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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재테크보다 자산관리가 중요한 몇 가지 이유


필자는 2004년 초부터 지금까지 6년 넘는 기간 동안 금융교육(Financial Education)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교육이란 한마디로 '돈'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이다.
필자가 금융교육에 전념하게 된 계기는 오랫동안 증권업계에서 일을 해오면서, ‘주식을 사면 돈 번다더라’, ‘펀드 사면 돈 번다 더라’ 등의 말만 믿고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큰 손실을 입고 좌절에 빠진 투자자들을 보면서, 단기로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등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교육내용도 초기에는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 중심이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은행상품, 보험상품까지를 포함한 전 금융상품, 나아가서는 부동산 까지를 포함한 가계자산 전반으로 확대됐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교육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동안 금융교육활동을 해오면서 필자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가능하면 재테크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 최근 몇 년전부터 우리사회에 유행해오고 있는 '재테크'라는 말은 '돈 버는 기술'이란 뜻의 일본말이 수입되어 쓰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돈 버는 기술을 소개하려는 게 아니다. 재테크라는 말 대신에 '자산관리'라는 용어를 쓰려고 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모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서 행복한 노후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자산관리 또한 6개월, 1년과 같은 단기간의 관리방법이 아닌 인생 100세 시대를 염두에 둔 관리방법이다.

자산관리나 노후설계와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오래 사는 위험'이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필자가 처음 이 말을 본 것은 한 자산운용사의 CEO를 맡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 그 회사의 고문으로 있던 티모시 메카시라는 미국인으로부터 '일본인이여 돈에 눈을 떠라'는 제목의 책을 받았는데 그 책의 목차에 '장생(長生)의 리스크'라는 말이 있다. 불로장생의 장생이라면 오래 산다는 뜻인데 오래 살면 좋지 왜 그게 리스크 란 말인가, 하는 생각으로 그 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더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병이 들어서 평균수명보다 일찍 죽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생명보험에 드는 것처럼, 너무 오래 살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투자를 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80세 정도까지 살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돈을 다 써버렸는데 100세 까지 산다면 그것도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몇 년쯤 더 살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할 때는 보통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에서 자기 나이를 뺀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6세, 여자가 83세다. 여기에서 현재 자신의 나이를 빼면 남는 기간 만큼 더 살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맞는 계산이 아니다. 왜냐하면 평균수명은 유아사망, 교통사고 등의 특별한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기대여명표를 참고로 해야 한다. 얼마전 기대여명과 관련된 자료를 보았다. 이 자료에 의하면 60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의학의 발전까지를 고려할 경우, 남자가 30.75년, 여자가 36.63년인 것으로 나와 있었다. 일단 60세까지만 생존하면 평균적으로 남자는 91세, 여자는 97세 까지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인생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재테크가 유행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인생 100세 시대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오래 사는 게 걱정이 되는데, 재테크만 잘해서 돈만 많이 벌어 놓으면 노후대비가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008년에 동아일보에 연재된 노후 특집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후반의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 둘 때의 평균재산은 집을 빼고 나면 금융자산은 5천~6천만 원 정도라고 한다. 앞에 예를 든 투자자가 바로 우리나라의 평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가정이 이런 형편인데 금융기관에서는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하려면 10억 원은 있어야 한다, 최소한 7억 원은 필요하다”는 식의 자료를 발표하고, 언론에서는 이를 인용해 보도하곤 한다. 물론 닥칠 미래를 미리 미리 준비하라는 뜻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너무나 부담이 크고 먼 이야기들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자꾸 단기간에 돈을 불리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4년 동안 특파원으로 일하다가 얼마 전 귀국한 한 일본 언론인은 우리사회의 이런 상황을 비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갔다.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 즉, 입구(入口)관리에는 참으로 열심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벌어 놓은 돈이 모자랄 경우에는 어떻게 그 환경에 맞추어 살 것인가, 그리고 부자가 됐을 때는 그 돈을 어떻게 아름답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는 출구(出口)관리에 대해서는 너무나 공부가 안되어 있는 것 같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가르치지 않는 게 아닌가?” 불쾌한 말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볼 때 그의 말이 그다지 틀린 것 같지 않다. 단기간에 돈을 불리는 재테크를 생각하기 전에 그때 그때의 주어진 경제 상황에 맞추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