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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스마트한 J군의 스마트폰과 하루나기


#사건의 재구성.

J군은 지각이 일상이었죠.

07:00 또 늦었다. 건전지가 다 닳아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일어나 일어나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보다 더 짜증나는 건 이렇게 알람이 먹통이 돼서 늦는 것이다.

07:20 아침에 신문 읽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 교수님의 훈시를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 경제신문이다 보니 뭐가 뭔 말인지 전공을 4년 째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책상에 앉아 느긋하게 읽을 시간이 없다.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면서 읽는 게 이제는 익숙하다.

08:00 오늘자 달력을 확인한다. 달력에 표시된 오늘의 일정을 메모지에 옮겨 적는다. 아버지가 신문이 다 젖었다며 한 소리를 하신다. 아마도 샤워기 물살에 젖은 모양이다. 코팅을 해 놓을 수도 없고 매일 화장실에서 읽는 게 버릇이 돼서 하루 한 번은 이렇게 잔소리를 듣는다.

08:40 신문에서 날씨를 확인했지만 조간신문이다 보니 혹시 몰라 TV 기상예보를 확인한다. 오늘은 오전에 비가 갠 후 무더운 날씨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우산을 챙긴다.

09:00 책을 빌리려고 학교 도서관을 들렀다. 아 이런! 모두 대출 중이라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한다. 날도 더운데 괜한 발품을 팔았다.

09:30 두뇌회전에 좋다는 콩두유를 마시고 책을 편다. 이번 2달은 토익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L/C 공부에는 찍찍이가 좋다는데 참 영어공부 하겠다고 다른 데는 여간해서 쓸 데 없는 고물을 사기가 여의치 않아 MP3를 이용한다. 손이 많이 가서 공부를 하다가 짜증이 나기 일쑤다. 이래서 학원을 다니는가보다.

10:30 L/C 풀이를 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한 페이지나 나왔다. 동생이 사놓고 쓰지 않은 전자사전을 챙겨왔다. 검색하고 수첩에 빨간 색 검은 색으로 나눠 옮겨 적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어장을 만드는 데는 이골이 난다.

12:00 공부가 여간 하기 싫었는지 한참 된 것 같은데 기껏해야 20분이 흘렀다. 열람실 밖으로 나왔다. 음료수를 마시다가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조금 이른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12:20 자장면을 먹기로 했다. 114에서 사랑하는 고객님을 찾는다. 사랑한다면서 왜 이렇게 맛없는 집을 알려줬는지 기회만 된다면 찾아갈 작정이다.

13;00 맛은 없었지만 양은 많아서 다 먹고 나니 배가 빵빵하다. 공강 시간이 좀 남아 노래통엘 간다. 한 녀석은 기계를 이용해 검색을 하고 나는 책자를 펴고 가나다순으로 검색을 한다. 신곡 포스터를 확인하는 신곡킬러가 있는가 하면 종이에 애창곡을 적어가지고 다니는 녀석까지 있다. 이 녀석 대박이다.

14:00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좋은 노래가 나온다. 분명히 다 들어본 노래라는데 제목, 심지어 가수도 기억이 안 난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그 정도로 열의가 있는 친구는 없다. 남자 녀석들이 더 낯을 가린다. 결국 하루 종일 제목도 모르는 이 노래만 흥얼거린다.

17:00 아! 또 늦었다. 약속 장소가 생소해 여유를 갖고 출발했어야 하는데 꽤 늦을 것 같다. 부랴부랴 폐달을 밟지만 다 거기가 거긴 것 같아 헤매다가 전화를 해서 지리를 잘 아는 친구 녀석이 마중을 나왔다. 30분이나 늦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뭐라는 사람은 없지만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18:00 환경봉사동아리인 만큼, 매주 환경 이슈에 관한 토의를 한다. 준비된 유인물을 나눠주는데 개인별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다 보니 종이만도 한 묶음이다. 발표 후 이뤄지는 상호의견교류시간을 준비하느라 적기 바쁘다.

19:00 집에 와 보니 주말에 체육대회가 있어 입으려고 주문한 트레이닝복이 도착하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려고 해 보았지만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녹음된 인사말만 나온다. 웹페이지를 확인하니 다행히 청주에 도착했단다. 내일이면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19:30 허기가 져 라면을 끓인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요즘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를 시청한다. 아버지가 소리치신다. “라면 다 탄다.” 으앗! 물이 다 쫄아 있고 라면은 검은 면발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버리기도 아깝고 먹기도 뭐한 것을 물을 살짝 붓고 꾸역꾸역 먹는다. 벌써 태워먹은 그릇만 몇 갠지 모르겠다. 이놈의 건망증.

20:00 이제 곧 여름이라며 운동을 간다. 라면 하나에 600kcal라니 먹은 만큼 움직여야 한다. 30분을 뛰었다. 땀을 닦고 물을 마시고 몸무게를 잰다. 어라? 뛰기 전보다 더 늘었다. 몸은 힘든데 몸무게가 늘었으니 운동을 해도 한 것 같지도 않다.

