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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교수, [영예로움에 젖어 공부하지 마라]


1999년, 세계 각지의 날고 기는 예언가들이 방구석에 앉아 공허한 밀레니엄을 점쳤다면 2009년 6월! 여기 서울에서는 저명한 세계적 경제 석학들이 한데 머리를 마주하고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글로벌 경제에 대해 또렷한 거대 담론을 펼쳤으니 이름하야
“개발경제 컨퍼런스”, 지금 그 막이 올라갑니다!

 
세계 경제의 희망을 쏘다
개발경제 컨퍼런스(ABCDE:Annual bank Conference on Development Economics)는 매년 세계은행 개최 하에 개발 전문가, 저명한 경제학자, 정책결정자, 민간 공공부문 대표, 사상가 등이 모여 주요개발 아젠다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함으로써 지구적인 개발의제를 설정하는 권위 있는 국제회의입니다. 기획재정부와 세계은행의 공동주최로 계획된 이번 2009년 서울회의는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불어 닥친 세계적 경제 침체의 돌파구를 1990년 후반 금융위기를 극복한 동아시아로부터의 교훈 재조명하고 오늘의 현실에 맞추어 새롭게 논의하고자 하는 자리였기에 전 세계 경제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특히, 장하준, 올리베에 제이 블랑샤, 사이몬 존슨, 앤 크루거, 저스틴 린과 같은 세계적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외신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던 2009년 서울회의! 자, 그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경제 담론이 펼쳐진 2박 3일간의 치열한 세계경제 여정을 함께 할까요?^^=

[사진1] 신라호텔 전경 - 2009 서울회의는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호텔에서 개최하였다. 각종 국제회의와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던 신라호텔에 직접 들어서자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심장을 욱신욱신 뛰게 했던~*



이번 ABCDE 서울회의는 오전에는 주요 연사의 기조연설이 오후에는 분과별 3개의 회의가 각각 진행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오전 기조연설 시에는 발표자가 한 시간 가량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연구와 진단을 보고하였고 뒤 따라 참석자들의 일대다의 공방전이 펼쳐졌습니다. 세계적인 있는 석학의 공식적인 발표 자리인 만큼 내외신의 관심이 뜨거웠음은 물론이고, 각 나라 경제인들의 질의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경은 비로소 이 자리가 세계경제의 큰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임을 실감케 하였습니다. 학생의 입장으로 첫 국제회의에 참석한지라 약간의 낯설음과 억눌리는 무게감에 정신이 약간 혼미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눈에 불을 키기 시작한 임기자, 그 기자본능을 마음껏 뿜어보고자 쉼 없이 고막을 공격해오는 통역기와 마주하여 귀는 귀대로, 한마디라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담고자 무한의 속도로 펜 질하는 손은 손대로, 히딩크식 멀티플레이가 이런대서 발휘하게 될 줄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답니다.^^-;


세계경제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ABCDE’로 대답했습니다


[사진2] 기조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 - 아래에 언급된 주요 연사의 기조연설은 그 어느 분과회의 보다 각국 대표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개발경제 컨퍼런스에서 어떤 논의들이 오갔는지, 아직 손에 잡히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이야기, ‘세계 경제’란 거대 담론을 두고 과연 어떤 분석과 전망들이 쏟아졌는지 함께 그 굵직굵직한 목소리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


G20을 통한 국제공조 중요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국제공조를 위한 중심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윤장관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관련, "한국 경제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민간의 자생적인 경기 회복력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녹색성장'과 관련해서는 "녹색성장은 기술진보와 혁신을 토대로 세계경제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며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최근 각국의 보호무역 움직임과 관련,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려우며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연쇄적으로 유발해 장기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자유무역'이라는 대원칙을 견지하고, 보호무역주의가 시행될 수 없도록 전 세계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은 내년도 G20 의장국으로서 개도국과 선진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공적개발원조(ODA)도 2015년까지 지금보다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없인 아시아의 낙관 어려워

경제학 교과서로 우리에게 더 유명한 올리비에 제이 블랑샤(Olivier J. Blanchard),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경제위기 속의 신흥시장국가의 장래’란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아시아가 미국, 유럽보다 회복세가 빠를 수 있지만 수출시장이 살아나기 전까지는 아시아 지역이 빠른 회복세를 기록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유가에 대해서는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투기적 활동 때문인데 상승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지 않고 이 정도에 머무른다면 경기 회복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 일축하였습니다.

