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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뜨거운 감자' 유로존 재정위기 과정을 짚어보다

 

 

 

 

지난 6 17, 그리스의 2차 총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전세계가 집중한 만큼 그 결과에 대한 기대도 몹시 컸는데요.

 

결과는 보수 우파인 신민당29.7%의 지지율을 얻으며 제 1당이 되었습니다. 이는 곧 그리스가 긴축 정책을 이행하며 더불어 유로존에 잔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 같은 선거 결과의 영향으로 세계증시는 일단 긍정적인 흐름을 타는 듯 보입니다.

 

이처럼 최근까지도 가장 뜨거운 감자인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3년 전 그 서막이 발발된 꽤 오래된 감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단순히 그리스의 문제로 끝난 것이 아닌 유로존 전체를 뒤흔든, 마치 쓰러져가는 도미노와 같단 사실입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최근 스페인까지. 유럽을 넘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유로존의 재정위기. 그 자세한 내막을 차근차근히 알려드릴까 합니다.

 

<도미노의 시작, 그리스>

 

 

 

          

<연도별 그리스 재정적자 수치>

 

 

 유로존 재정위기라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이 어두운 터널의 처음으로 올라가봅시다.

 

2001, 유로존 가입 기준인 재정적자 3% 이하(GDP 기준)’를 가까스로 만족시키며 그리스는 드디어 유로존에 가입하게 됩니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강대국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며 번듯한 이미지를 얻는 듯 하죠. 그러나 이는 그리스의 거짓말. 3%라는 수치는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한 조작된 수치였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재정상태가 점점 악화되더니 2009, 그리스는 마침내 무려 15%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맙니다.

 

 

 

                                 

<S&P 신용등급>

 

 

 

같은 해 12월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하고 1년 후인 2011년 그리스의 신용등급은 ‘CCC’로 추락하고 맙니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CCC는 최하위 등급입니다. B-인 파키스탄, 자메이카보다 낮은 등급이니 그리스의 신용은 그야말로 바닥이 된 셈이죠.

 

2010 4 23, 결국 그리스는 EU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합니다. 그간 우리 힘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보자!”라고 외쳐왔지만 자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은 앞다퉈 그리스 국채를 팔아 치웠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채를 보유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그리스 국채 금리는 11%를 넘어섭니다. 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금리가 6%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보다 현재 그리스의 상황이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그리스의 금융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1 7, EU IMF로부터 또 한 번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됩니다. 지난 해 1,100억 유로를 지원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 번에는 1,300억 유로를 2차로 지원받습니다.

 

두 번의 IMF라니. 앞이 깜깜하죠? 이로 인해 최악의 상황인 디폴트(채무불이행)는 겨우 피하게 됐지만 앞으로도 난항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신민당이 승리한 지금,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독일이 전면으로 반대하고 있고, 신민당의 반대파인 시리자가 새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으므로 여러가지 제동이 많기 때문이죠. 아직 갈 길이 머나 먼듯 싶습니다.

 

 

<부동산 버블의 결말, 아일랜드>

 

 

그리스가 넘어뜨린 도미노는 이제 아일랜드로 넘어갑니다. 90년대부터 활발한 성장을 감행해왔던 아일랜드는 2000년대 들어 부동산 시장 거품이 붕괴되면서 주요은행들의 부실한 재정이 한계를 드러냅니다. 유로존 가입 이후 아일랜드의 금리는 유로존 최대국인 독일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본이 과잉 투자되었고 결국 부동산 거품으로 초래됐던 것이죠.

 

 

부동산의 거품이 붕괴되자 부실은행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재정부담이 급증하게 됐습니다. 2010년 은행 부실 채권 비율이 EU 중 최고수준인 10%에 도달했는데 이는 7.9%인 그리스나 5.4%의 스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니 그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겠죠?

 

 

 

 

                           

<시위하는 아일랜드 국민들>

 

 

 

또 하나의 원인을 들자면, FDI 유출의 심화입니다. FDIForeign Direct Investment의 약자로 '외국인직접투자'를 뜻합니다. 외국인이 단순히 자산을 국내에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거나 기술제휴를 하는 등 국내 기업과 지속적인 경제관계를 수립할 목적으로 하는 투자입니다. 외국인 자신이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투자와 비교되는 가장 큰 특징이겠죠.

 

 

이러한 FDI가 유출되었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외국인의 투자금액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국외로 빠져나갔음을 뜻합니다. 아일랜드를 떠나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성장률 또한 하락하게 된 것이죠.

 

실제로 아일랜드는 외국인 투자 기업의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세를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임금 상승 등의 이유로 FDI 유출이 심화되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경제는 더욱 악화됩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연이어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EU ECB(유럽중앙은행), 독일 등은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제안합니다. 계속 버티며 구제금융을 거부하던 아일랜드는 결국 2010 11, EU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 구제국가가 되고 맙니다.

 

 

 

<복합적 위기 원인, 포르투갈>

 

 

세 번째 구제금융 신청국은 포르투갈입니다. 2011 4 EU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함에 따라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은 또 다른 구제국이 되었는데요. 사실 포르투갈의 재정 상황은 오랜 기간 동안 좋지 않았습니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증가뿐 아니라 취약한 경제구조와 계속된 낮은 성장률, 무역수지 적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탓이 컸죠. 또한 다른 나라와 다르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치적 불안감이 구제금융에 적지 않은 작용을 했다는 것인데요.

 

 

 

 

                

<포르투갈의 소크라테스 총리>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역시 구제금융을 미루고 또 미뤄왔습니다. 그러던 중 정부가 제출한 긴축안이 의회에서 부결됐고 이에 반발한 소크라테스 총리가 사임의사를 밝혔습니다. 갑작스레 정부가 붕괴되자 포르투갈 국민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합니다.

 

나아가 엎친 데 덮쳐 S&P가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근거해 포르투갈의 신용 등급을 강등하기에 이릅니다. 국채 수익률이 유로존 가입 이래 최고치인 8%까지 솟은 상황에서 국채 발행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포르투갈은 결국 같은 해 5 78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됩니다.

 

 

 

 

<끝 없는 도미노 행렬, 과연 어디까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의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도미노가 포르투갈에서 끝난 것이 아닌 최근 스페인까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유로존 4위의 경제대국인 스페인마저도 악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니 세계는 지금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입니다.

 

 

스페인은 현재 전면적 구제금융은 필요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단순히 부실해진 은행을 보호하기 위한 구제금융만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러나 지난 수년간 유럽에서 가장 탄탄하다고 주장하던 스페인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부실했음이 드러난 지금 이 상황에서 과연 필요 없다라는 입장이 납득할 만한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리스의 금융위기가 그리스 내에서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것처럼 스페인의 금융위기 또한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스페인의 금융위기가 또 다른 도미노를 낳는다면 그리스 다음으로 정부부채를 많이 확보한 이탈리아도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스페인까지는 안 갈 것이다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도미노니까요. 현재 진행중인 유로존 도미노. 그 어느 때보다 객관적인 판단과 단단한 협력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