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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기회로], 40대 공무원 재기스토리

최근 기획재정부 공무원 중 한 분이 <올해의 자랑스러운 척수장애인상>이라는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떤 사연일까 알아보니 이미 몇몇 매체의 기사로 다뤄졌더군요. 동료 공무원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될 듯 하여 연합뉴스 기사를 옮겨봅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사무관으로 일하는 정호균(40)씨는 1993년을 인생에서 가장 길고 고통스러웠던 해로 기억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복역하던 정씨는 제대를 불과 수개월 앞둔 그해 7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증 장애의 멍에를 지게 됐다.

당시 24살이던 정씨는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삶의 끈을 놓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삶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고 그동안 키워주신 부모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현실을 헤쳐나가기로 마음을 다졌다.

2년 동안 병원을 옮겨 다니며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은 정씨는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다시 학업에 몰두했고, 결국 1997년 단 한 번에 국가공무원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공무원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의 도전은 그치지 않았다.

2003년 '국비 장기 국외훈련자' 공개 선발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2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데 이어 2008년에는 '단기 국외훈련' 선발시험에도 붙어 6개월간 영국 랑카스터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휠체어에 의존한 장애인 공무원으로서 장ㆍ단기 연수시험에 모두 합격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정씨는 "몸은 불편했지만 장애 때문에 업무 처리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위 동료의 우려와 편견을 불식하고,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고자 무던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성취와 보람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현지에서 알게 된 장애인 관련 제도 가운데 우리가 벤치마킹할만한 것은 관계 행정기관에 제안해 실제 법ㆍ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정부가 먼저 장애인 편의 제공에 모범을 보여야 민간에서도 이를 따를 것이라는 생각에 정부청사에 장애인 민원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해 관철하기도 했다.

좌절과 역경을 오히려 성공의 기회로 만든 이러한 인생스토리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정씨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척수장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씨는 25일 "장애인이 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을 살았을 뿐 아직 일하고 즐길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며 "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