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용어> 조세피난처(Tax Haven)

조세피난처란 법인세나 소득세에 대해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계좌 유지나 법인 설립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세금 우대뿐 아니라 외국환 관리 규제가 적고 기업 영경상 장애요인이 거의 없으며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자금거래가 세계경제를 교란하고 현 금융위기 발생에 일조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섬이 주요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는데, 2000년 관세청의 조사에 따르면 840여 개의 국내 기업이 1100여 개의 현지법인 또는 지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관세청의 전담 조사정보 시스템을 통해 총 8310억원 상당의 불법 외환거래가 적발됐으며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외환거래액만도 2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조세피난처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자금은 대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조세피난처에 미리 예치해 놓았던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 둘째 국내 자금이 조세피난처를 우회하면서 외국인 자금으로 둔갑해 국내로 다시 유입되는 경우, 셋째 조세피난처를 통해 돈세탁한 자금이 선거철을 전후해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 등이다.

OECD는 '조세정보 공유'를 기준으로 세계 주요국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눴다. 첫 번째는 조세정보 공유에 관한 국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국가 명단으로 코스타리카 말레이시아 필리핀 우루과이 등 4개국이 포함됐다. 두 번째는 국제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국가들이다. 스위스를 비롯해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모나코 벨기에 싱가포르 등 38개국이 '회색' 국가군에 포함됐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와 일부 특별행정구(SAR)를 제외한 중국 등 40개국은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도 '모범 국가군'에 포함됐다.       

                      

주요 20개국(G20)은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은행들의 비밀주의는 일반인 혹은 법인이 자신의 재산을 세금으로부터 비밀스럽게 지킬 수 있으며 결국 세금을 회피하려는 유혹에 빠져 세금관련 사기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이들 국가의 금융 서비스는 세금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를 숨길 수 있는 효과적인 기능을 제공하면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G20 대부분의 국가들이 조세피난처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협조를 하지 않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 추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 관련기사 ☞ 조세피난처 의심 30개국..지정은 3개뿐(2009.05.19) ☞ 검은돈 ‘아웃’…국제사회 화났다 - 코너에 몰린 조세피난처(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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