22:00 책상에 앉아 내일의 할 일을 적는다. 건망증이 심해 항시 쉽게 확인이 가능한 포스트잇은 필수이다. 친구 녀석 생일이란 걸 깜빡하고 지날 뻔 했다. 비싼 200원짜리 멀티메일을 보낸다. 여자친구도 없는데 벌써 무료문자를 다 썼다. 이번 달 휴대폰 요금도 10만원은 거뜬히 넘길 것 같다.

23:00 바쁜 일과를 마치고 나니 너무 피곤하다. mp3에 담긴 잔잔한 발라드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노래에 심취하다보니 잠은 여간해서 오지 않는다. 자려고 하면 꼭 클라이맥스이거나 비트가 강한 노래가 나와 오던 잠도 달아난다. 내일은 6시에 기상해야 하는데 벌써 1시. 내일도 늑장을 부릴까 걱정이다.


그러던 J군이 스마트폰을 샀습니다.



<라디오 알람 app>

06:00 roly-poly 라는 신나는 노래로 잠을 깬다. 20번을 흔들어야 꺼지는 설정 탓에 손을 연신 흔들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잠을 깨고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경제 app>

07:20 침대에 몸을 붙인 채 매경신문 어플을 켠다. 인쇄신문처럼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누워서 보기가 참 편하다. 아버지에게 종이 젖었다며 혼날 일도 없다.

 

<오늘 할 일 app>

08:00 오늘의 일정을 확인한다. 오늘은 환경봉사동아리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어제 처리하지 못한 일정까지 소화하려면 오늘은 여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케이웨더, 피부예보++ app>

08:40 외출 전 날씨를 확인한다. 이제 장마는 한철 지나갔나보다. 요즘 라이딩에 빠져 사느라 비 안오는 날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수시로 바뀌는 요즘 같은 날씨에 실시간으로 손쉽게 기상확인이 가능하니 맨 몸으로 비를 맞이할 일은 드물다. 날씨가 건조하니 미스트를 챙기란다.

<충북대학교 app>

09:00 학교 선배가 추천해 준 책이 생각났다. 교내 소장도서현황을 확인한다. 아 이런 모두 대출 중이다. 그래도 굳이 먼 도서관까지 오가는 일이 없었으니 발품을 아낀 것만도 다행이다.

<LC어학기 app>

09:30 두뇌회전에 좋다는 콩두유를 마시고 책을 편다. 이번 두 달간은 토익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어폰을 끼고 L/C 문제풀이를 시작한다.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게 공부한다는 말은 옛 말이다. 어플로 버튼만 눌러주면 손쉽게 다시 듣기 반복구간 청취가 가능하다. 계속 반복해 듣다보니 그럴 듯 하게 들린다.

<DioDict app>

10:30 L/C 풀이간 모르는 단어가 한 페이지나 나왔다. DIODICT을 통해 단어를 확인한다. 검색만 하면 자동으로 단어장도 만들어주고 퀴즈풀이도 가능하니 여간 편한 게 아니다. 수첩단어장을 들고 다니는 건 불편하고 보관도 여의치 않았는데 휴대폰이야 항상 손에 쥐고 사니 한 자라도 더 자주 보게 된다. 가방도 한결 가볍다.

12:00 식사 시간을 알리는 진동이 울린다. 오늘은 학교 친구들과의 식사가 약속되어 있다.

<배달통 app>

12:20 친구들과 점심 메뉴를 고민하던 중 날씨도 좋고 해서 야외 솔못에서 자장면을 시켜먹기로 했다. 어디가 맛있냐고 물어볼 것도 없이 맛집 어플을 켜고 주변에서 가장 별점이 높은 곳으로 주문을 한다.

<NoraeBook app>

13;00 오랜만에 밀가루 음식을 먹었더니 더부룩한 배를 소화시킬 겸 공강 시간을 이용해 노래통엘 간다. 친구 녀석이 한 권 밖에 없는 노래방 검색기를 쥐고 있는 동안 나도 노래방책자 어플을 이용해 검색을 시작한다. 더 이상 서로 기계를 차지하려는 미묘한 신경전은 없다. 오늘의 첫 곡은 ‘무한도전’에서 신명나게 불렸던 화제의 그 곡 ‘바람났어’

<네이버 app>

14:00 친구 녀석이 사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좋은 노래가 나온다. 꼭 이런 노래는 들어본 것 같다가도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네이놈의 음원검색 어플을 켠다. “이유”이란 노래란다. 아! 불과 몇 개월 전에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그 드라마의 ost였다.

<Daum 지도 app>

17:00 알람이 울린다. 아침 등굣길에도 확인했지만 봉사동아리 월례회의가 예정된 걸 깜빡하고 지나갈 뻔 했다.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자전거를 밟는다. 처음 가보는 장소라 내비게이션을 켠다. 약속 시간에 10분 정도 늦었지만 다행히 사람들이 모두 모이지 않았다. 회의 시작 전 대화의 물고를 튼 건 새로 산 스마트폰 품평이다.

