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낙화암 아래서 [3천궁녀 오페라]를 본다면


낙화암 아래서 ‘3천궁녀 오페라’를 본다면
4대강 문화실크로드 ‘녹색 르네상스’ 연다

#. 백제 말기 의자왕 때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일시에 수륙양면으로 왕성(王城)의 목전까지 쳐들어오자, 궁녀들이 굴욕을 면하지 못할 것을 알고 낙화암에 와서 치마를 뒤집어쓰고 깊은 물에 몸을 던진다. 이 이야기는 역사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백제가 폐국이 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13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오고 있다.

2013년 달빛이 훤하게 비치는 어느 날 밤 충남 부여의 바로 그 낙화암에서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한 뮤지컬과 오페라, 하늘을 화려한 불빛으로 수놓는 레이저 쇼를 구경한다. 그리고 다음날 군산으로 달려가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문학 작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 속 주인공이 돼 본다.

#. 조선시대 경기도 여주 이포나루. 남한강을 타고 서울 마포나루와 충주 목계나루를 연결하는 범선과 뗏목의 쉼터이며, 인근 곡창지인 여주·이천·양주 일대의 곡식을 남한강 뱃길을 통해 서울로 운반하려면 반드시 이곳 이포나루를 거쳐 한양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곳을 통해 서울에서는 소금과 새우젓이, 강원도 태백 등에서는 목재와 약재가 오갔지만, 지금은 나루터였음을 알리는 표시석만 있다.

2013년 어느 화창한 날 충주 목계나루에서 조선시대의 상인들처럼 한양에 내다팔 물건을 황포돛배에 잔뜩 싣고 여주 이포나루까지 남한강 줄기를 따라가 본다. 이포나루 주변에는 물건 교환이 이뤄지는 난전으로 북적거린다. 주막에서 막걸리 한 잔 들이켜고, 나루를 벗어나 인근 세종대왕릉과 신륵사를 둘러보며 역사와 함께 숨쉬어 본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 양평 두물머리.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남한강 예술특구를 조성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순히 토목공사가 아니다. 금강의 낙화암 전설처럼, 남한강의 이포나루처럼 강을 끼고 형성돼 있는 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재탄생시켜 강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서, 그 연계사업으로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21세기 녹색 르네상스를 위한 문화실크로드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4대강은 각기 독득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한강은 선사유적지만도 174곳에 이르고 중원고구려비, 온달산성 등 삼국시대 것만도 108곳을 볼 수 있다. 금강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가의 국제교류를 통해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역사문화자원이 집중돼 있으며, 소설 ‘아리랑’의 배경과 강경성당 등 천주교 순례지인 곳도 있다.

영산강에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의 다량 분포지역이자, 판소리·민속놀이·시서화·음식 등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남도문화가 넘친다. 낙동강은 고대 가야, 신라의 화려한 역사시대를 거쳐 근대 이후 산업발전의 대동맥 역할을 한 역사문화적 공간이자 설화와 신화의 배경이기도 한다.  

강이 연출하는 자연경관도 빼놓을 수 없다. 여울, 소, 하중도, 곡류단절지 등 지형적 특성에 따른 자연경관과 철새도래지, 하천 습지 등 자연자원은 강의 생태적 가치를 보여준다. 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과 마을, 도시도 빼놓을 수 없다. 강을 중심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도시와 마을이 형성되고, 이 마을에는 낙동강의 선유줄불놀이, 남한강의 목계별신굿 등 강 문화와 지역특성을 활용한 축제와 놀이문화가 남아 있다.

정부는 4대강을 문화하천으로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준비했다. 내륙과 강, 바다를 연결하는 친환경 유람선의 관광상품 마련, 강별 대표 축제 개발 등은 이른바 녹색관광을 위한 리버투어리즘(River Tourism·강변관광문화)의 일환이다. 나루, 정자, 주막촌, 별신제 등 유·무형 역사문화자원을 통합적으로 복원해 옛 뱃길 체험루트도 구축된다.

 
4대강을 강별로 브랜드화해 인접지역에 패키지형 관광거점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추진된다. 또 남한강 일대 미술관, 갤러리, 창작 스튜디오와 공연장, 공방 등을 묶어 남한강 예술특구를 조성하고 하수종말처리장을 녹색 예술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화와 예술, 콘텐츠가 어우러지는 강 문화 구현이다.

4대강 문화권의 특성을 반영한 박물관벨트 조성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강은 아이수 박물관벨트, 낙동강엔 대가야 박물관벨트, 금강은 백제문화박물관벨트, 영산강은 마한문화 박물관벨트를 형성할 수 있다. 강변에는 자전거 테마공원과 수상레포츠단지도 조성한다. 4대강을 종단하는 자전거 타기 대회 ‘투르 드 코리아’는 대표적 녹색 스포츠 관광상품이 될 예정이다. 중국 계림의 이강을 배경으로 한 수상오페라 ‘인상유삼저’처럼 세계에 통하는 진경공연도 펼쳐진다. 한강 수상메가쇼 중원의 꿈, 금강 백제열전(낙화암의 달빛), 영산강 영암아리랑, 낙동강 퇴계와 두향의 설화공연 등을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8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올 하반기까지 4대강 유역문화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내년에는 실시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문화로 살아난 세계의 강

최근 세계 각국은 강 문화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도시문화 활성화, 생태공간 회복, 지역산업 활성화, 시민의 여가공간 제공, 매력 있는 관광 인프라 조성 등 정책적 지원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미국 샌안토니오 리버워크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인 다뉴브 강은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루마니아 등 10개국을 지나며 도시별로 강의 특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환경보존과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제방을 시민들의 수변 휴식공간과 다뉴브 페스티벌 등의 축제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도시경관 감상을 위해 유람선을 관광상품화했다. 다양한 생물종 서식지인 다뉴브 델타지역은 지정된 루트 안에 야영, 낚시, 하이킹 등 휴양활동과 생태관광이 가능하다.

또 라인 강의 만하임에서 네카 강을 가로질러 뉘른베르크에 이르는 총 3백20킬로미터의 고성가도(高城街道)는 고성들이 곳곳에 자리해 독특한 라인 강의 풍경을 형성한다. 이 중 마인츠와 코블렌츠를 연결하는 유람선은 라인 강 관광의 핵심이다.

‘보행자의 도시’라 불리는 미국 샌안토니오의 리버워크에서 주목할 것은 강이 단지 자연환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상업·문화공간과 연계되어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계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탄광촌이던 게이츠헤드는 타인 강을 중심으로 밀레니엄 브리지, 발틱 현대미술관, 세이지 뮤직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4대강 살리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