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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입국장 면세점 설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여행 다녀올 때 주변에서 면세점에서 상품을 사달라는 부탁 받은 분들 꽤 많으시죠? 해외여행객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면세점 이용객도 증가하고, 매출액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 면세점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유명 면세점 업체들은 세계 10위 면세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면세점 이용객이 늘어나자 출국장 말고 입국장에도 면세점을 만들어달라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출국장에만 면세점이 있다 보니 해외여행 내내 구매한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불편하다는 것이죠. 정치권에서도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해 여러 번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러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과세형평성 문제


우선 공항면세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 면세와 관련된 문제를 살펴볼까요? 공항면세점에서 과세당국이 세금을 매기지 않는 근거는 소비지과세원칙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원칙은 말 그대로 상품이 생산된 나라가 아닌 판매된 나라에서 세금을 매긴다는 뜻입니다. 수출국에서 세금을 한번 매기고, 수입국에서 또 세금을 매기면 이중과세가 발생하게 되죠.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 수출국은 부가가치세를 면세하고 수입국에서 부가가치세를 매깁니다.


그럼 이 원칙을 공항면세점에 적용시켜볼까요?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국에 있습니다만 출국심사를 거친 뒤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서류상으로는 한국을 떠난 상태죠. 그러니 인천공항 면세점은 소비지과세원칙에 따라 한국 과세당국이 부가가치세나 관세를 매길 수 없는 곳(이런 곳을 보세구역이라고 하죠.)이 됩니다.


그런데 입국장 면세점은 이 원칙에 위배됩니다. 입국심사를 거쳐야 들어올 수 있는 입국장은 한국 과세당국이 부가가치세, 관세 등 세금을 매겨야 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소비지과세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입국장 면세점을 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로 소비지과세원칙 위배를 꼽았습니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고 보세지역이 아니지만 내국인을 대상으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면세점은 내국인 면세점이라고 해서 국내에는 제주 면세점이 있죠. 하지만 이곳은 관광 유치를 위해서 「제주 특별 자치도 여행객에 대한 면세점 특례 규정」에 근거해 세워진 곳으로 해외여행객 편의를 위한 입국장 면세점 설치 문제와는 좀 다릅니다.


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해외여행 갔다 온 사람들은 쇼핑하면서 세금을 안내고, 해외여행 못간 사람들은 쇼핑하면서 세금을 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소득세 개정과 관련해 말이 많은 요즘 입국장 면세점이 자칫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 시내면세점의 조기정착에 부정적 영향


공항에 있는 면세점 이외에도 시내에 위치한 면세점들이 있습니다. 시내면세점은 시내에서 쇼핑을 한 뒤 물건을 구매하면 바로 물건을 받는 것이 아닌, 출국심사를 거친 뒤 구매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면세점이죠.


그동안 시내면세점들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진출해 영업을 했습니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라는 법 때문이었는데요. 이 법에 따르면 전년도의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 수 및 매출액 실적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50%를 넘는 경우 면세점 신규특허를 낼 수 있다고 정해놨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도 이 기준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신규특허는 오랫동안 발급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관세청이 고시를 개정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이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구절을 추가한 것이죠. 10월에 고시가 발효된 뒤 11월에 광역자치단체별로 1개 이내로, 총 12곳에 대해 특허신청을 받았고, 27개 업체가 신청하는 등 중소·중견기업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입국장 면세점이 추가되면 중소·중견기업을 우대하는 현재 정책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외국인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용할 수 있는 면세점이 생기니 시내면세점에 가는 수요가 줄어들겠죠. 중소·중견기업들도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면 되지 않겠느냐 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국장 면세점들은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5%나 돼 생각보다 수익이 높지 않다고 합니다.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도 이런데 중소·중견기업이 공항에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 면세점 영업을 하기는 쉽지 않겠죠.


세관 단속기능 약화


공항에는 세관이 있습니다. 일인당 해외구매한도(400달러) 초과여부를 살펴보고, 밀수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죠. 해외여행을 나가지 않은 분들이라도 TV에서 세관 업무를 자주 방영해 많이들 익숙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출국장 면세점만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이 만들어진다면 세관 업무가 당연히 늘어나겠지요. 입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해 해외구매한도를 초과해도 시고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출국장 면세점 이용기록뿐만 아니라 입국장 면세점 이용기록도 확인해야 하고, 면세점 직원을 통한 밀수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했다가 세관 문제, 밀수 범죄 등의 이유로 면세점을 철수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세관업무를 담당하는 관세청은 이 문제를 들어 입국장 면세점 설지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입국장 혼잡에 따른 불편 증가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적으로 서비스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인데요. 그 서비스 중에는 빠른 입출국심사가 포함돼있습니다. 출국과정 평균 19분, 입국과정 평균 12분이라는 굉장히 빠른 업무처리속도를 자랑하죠.


그런데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면 이 처리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입국 심사 이후 사람들이 수하물을 바로 찾지 않고 면세점을 이용하면서 수하물 처리에 시간이 걸려 인천국제공항의 신속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입국장이 혼잡해지면 그만큼 보안에 취약해집니다. 테러를 막기 위해 공항에는 보안기관이 상주하면서 지속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는데, 입국장이 혼잡해지면 그만큼 수색, 탐지에 어려움을 겪겠죠.


2003년부터 꾸준히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해외에도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된 사례가 있습니다만 이런 문제가 있어서 8월 7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현시점에서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입장을 정했습니다. 왜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안 되는지, 이제 아시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