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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스마트폰 뜨면, 우리도 함께 뜬다!




여의도에 위치한 케이비테크놀로지(이하 케이비티) 본사를 방문했다. 처음 들은 회사였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자 회의실로 들어오던 조정일 대표가 웃는다.
“회사 이름은 몰라도 이미 우리 제품이나 기술은 써 봤을 걸요?”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이 이곳의 기술을 쓰고 있단다. 대체 어디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폰, 신용카드, 하이패스 등에 케이비티가 개발한 스마트카드 운영체제(OS)기술이 들어있다.






케이비티는 원래 1998년 부산에서 교통카드 사업부터 시작했다. 카드단말기를 달고 교통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시스템 운영 전체를 맡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은 한계에 다다랐고 유지보수 비용은 커졌다. 경영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조정일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2003년부터 3년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기존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이름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기업이 됐다. 물론 2004년에는 184억 원, 2005년에는 67억 원의 적자를 떠안게 돼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졌다. 하지만 조 대표에게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OS기술개발에 확신이 있었다. 스마트카드 OS기술은 카드 표면에 붙어있는 금색 칩에 내장된 운영시스템을 말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원칙을 세웠어요. 첫째, 트렌드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둘째, 대자본에 쉽게 노출이 되는 기술은 안 된다. 셋째, 나만의 생존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에 모두 부합하는 분야로 OS 플랫폼 개발을 선택했어요. IT의 변화를 20년 이상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서야 쓰겠습니까. 이게 대세가 될 거란 걸 알았지요.”

2003년부터 2년 동안 꼬박 스마트카드 개발기술에 매달렸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기술개발이 됐다고 해도 국제인증을 받는 데는 평균 9개월이 소요됐다. 그것도 한 번에 통과됐을 때 얘기다. 처음엔 보안에 필요한 국제기준과 과정을 몰라 불합격 통보를 받기 일쑤였다. 경험부족으로 생긴 실수는 더 많은 손실을 가져왔다. 한 번 불합격에 3억 원이 날아갔다. 게다가 인증기관에서는 어디서 오류가 났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답답해도 하소연 데도 없었다. 오류가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막아낼 수 있는 기술력은 필수. 보안기술을 강화할수록 해킹기술도 세지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이젠 새로운 기술 개발에 6~10개월이 걸린다. 업데이트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국제인증을 넘어갈 수는 없다. 기존 버전의 수정안이라고 해도 수정으로 인해 오류가 나거나 보안이 취약한 부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어느덧 케이비티에 인증된 기술이 70여 가지. 그만큼 노하우도 쌓였다. 인증된 제품이 많다는 것은 팔 수 있는 제품이 많다는 뜻. 각각의 인증이 하나의 제품과 같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시장은 이미 거대자본이나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지만 스마트카드 OS분야 같은 미디어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더욱이 전 세계에 호환되는 규격과 인증을 얻기가 어려워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진입장벽을 넘는 과정에서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신규시장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아 뛰어든 기업 수 자체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일단 진입만 하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똑같이 어깨를 겨룰 수 있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기술의 우월성, 제품의 적기성,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를 무기로 한번 해볼만 하다는 조 대표의 생각은 실제로 맞아 떨어졌다. 케이비티는 이미 아시아 시장을 석권했다. 유럽과 중동 지역의 계약도 성사됐다.

2006년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KTF와 계약을 맺고 유심(USIM)칩에 필요한 OS기술을 넣었고, 신용카드와 보안토큰 등에도 OS프로그램을 담기 시작했다. 2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70%.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7년 수출한 스마트카드는 5천만 장.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에 돌입했다. 2008년 701억 원의 매출 중 절반은 해외시장에서 얻어낸 것이다. 하지만 조정일 대표는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안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만든 기술을 갖고 전 세계로 나가서 알릴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주로 유럽이 선점하고 있는 세계 스마트카드 시장규모는 약 10조 원. 신용카드, 휴대폰 등 생활 속의 미디어가 칩 베이스로 바뀌면서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개인의 정보가 서비스가 되고, 정보가 지적 재산권이 되는 시대. 그래서일까. 케이비티와 거래협의 중인 나라가 세계지도로 가득이다.


최근 케이비티는 연일 주가가 오르고 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사람들이 또한번 미디어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안에 들어가는 각종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덩달아 개인정보보안에도 이목이 쏠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 때문에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하고 또 보안에 다소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케이비티가 더 바빠지게 될 이유다.

지난해부터는 태국에 전자주민증 공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전자주민증 도입이 필요한 것 아닌가 묻자 조 대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논의의 출발부터 정부와 시민단체의 입장차가 있었다. 정부는 국민의 모든 정보를 전자주민증에 하나로 모으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정보는 자신이 선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보안의 취약성을 들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마트카드의 기술로 보안하면 풀릴 수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말이다. 결국 조 대표는 양측의 접근 모두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 정부가 벤처기업에 사업을 맡기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자본금 얼마 이상이라는 잣대로 진입자체를 어렵게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럼 결국 해외 사업자에게 기회가 넘어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벤처기업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균등한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일자리 만들기가 최대과제인 때, 케이비티의 신년계획은 어떨까. 글로벌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과 창의력만 가진 사람이면 기술직이든 영업직이든 상관없다. 케이비티는 국내 1위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향해 닻을 올렸다. 출처: KDI

                                                                                            표초희 나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