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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뉴욕 5번가 vs 파리 샹젤리제

서울에서 상가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명동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는 어디일까. 매년 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거리가 바로 미국 뉴욕의 5번가와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다. 이들이 세계 최고 비싼 거리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에서 상가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거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5번가다. 지난해 다국적 부동산업체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5번가의 임대료는 ㎡당 1만3,027유로(1,995만원)에 달했다. 한국에서 비싸기로 유명한 명동의 경우 ㎡당 3,410유로로 11위에 불과하다. 뉴욕 5번가는 미국을 덮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8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도상 5번가는 맨해튼 한복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다. 남쪽 그리니치 빌리지의 워싱턴파크에서 시작해 센트럴파크 동쪽을 끼고 북쪽으로 올라가 할렘강과 만나는 142번가에서 긑난다. 지리적으로도 이 도로는 중요하다. 맨해튼을 동서로 나누는 기준이 되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48번가의 동쪽 1번지는 5번가에서 시작된다.

세계 최고의 쇼핑가로서 5번가는 49~57번가 사이를 일컫는다. 49번가에 자리잡은 삭스 핍스 애버뉴 백화점은 맨해튼에서도 최고급이다. 이 백화점엔 한국 성주인터내셔널이 인수한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이 지난해 입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삭스 핍스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도로 양편으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즐비하다. 루이뷔통·에르메스·베르사체 등의 쇼 윈도는 맨해튼의 관광코스가 됐다.

57번가엔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무대가 됐던 티파니 보석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쇼핑가의 끝자락 58~59번가엔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큐빅'도 있다. 센트럴파크를 바라보는 광자에 유리로 만든 입구를 세워놓아 붙여진 별명이다. 매년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곳은 밤 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세계 무대에서 뛰는 MCM

뉴욕이 세계 패션의 수도로 부상한 건 5번가덕이다. 5~6번가와 40~42번가 사이에 있는 브라이언트파크에선 매년 두 차례 뉴욕 패션위크가 열린다.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연간 23만 2,000여명이 맨해튼을 찾는다. 이들이 쓰고 가는 돈만 5억 달러에 육박하고 간접적인 것까지 감안하면 7억 7,300만 달러의 경제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명품 브랜드도 세계로 진출하자면 5번가를 거쳐야 한다.

애초 5번가가 뜬 건 34번가에서부터다. 19세기 후반 뉴욕을 주름잡았던 사교계의 여왕 캐롤라인 애스터의 저택이 34번가에 있었다. 그의 저택이 있었던 자리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들어섰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바로 아래 32번가엔 코리아타운이 자리잡고 있다.

48~51번가엔 미국을 대표하는 록펠러센터도 들어서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선 센트럴파크를 끼고 있는 59~89번가가 신흥 부자촌으로 떴다. 문밖을 나서면 바로 센트럴파크로 이어지는 입지조건 때문에 1900년대초 이곳엔 최고급 맨션이 앞다퉈 건축됐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저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 명품의 메카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해가 비칠 때나 비가 올 때나, 정오나 자정이나,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샹젤리제에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가수 조 다생의 샹송 가사처럼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엔 없는 게 없다. 지난해 조사에서 샹젤리제 거리의 상가 평균 임대료는 뉴욕 5번가와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올해 6월또 다른 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 인터내셔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샹젤리제의 연평균 임대료가 1위였다. 그만큼 샹젤리제의 콧대는 하늘을 찌른다.



샹젤리제는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광장에서 오벨리스크가 있는 콩코르드 광장에 이르는 1,880m의 대로다. 파리를 동서로 가르는 중심축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이 인접해 있고 근처에 하원 건물도 자리잡고 있는 권력의 축이기도 하다. 19세기 나폴레옹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개선문에서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정원으로 이어지는 거리엔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샹젤리제는 세계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한 명품의 메카다. 개선문에서 바라보면 왼쪽엔 카르티에·몽블랑·푸조·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있고 오른쪽엔 휴고 보스·루이뷔통·오메가·도요타 등이 있다. 특히 샹젤리제 루이뷔통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의 줄은 프랑스 명품의 파워를 대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샹젤리제 거리와 이어지는 몽테뉴 거리엔 명품 의류 매장이 들어서 있고 조르주 생크 거리엔 최고급 호텔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만명으로 연간 1억명이 넘는다. 다국적 유통 매장들이 샹젤리제 거리 진출을 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쟁의 아픔 간직한 거리

세계 대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샹젤리제는 애국의 거리이기도 하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의 승리를 기념하는 행진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샹젤리제에서는 매년 7월 14일 독립기념일에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개선문엔 1차 대전에서 전사한 군사드르이 유골이 안치돼 있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드골 장군과 르 클레르크 장군이 파리를 해방시키고 파리 시민의 환호를 받은 곳도 샹젤리제였다.

1970년 드골이 사망한 당일 밤엔 쏟아지는 빗속엣도 수십만 명의 파리 시민들이 드골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샹젤리제에 나왔다.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 행진 때와 199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국민들이 모인 곳도 샹젤리제다. 샹젤리제가 오늘날과 같은 상업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 것은 1902년 파리에 지하철이 들어서면서부터다.

1899년 문을 연 카페 '푸케'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1912년엔 루이뷔통의 아르누보풍 건물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명품 매장들이 조성됐다.


출처 : FTA세상 9,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