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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부부젤라 소리가 무서웠던 이유

2010 남아공월드컵이 7월 12일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첫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으로써 이전 월드컵에 비해 적은 골수, 적지 않은 오심, 한국의 첫 원정 16강 등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끝이 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막전부터 축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부부젤라였는데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응원도구로 이름을 알린 부부젤라는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 나팔 모양의 전통 악기로 길이는 60 ~ 150㎝ 정도로 120 ~ 140dB의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다.

최근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중 하나인 토트넘에서 부부젤라의 반입을 금지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됐죠.  제 친구들과 지인들도 부부젤라 소리가 마냥 짜증난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저 시끄러운 나팔소리로만 들렸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부부젤라 소리를 들으며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쓰인 부부젤라가 모두 중국산이라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중국 항저우에서 생산되는 부부젤라 (출처: 부산일보)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전 세계 제조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모두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중국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양말은 전 세계인에게 두켤레씩 신길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양말 같은 물건이 아닌 남아공 국민들의 정신적, 문화적 상징인 부부젤라까지 중국산 제품이 점령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요. 중국의 영향력이 아프리카 깊숙이 침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매년 친아프리카 정책을 실시하며 아프리카와의 교류와 친선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아프리카 대부분의 정상들을 모아 베이징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아프리카 48개의 나라가 참여했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규모가 아닐수 없죠. 또한 회의 당시 포토타임에서 정중앙에 선 인물은 다름아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었습니다. 한 나라가 한 대륙에 속한 대부분 나라의 정상들을 모두 불러모았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일 뿐더러 더군다나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정중앙에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섰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6년에 열린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는 지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과 아프리카와의 첫 교류는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잇는 철도를 부설해 준것이 시초인데요. 이른바 '탄-잠 철도(Tan-Zam Railroad)'로 잠비아의 철광석 광산지역에서 탄자니아의 해안까지를 잇는 장거리 철로입니다. 이 철도 건설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3년 동안 100억달러를 유상원조하기로 합의했고 시에라리온에 15억 달러의 투자계약 체결,  철광석 프로젝트 지분 획득 등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이러한 중국의 친아프리카 정책은 넉넉한 외환 보유고를 이용해 미래에 대비한 자원을 확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리히 폴라트와 알렉산더 융은 ‘자원 전쟁’이라는 책에서 앞으로의 전세계는 공급은 한정돼 있지만 수요는 폭발적인 천연자원으로 인해 새로운 냉전시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자원 전쟁의 혼란속에서 천연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는 분명 매력적인 파트너가 아닐수 없습니다.  중국의 친아프리카 정책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프리카의 독재정치를 묵인하는 비인도적인 신(新)식민지화라고 비난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앞으로의 자원전쟁에 대비해 중국은 한발 앞서나가는 듯 합니다.

이번 월드컵에 부부젤라 소리가 무섭게 들렸던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