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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경제를 구성하는 심장과 혈관, '예산'과 '재정'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급 날. 직장인 L씨는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일단 절반은 저축하고, 보험금 내고 공과금 내고 저번 달 카드 값까지 내고 나면··· 음. 그래도 이번 달은 여윳돈이 좀 생기는군. 느즈막한 휴가를 위해 묵혀둬야겠어. , . 노트북이 고장났는데 얼마 정도를 빼놔야 하나? 휴··· 여기저기 들어갈 예산이 많군. 이번 달 재정도 빠듯하겠어.’

 

월급을 여러 등분으로 쪼개서 알맞게 예산을 짜는 L씨의 모습. 바로 여러분의 모습이기도 할 텐데요. 비단 여러분뿐만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기 위해 들어온 몬이의 블루마블의 모처, ‘기획재정부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사실! 계획적인 재정관리를 위해 예산을 짜는 L씨처럼 재정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필요한 곳에 알맞게 예산을 책정하는 기획재정부의 역할.

 

그 키워드재정예산이 무엇인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재정과 예산. FinanceBudget!

 

재정(public finance)이란 정부가 공공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인 활동을 뜻합니다. 예산을 편성하는 일부터 집행, 결산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국유 재산을 관리하는 모든 국고 업무를 통틀어 ‘재정’이라고 하는 것이죠. 

 

반면에, 일정 기간 동안 국가가 어떠한 정책이나 목적을 위해 얼마나 지출하고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금액으로 표기한 것을 예산(budget)이라고 합니다. 조금 어렵다고요? 쉽게 말하자면, 정부를 사람에 비유했을 때 돈이 사람 몸 속에 흐르는 ‘혈액’이라면 예산은 혈액을 흐르게 만드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재정(public finance)’과 ‘예산(budget)’이라는 단어는 어디서부터 유래된 것일까요?

 

먼저 재정(public finance)은 중세시대에 ‘벌금’을 나타내는 단어인 ‘fine’에서 유래됐습니다. 이후 독일에서 고리대금업자에게 지불하는 ‘화폐’를 의미하는 말로, 15세기 프랑스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청부인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다가 근대에 들어서 공공기관과 관련된 자금과 관련된 용어로 쓰이게 된 것이죠.

 

예산(budget)은 프랑스어인 bougette(가죽가방)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여기에는 독특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영국에서는 재무장관이 재정에 관한 브리핑을 할 때마다 항상 네모난 가죽 가방에 서류를 넣고 다녔습니다. 이 가방을 ‘budget’이라고 칭하는데, 브리핑을 시작할 때 “Opening the budget”이라고 말하며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는데요. 여기서 나온 budget이라는 단어가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재정 관련 서류를 뜻하며 오늘날의 예산이라는 단어가 된 것입니다.

 

 

재정이 집행되는 A To Z

 

자, 이제부터 재정과 예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재정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부터 알아볼까요?

 

재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 국세를 이용해서 치안, 사회복지와 같은 국가 문제를 수행하는 일반회계.

② 일반회계 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따로 구분하는 특별회계.

③ 그리고 특정한 분야의 사업에 대해 자금지원을 하기 위해 예산과 별도로 운영하는 기금이 마지막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국민연금기금이나 얼마 전 우리 블로그에 포스팅되었던 남북협력기금도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재정이 운용되는 과정은 어떨까요? 간략하게 나타내면 위 그림과 같습니다.

 

먼저 행정부에서 재정을 편성합니다. 여기서 행정부란 재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기획재정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다음 국회에서 이 편성된 재정을 심사한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시 의결합니다.

 

확정된 재정은 다시 행정부로 넘어와 예산이 필요한 각각의 곳에 알맞게 배정을 받게 되죠.

 

그런 뒤 마지막으로 행정부와 국회가 합심하여 결산서를 검토하고 재정이 잘 쓰였는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서와 기관들이 투입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나라 돈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하니까요!

