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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1000원이 10원으로? '리디노미네이션'

 20△△년 □월 △일, 몬이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처럼 편하게 소파에 누워 TV 뉴스를 봅니다.

 

평소처럼 뉴스를 시청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바로 “정부가 내년 6월부터 화폐단위를 1000원에서 1원으로 리디노미네이션한다”라는 소식 때문인데요. 여기서 언급된 ‘리디노미네이션’이란 무엇일까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란 한 나라의 화폐 액면가(Denomination)를 가치변동 없이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끌어내리거나, 아예 통화 단위와 호칭을 변경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즉, 새로운 화폐 단위를 만들어서 기존의 화폐단위에서 1000대 1, 100대 1 식으로 바꾸는 것이죠.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진전으로 화폐적으로 표현하는 숫자가 많아져서 초래되는 국민들의 계산, 회계, 지급상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실시됩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과 같은 나라가 예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프랑스, 핀란드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자국 통화의 대외적 외상을 제고할 목적으로, 중남미 같은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 위해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실

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 볼까요?

 

 

 

 

 

 

리디노미네이션의 장점


무엇보다 먼저,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는 ①화폐적으로 표현하는 숫자가 줄어들어 계산과 장부기재, 자금 결제가 쉽고 빨라진다는 점 ②자국 화폐의 대외적 위상이 높아진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1달러가 우리나라 원화로 약 1200원 가량 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화폐 달러가 1200원씩이나 한다는 것에 대해 달러가 이만한 큰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③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고 ④화폐교환을 거치기 때문에 지하자금의 양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의 단점

 

첫째, ①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이는 지폐, 동전 모두 새로 제작해야할 뿐만 아니라 컴퓨터 시스템, 자동화기기, 자동판매기 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죠.

 

②새 화폐 등장 과정에서 국민적 혼란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③가격표를 바꾸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960원짜리 물건이 1000 대1의 리디노미네이션으로 0.96원이 되어야 하지만, 상인들이 우수리를 떼어내고 1원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④화폐단위 착시에 따라 과소비 유발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리디노미네이션을 했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한국은 지금까지 1953년, 1962년에 두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1953년인데요, 한국전쟁 과정에 남발된 통화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100:1로 리디노미네이션(100원→1환)하고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변경했습니다.


1962년에는 10:1 리디노미네이션(10환→1원)하며 화폐단위를 ‘환’에서 새로운 ‘원’으로 변경했습니다. 1953년의 상황과 같은 인플레이션의 누적으로 인해 리디노미네이션을 했다기보다는 퇴장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양성화된 퇴장자금을 경제개발계획에 활용하고, 과잉통화를 흡수하여 인플레이션 요인도 제거하려했던 것이죠.


그런데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역규모 세계 9위라는 우리나라 경제에 비해 화폐단위에 0이 너무 많아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죠. 실제로 1달러에 대한 환율이 네자리가 넘어가는 나라가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정도라 하네요.

 

화폐에 들어가는 숫자가 너무 많아져 10의 15승을 의미하는 쿼드릴리언(quadrillion)이라는 생소

한 단어를 사용해야하고 외국에 이를 설명해줘야 할 때도 있다하네요. 거래, 계산, 회계처리 등 경제생활 속 불편함이 늘고 있고, 이런 불편함이 원화의 국제적 위상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입니다. 
 

반면에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경제 규모가 커지고 화폐단위에 대한 불편함이 점점 늘어가면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시기' 이지요.

 

어떠셨나요? 평소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듯 생각해왔던 화폐 단위. 이렇게 화폐 단위가 대외적 위상,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