곧 이은 기자 회견에서 블랑샤 교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앞으로 수출에 있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은 이번 글로벌 위기에 책임이 없으며 그동안 외환보유고를 늘렸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한국은 계속 수출에 주력함과 동시에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어서 “한국 수출이 소폭 상승했고 한국이 재정 및 통화정책을 도입함으로써 그 효과가 나타났으며 통화가 평가절하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며 지난 4월보다 한국의 경제전망을 더욱 우호적으로 발표한 IMF측의 의견을 대변하였습니다. 이처럼 블랑샤 교수는 미국, 유럽의 경기와 신흥시장국가의 수출 간의 상호 연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경제의 회복 방안을 진단하였습니다.


인프라 투자만이 살 길이다.

저스틴 린(Justin Yifu Lin) 세계은행 부총재는 글로벌 유동성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성숙한 경제국가는 고수익 공공 인프라 투자의 기회가 적고, 개발도상국은 투자 기회는 많지만 여건이 미흡하다”며 “고소득 국가가 개도국 인프라에 투자할 경우 상호 윈-윈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로 개도국은 성장의 병목현상(bottle-neck of growth)을 해소하는 한편, 고소득 국가는 고수익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지요.

그는 이어 “이같은 경기 부양은 한 국가가 할 수 없으며 공동의 결단력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적인 합의를 통해 세계경제회복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린 부총재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케인즈 방식의 단기적 지출(Shovel-Ready)로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세금을 완화하는 공공지출로 개인소비와 기업 투자를 이끌려고 했으나 불안한 미래 전망으로 부양책은 실패로 돌아갔다”며 “공공지출이 침체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하며 이어 “반면 중국은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인 1998~2002년 동안 124조원의 공공 인프라 투자를 통해 투자금 회수는 물론 성장에 대한 병목(bottle-neck of growth)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바꿔 말해,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는 세금완화와 공공지출의 단기적 안목에서 벗어나 공공인프라에 투자를 하여 장기적 안목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 것입니다. 한편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녹색 경제에 집중 투자하는 선진국형 병목해소 정책으로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고 언급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의 기본 취지에 동조하였습니다.



인도식 모델보단 한국식
모델이 옳아

앤 크루거(Ann O. Krueger)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인도와 한국의 예를 들어 이번 경제 위기 속의 경제발전을 전망하였습니다.
크루거 교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1960년대에는 한국과 인도가 비슷했지만 한국은 급속한 성장 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고 인도는 더딘 성장을 계속해 왔다"고 언급하며 "한국식과 인도식 성장 중 선택을 하라면 한국식 모델을 택할 것"이라 주장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로 "한국식 모델은 급속한 경제 발전 중 금융위기를 겪고 금융시스템이 오히려 재정비되면서 재도약으로 연결됐지만 인도는 위기를 겪지 않아 꾸준히 더딘 성장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라 밝혔습니다.

크루거 교수는 또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경제는 현재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회복되고, 중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그녀는 또한 자유무역에 대해서는 "경쟁을 촉진시키고 성장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제품의 질 역시 높일 수 있다"며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것은 환영할 만 하다고 평가하였습니다.

크루거 교수는 또한 "최근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소비자들은 자산을 잃었기 때문에 비관론을 펼 수 있지만 소득이 올라가 지출을 한다면 정상적 회복세를 기록할 것이며 저축을 한다면 회복 속도는 느릴 것"이라며 "미국이나 중국에서 부양책을 쓰면서 수요를 늘리려하고 있고 중국은 가시적 효과를 얻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낙관론을 유지하였습니다.