 

 

이해하기 쉬운 예산의 종류

 

 

 

 

 

 

자, 이번에는 예산으로 넘어갑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위와 같은 장면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국회의장이 무엇인가를 발표한 후 의사봉을 ‘땅땅땅’ 세 번 치는 장면을요. 바로 매년 예산안을 처리할 때의 풍경이랍니다. 예산안은 이렇듯 의회의 의결을 얻어야만 확정이 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산의 종류를 본예산이라고 합니다.

 

본예산 외에도 예산의 종류는 세 가지가 더 있습니다. 수정예산이란 말 그대로 정부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뒤 의결이 확정되기 전 일부를 변경한 예산을 뜻합니다. 그러나 의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경비의 과부족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이 때 본예산을 더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데 이를 추가경정예산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매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실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준예산은 예산이 법정기한 내에 국회의 의결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예산입니다.

 

예산은 보통 회계연도의 시작과 함께 집행됩니다. 하지만 만약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이 성립되지 못한다면 행정업무를 수행할 자금이 없는 셈이니 업무가 마비되겠죠?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준예산이랍니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임의로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죠. 

 

 

 

 

예산을 집행할 때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위의 세 가지 원칙입니다. 어느 한 가지도 빠져서는 안되죠.

 

먼저 예산 통일의 원칙이란 모든 예산은 세입이든 세출이든 하나의 계정으로 통일하여 관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나라에서 새 도로를 건설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때 도로 건설을 위한 예산을 전체 예산이 아닌 ‘자동차세’라는 특정한 세입으로 직접 충당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사업을 위한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겠죠. 이렇듯 특정한 세입과 세출을 직접 연결시켜서는 안 됩니다. 모든 세입은 한 가지의 재정으로 통일시킨 후 여기서 고르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예산 총계주의 원칙입니다. 한 회계연도의 세입과 세출은 모두 예산에 속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예산에는 모든 세입과 세출이 완전히 계상되어야 하며, 예산에 계상되지 않은 수입·지출은 인정될 수 없습니다. 이는 국가재정을 모두 예산에 정확히 반영함으로써 국회와 국민의 재정 감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한마디로 ‘투명성’을 위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은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입니다.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 연도의 세입으로 충당해야 하며 매 회계연도의 예산의 경비는 다음 연도에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2011년도에 지출한 예산은 2011년의 세입으로 해결해야지, 이를 다음해인 2012년도로 넘기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2011년도 세입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예산이 남았다면? 이 또한 마음대로 2012년도에 넘겨서는 안됩니다.

 

원래 예산이란 한 회계연도에 한하여 법적인 효력을 가집니다. 때문에 그 시효를 넘는 미사용액은 다음 회계연도로 넘어가더라도 다시 입법부의 의결을 거쳐야만 합니다. 어느 것 하나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깐깐하고 복잡하지만 나라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돈’에 관련된 문제이므로 철저히 해야겠죠?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재정과 예산

 

 

 

                                    <이미지 출처; YTN 뉴스 캡쳐>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을 '균형재정'에 맞춰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원배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2013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각 부처별로 예산안을 작성한 뒤 국무회의에서 심사와 의결을 거쳐 국회에 최종 제출하게 됩니다. 나라 곳곳에 필요한 '예산'을 짜서 균형있게 '재정'을 관리한다, '재정'과 '예산'이라는 단어가 우리 기획재정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제 아시겠죠?

 

그렇지만 이는 비단 행정부의 역할만은 아닙니다. 국무회의에서 심사와 의결하는 과정을 거치듯이 국회의 협조, 그리고 투명성있는 운영을 바탕으로 한 국민의 신뢰가 꼭 필요한 일이죠. 이 모든 구성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투명하고 효율적인 나라 살림살이가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재정예산이라는 단어를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친숙하게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국민연금이다, 고용보험이다, 우체국예금이다, 뭐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내시는 세금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국가재정이라는 큰 녀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