국에서도 그런 문화가 있습니다. 대학에서 주로 하는데 맥주를 연달아 마시죠. 영어로 '워터폴'(waterfall)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면 거의 하지 않아요. 한국에 와서 놀랐던게 상사가 직원들을 데리고 술을 마시러 가는 거였어요. 미국에선 그럴 경우 상사의 권위가 손상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기업들은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과 술자리를 함께하는 게 드물어요. 또 하나 놀랐던 건 주중에 술을 마신다는 거예요. 다음날 아침에 출근은 어떻게 하는지 신기해요.

다니엘 한국 회식 자리에선 서로 팔을 교차하고 마시는 '러브샷'을 많이 하는데 영국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결혼식 날에 신랑, 신부가 하는 경우는 있어요.

매튜
미국에서도 굉장히 드물어요. 여자랑 남자가 하는 건 있어도 남자들끼리 '러브샷' 하는 건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남자들끼리 술자리에서 '러브샷'을 하는 걸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선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친해지기 위해 한다고 하던데 미국에서 처음 보는 사람하고는 절대 '러브샷'을 하지 않아요.

카일라 우리보다 나이 많은 세대는 '러브샷'을 했던 거 같기도 한데...


현금보다는 상대 고려한 선물이 제격

한국 직장에서 선물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위스키나 와인 같은 술이다. 승진이나 생일엔 상품권도 등장한다. 특히 동료들의 돌잔치나 결혼식에선 현금이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은 어떨까.

카일라 한국에선 간혹 선물 대신 현금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선 선물을 현금으로 주는 걸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해요. 받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에 돈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죠. 한국 사람은 아니었지만 다른 나라 사람한테 향수를 생일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어요. 미국에선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향수를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선물을 주지 않아요. 옷이나 가방, 신발, 화장품 같은 것들은 개인이 자기 취향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매튜
저도 가끔 어학당 학생들이 남성 기초 화장품을 선물로 주는데 처음엔 좀 뜻밖이었어요. 또 미국에선 직장에서 술을 별로 선물하지 않아요. 서로 매우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 술을 선물로 주지 않죠.

카일라 물론 누군가의 집에서 파티를 하는 경우 술을 가지고 가긴 해요. 하지만 직접적으로 술을 선물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다니엘 저도 처음에 한국 사람들이 비싼 위스키 같은 걸 선물로 주기에 놀랐어요. 물론 한국의 문화이긴 하지만요.

카일라 어느 나라와도 문화적 차이가 있잖아요. 오늘 우리들의 대화가 미국과 유럽의 직장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FTA세상 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