신흥공업국으로의 힘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어

사이먼 존슨(Simon Johson) MIT 교수는 "세계 경제위기가 끝났는지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라고 한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라는 말로 분위기를 띄우며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존슨 교수는 "미국의 금융 부문에 대한 방임 등이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됐다"며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 자신감이 회복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경제위기를 유발한 요인들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존슨 교수는 또한 경제회복 조건을 묻는 질문에 대해 "첫 번째는 금융시장에서의 신뢰 회복 수준, 두 번째는 기업신뢰지수, 소비신뢰지수를 확인하면 된다."며 "미국은 최근 수개월 동안 자동차 구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구매가 일어나 소비가 살아난다면 실물경제가 살아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변하며 경제주체간의 상호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피력하였습니다.

그는 경제위기 이후 신흥공업국의 역할에 대해 "현재 신흥공업국으로의 힘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고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된 것도 긍정적"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도 신흥시장 출신이면 괜찮을 것이고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한국도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였습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경기 과잉에 대비한 출구 전략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장교수는 "아직 경기 하강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출구 전략을 논할 시기는 아니다"면서 "미국의 경우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상업용 부동산 문제도 해결이 안됐다"고 밝히며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경제학자들의 견해에 반박하였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출구전략을 걱정해 미리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미국 대공황 당시처럼 경기가 살았다가 다시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우를 범하면 회복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였습니다.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무역 의존도가 높고 외부 충격에 민감해 경기가 하강할 때 더 빠르고 회복할 때도 더 빠를 수 있다"면서 "세계경제 회복이 느리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어 한국처럼 외부에 민감한 나라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장 교수는 재정 적자에 대해 "경기 하강이 깊어지지 않게 하려면 재정 지출을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사회복지 지출 확대를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하며 장기적으로 감세도 옳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규제에 대해선 "한국의 경우 파생상품을 제외하곤 규제가 별로 강한 것이 없다"면서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안 되며 금산분리도 신중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현 산업발전 단계로 볼 때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저임금 경쟁으로는 살 수 없으며 지금은 기술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해 향후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수준이 비슷한 나라 간의 자유무역은 서로 자극이 돼서 좋지만 한국과 미국, EU는 수준 차가 나므로 좋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2009 개발경제 컨퍼런스 서울회의 주요 연사들의 세계 경제 전망과 진단을 살펴보았습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면 크게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의 부실한 금융 시스템에 있음을 확인하고 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상호 신뢰를 기본으로 한, 지출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이제 끝났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따라서 출구전략 논의, 즉 경기부양을 위해서 내 놓았던 각종 정책을 경제에 큰 부작용 없이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전략을 실시해야 하는 시점인가에 대해서는 각기 의견 공방이 있었습니다.



으리으리한 국제회의, 그 뒷모습 바라보다.


TV속 9시 뉴스의 한 장면이나 영어공부를 위해 무심코 틀어놨던 CNN뉴스 언저리에서 구경만 하던 국제회의의 뒷모습은 어떠할까요? 문득, 강렬한 호기심이 생겨 회의 전후로 마련된 짤막한 쉬는 시간동안 틈틈이 회의장의 이곳저곳을 탐색해보았습니다. ^^+


학생신분으로서 처음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회의 참가자들이 컨퍼런스를 격렬한 논쟁과 상의하달 식 연설장이 아닌 하나의 지적 유희공간으로 즐긴다는 것이었습니다. IMF, World Bank를 비롯한 세계경제기구부터 EU, ADB(Asian Development Bank), KDI 등 각 나라의 연구원들과 학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학술적 의견을 교류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MIT 폴렌스키 교수님에게 이곳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의 공간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ABCDE는 세계 경제인들의 문화공간이다. 우리는 다양한 경제인들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서로의 경제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의견이 모아지면 공동연구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사진3] 식사를 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연설자들의 모습입니다. 왼쪽에 장하준 교수님의 얼굴도 보이네요!

        [사진4] 사이먼 존슨 교수의 기조연설 후 케냐의 한 연구원이 좋은 발표에 감탄을 보내는 장면입니다.

[사진5] 하루 10시간 동안 진행되는 고된 회의는 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군요.ㅠ_ㅠ 피로감에 젖어있는 마사히코 아오키 스탠퍼드대학 교수

[사진6] 기조연설을 마친 블랑샤 MIT교수(중간).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대화를 즐기는 모습이 젠틀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습니다. 제가 조심히 다가가 싸인을 부탁드리자, 서슴없이 방긋 웃으며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격려까지 아끼지 않으셨던 친절함에 감동받았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교수님과 인터뷰를 하다.

