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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Coming Soon] 대체거래소

지난 4월 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개정 자본시장법에는 대체거래소(ATS)설립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대체거래소는 무엇이며, 대체거래소 설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거래소(ATS : Alternative Trading System)은 기존 거래소를 대신해서 거래를 담당할 수 있는 곳인데요. 한국거래소가 증권거래는 물론 증권시장 상장과 시장 감독까지 담당한다면 대체거래소는 주식이나 채권 등 한 가지 상품에 특화해서 오직 거래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거래소의 독점 구도가 깨지고, 투자자는 어떤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만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기도 합니다. 시장을 감독하는 기능은 한국거래소에서만 할 수 있고,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에서 거래하기엔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대량거래를 좋은 조건에서 할 수 있어 두 거래소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계에 120여 개국에서 ATS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체거래소가 상당히 활성화되어있는데, 1998년 Regulation ATS를 제정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법을 개정해 대체거래소가 성장할 기반을 만들었고, 그 결과 시장점유율은 35%에 이릅니다. 가장 큰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는 22%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니 대체거래소가 얼마나 활성화되었는지 아시겠죠? 또 대체거래소에서 출발해 정규거래소로 전환한 곳도 있습니다. 미국 최대 대체거래소였던 BATS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8년 정규거래소로 전환해 지금은 거래대금 기준으로 세계 3위 증권거래소로 성장했습니다.

 유럽 역시 대체거래소가 활발하게 거래를 중개하고 있습니다. 2007년 금융투자상품지침(The 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 Mifid)를 만들어 대체거래소를 도입할 토대를 만들었는데요. 이후 다양한 투자은행들이 모여 대체거래소를 설립했습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Chi-X를 비롯해 Turquoise, NASDAQ-OMX Europe, Equiduct 등 다양한 대체거래소가 만들어졌고, 유럽에서의 대체거래소 점유율은 41%나 됩니다.

 대형 증권사(투자은행)들은 대체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거래를 체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는 회사 내에서 거래를 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수수료를 거래소에 내지 않고 오히려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내부주문집행(systematic internaliser) 비율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은 2000년에 대체거래소를 도입했지만 점유율은 5%에 불과합니다. 여기에는 최선집행의무와 일본 증권사들의 관행이 문제라고 하는데요. 처음 대체거래소가 일본에 도입되었을 때에는 당연히 대체거래소가 주식 거래량이 부족했으니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유리한 거래를 체결하기 위해 도쿄증권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했습니다. 이런 관행으로 이제는 대체거래소에서 도쿄증권거래소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주식이 나와도 증권사들은 대체거래소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융시장이 발달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특수한 형태의 대체거래소만 허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홍콩은 주식시장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6위, 아시아 2위 규모로 매우 크고 잘 발달한 곳입니다. 홍콩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소를 이용한 상장주식 거래를 원칙적으로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량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량거래에 초점을 맞춘 다크 풀(Dark Pool)이라는 대체거래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홍콩 주식거래량 중에서 다크 풀을 통한 거래는 약 3%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제 대체거래소 설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거래소를 이용하면 거래비용이 내려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체거래소가 이익을 얻으려면 거래가 많이 생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거래수수료를 낮춰 거래를 활성화시키겠죠. 따라서 투자자들은 더 낮은 수수료를 내고 증권거래를 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수수료 말고도 다른 거래비용이 있는데요. 거래체결에 걸리는 시간 역시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단위로 가격이 바뀌는 주식시장에서 거래체결시간이 시장마다 차이가 나면 사고 파는 가격에 차이가 나 어느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가에 따라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을 수 있겠습니다.



 한국거래소 거래체결시간은 4ms(1ms=1천분의 1초)로 뉴욕증권거래소보다는 빠르지만 유럽의 대체거래소인 Chi-X는 5배나 더 빠른 0.2ms만에 거래체결이 끝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체거래소가 도입되고 한국거래소와의 경쟁을 통해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면 그만큼 거래체결시간이 줄어들어 호가단위 경쟁이 치열해져 투자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대량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량거래는 블록딜(가격과 수량을 미리 정해놓고 한번에 사고파는 거래)처럼 시간외 매매(주식시장이 닫힌 시간에 하는 거래)를 통해 거래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주식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이 갑자기 떨어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이 문을 닫은 시간에 매매를 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 주식 매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가격보다 낮게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12시쯤 주식가격이 최대로 올랐다가 떨어졌다면 매도자는 최대 가격으로 팔 기회를 놓치고 시장이 마감될 때의 가격으로 팔아야 하니 손해를 보게 되겠죠. 하지만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면 한 번에 많은 주식이 시장에 나와도 그것을 살 사람들이 충분해 매도자는 유리한 조건에서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우리나라에서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돼야 얻을 수 있는 장점입니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이 대체거래소를 도입해도 제도적 문제와 증권사들의 관행이 대체거래소가 성장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래비용 감소나 대량거래 활성화 같은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겠죠. 투자자들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대체거래소가 성장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야 대체거래소를 도입하는 취지를 좀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대체거래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용은 복잡합니다만 결국 투자자들에게 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인 만큼 대체거래소가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