18:00 회의 내내 주요한 이슈는 페이스북과 미투데이 트위터를 이용한 클럽 활성화 방안 토의다. SNS가 대세는 대센가 보다. 회원들 모두 적기보다는 누르기에 분주하다. 모르는 이슈가 나오면 검색하고 중간 중간 인증샷을 찍는다며 스피커를 막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배송조회 app>

19:00 집에 와 보니 주문한 택배물이 도착하지 않았다. 벌써 이틀 째다. 요즘같이 칼 배송에 보편화 된 시대에 너무 늦는다. 배송조회 어플을 확인해보니 청주지점에 도착하였고 내일 배송예정이란다. 주말을 넘기지 않아 다행이다.

<라면의정석 app>

19:30 늦은 저녁 식사 메뉴로 라면을 끓인다. 물을 붓고 면을 넣고 타이머를 누른다. TV를 시청하면서 라면을 끓이다 냄비를 태워먹은 게 한 두 번이 아닌데 제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가 참 고맙다.

<BikeMateLite, Nike+ GPS app>

20:00 오늘 라이딩으로 소모한 칼로리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살이 찔까 걱정이다. 이제 곧 피서철을 맞아 운동에 열을 올리는 중이라 먹은 만큼 빼야 한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런닝을 시작한다. 오늘의 목표거리는 10KM로 설정한다. 구간이 지날 때 마다힘내라는 응원 멘트까지 날려주니 달릴 맛이 난다.

22:00 책상에 앉아서 캘린더를 확인하고 내일의 할 일을 기록한다. 건망증이 심해 피곤하더라도 거르지 않고 꼬박 챙기는 일과이다. 오늘 처리 한 업무는 살짝 눌러주면 빨간 두 줄이 그어진다. 페이스북 이벤트를 확인하니 내일이 친구 녀석의 생일이다. 이런 건 원래 12;00를 기점으로 분초를 다투듯 보내줘야 감동이다. 카카오 똥을 켠다. 대화창에 온갖 이모티콘을 날리면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한다. 이 녀석 확인 안한 척 답장을 하지 않지만 1이 없어졌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라디오알람 app>

23:00 월례회의다 뭐다 이른 아침부터 오늘도 분주한 하루가 지났다. 잔잔한 음악으로 취침모드를 맞춰놓고 잠이 든다. 노래를 켜놓고 자면 자고 일어나도 선잠을 잔 것 같았는데 자동취침모드 설정이 있어 참 편리하다. 20분이 지나고 잠잠해지는 음악 소리에 맞춰 나른하게 잠이 든다.



스마트한 세상이 열렸고 J군도 요즘 대세라는 스마트폰으로 갈아탔습니다.

덕분에 건망증이 심해 자주 잊어버리고, 늑장 부리던 걸 시간 관리 어플을 이용하면서 한결 계획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자사전이다 카메라다 단어장이다 무겁게 들고 다니던 가방도 한결 가벼워졌고요. 모르는 길 찾아 헤매는 일도 줄었고 괜한 발품 파는 일도 없습니다. 비싼 가격에 덤탱이를 쓰는 것도 옛 말이죠.

한 번은 자전거를 사러 갔다가 점포 사장님께서 최저가라며 제시하신 가격을 듣고 곧장 인터넷 최저가를 확인하고 “에이 사장님 더 싼데도 많네요~” 라며 기분 좋은 넉살을 부려 합리적인 구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클럽의 공지사항을 확인하려고 수시로 컴퓨터를 켜거나, 일기예보를 보려고 신문을 뒤적거리는 일도 없습니다. 휴대폰 요금만 해도 전에는 10만원을 훌쩍 넘기던 걸 무료통화다 무료문자다 온갖 무료 어플을 이용하다 보니 8만원도 겨우 나오네요.

하지만 스마트폰은 쓰는 사람이 스마트해야 스마트폰 구실을 한다죠? 같은 기계를 쓰면서도 무료문자와 무료통화를 겨우 쓰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휴대폰으로 실시간 음악 감상에서 부터 학점관리, 운동 스케줄 관리, 영어회화 공부, 영화 예매까지 스마트한 어플의 기능을 백분 이용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첫 번째와 같은 친구에겐 굳이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것이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요?

시간이 금이라면, 스마트해진 세상은 잘만 이용하면 분명 노다지입니다.

그러나 내가 쓰지도 않는 번잡한 기능을 가진 고가의 스마트폰을 단순히 유행을 좇아가려는 의도로 구매하는 행태는 반드시 지양해야 합니다. 물론 돈이 많고 쓸데가 없어서 스마트폰을 악세사리로 치장하시려는 분이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유용할 수도 있지만 능사는 아닙니다. 현명한 여러분의 생활에 어울리는 휴대폰, 그게 스마트한 폰이고 그게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