“안녕하세요? 장하준 교수님. 기획재정부 블로그 기자단에서 나왔는데 잠깐 인터뷰 응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우~ 그럼요~ 예. 인터뷰 하십쇼.”

젊은 패기 반 호기심 반으로 회의장 곳곳을 탐색(?)하던 중 우연히 장하준 교수님을 발견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의 저자로 더욱 유명한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님. 여러 강연을 통해서 몇 번 뵌 적은 있지만 이런 자리에서 더욱 가깝게 뵐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수첩과 사진기를 급히 꺼내들었습니다.


Q : 이번 ABCDE 서울회의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무엇인가요?

장 :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저를 초대해준 것 자체가 저에겐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웃음) 제가 매일같이 싸워왔던 World Bank가 그들의 자리에 저를 초대해준 이 사실. 현재의 시장주의가 얼마나 시련을 겪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Q : 선생님은 흔히
‘비주류 경제학’이라 불리는 노선을 견지하시는 대표적인 학자이신데, 자신의 노선 추구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장 : 하나 확실히 해둬야 하는 건, 주류와 비주류는 옳고 그름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죠. 제가 보기엔 오늘의 경제학은 너무 특정(신고전학파)라인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생물학 같은 경우를 보면 해부학은 해부학대로, 유기화학은 유기화학대로 등등의 생물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향한 다양한 접근법이 동시에 간학문적으로 유기적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봤을 때, 대상의 본질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유독 경제학만이 하나의 관점으로 연구하려한다는 점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양한 관점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 분위기를 좀 바꾸어서 가벼운 이야기로 선생님의 개인에 관해서 몇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몇 차례 뵌 적이 있지만 책을 통해서 접했을 때와는 사뭇 인상이 다르십니다.(웃음). 장하준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인간 장하준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또, 인간 장하준이 학문의 길을 걸으려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장 : 에이 뭐~ 그런 얘기들은 많이 들어요. 흔히 정설에 반박을 가하는 것 때문에 날카롭다는 인상을 사람들이 많이 받고는 하죠. 인간 장하준이라...... 인간 장하준을 알아서 무엇하죠?(쑥스러운 웃음) 그냥, 학자는 연구와 책에 담긴 논리로 평가 받을 뿐이지 성격이랄까 인품이랄까 그런 것들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음......우리나라는 특히, 과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한 굉장한 존경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제가 이 분야에서 평생을 몸담은 사람으로서 드는 생각은 학자도 하나의 지식 노동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를 하려는 친구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말은 공부를 영예로움에 젖어하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그저 공부가 좋아서 하는 친구여야지만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명확하게 판단하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듬직한 체구와 후덕한 인상의 장하준 교수님은 그의 학문적 권위와는 달리 짧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소탈하고 따뜻한 사람이란 느낌이 베어 나오는 분이셨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활동에 많은 기대를 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장하준 교수님과의 특별한 인터뷰를 성공리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2009년 ABCDE, 세계경제의 희망을 쏘다.

필자는 3일간 2009년 개발경제컨퍼런스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 중무엇보다, 경제문제의 국가별, 경제 주체별 상호 연계성을 보다 명확히 인지하였고 뫼비우스 띠처럼 꼬여있는 오늘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간의 상호 신뢰가 굳건해져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였습니다.

물론, 각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국가 간 정치적 문제로 말처럼 쉽게 꾀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고 도처에 상황을 전복시킬 변수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밝은 빛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전문가들의 정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가 시기적절한 경제 정책을 진단하여 시행했을 때,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장을 일으킨다는 역사적 실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한국은 IMF라는 독감을 슬기롭게 이겨낸 세계경제의 성공적인 표본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그만큼 오늘의 위기에 대한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이 이번 회의의 일반적 시각이었습니다. 아울러 전 세계 경제인들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댄 시간이었던 만큼, 2009년 개발경제컨퍼런스 서울회의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날개를 활짝 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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