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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4대강 살리기, 선진국 사례를 통해 살펴보니

 

  

해마다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곳곳에서 물난리가 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 슬퍼하는 수재민들과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가축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이 수재민 돕기에 나서고, 정부는 정부대로 이들을 도울 방법을 강구한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홍수나 가뭄 같은 재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갈수록 이상기후가 심화되면서 홍수뿐 아니라 물 부족으로 인한 가뭄도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비단 홍수나 가뭄만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 식수원인 강물의 수질을 개선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강을 중심으로 한 치수사업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의 국책사업인 ‘Room for the River’, 일본 요도가와(淀川)의 친환경 하천복원사업, 오스트리아 다뉴브 강의 친환경 치수사업 등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치수사업은 나라마다 배경과 목적, 내용이 다르므로 이러한 해외 사례를 우리나라의 4대강 살리기와 견주어 우위를 가릴 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적어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전망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네덜란드의 Room for the River 사업과 비교해보자. 이 사업은 하천 상류에서 홍수를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해 하류에서 모든 홍수조절 수단을 찾아야 하는 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상류에 저류구조물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홍수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Room for the River 사업의 목적은 홍수 조절과 환경 보호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홍수와 가뭄 피해 해소는 물론 수질 개선, 수생태계 보전, 수상위락과 여가활동을 위한 친수공간 마련 등이 목적인 건강한 강 가꾸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하천 삼각주 저지대에 형성된 나라로 전 국토의 약 80퍼센트가 홍수로 인한 침수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라인 강 삼각주에는 매년 홍수가 발생한다. 1953년 발생한 홍수는 1천8백명의 인명 피해를 낸 엄청난 재난이었다. 이어 1993년과 1995년에 난 홍수는 라인 강변과 인근 지역을 황폐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 20만명 이상의 삶터를 삼켜버렸다. 이처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상류지역의 융설(Melting Snow)과 강우량의 증가다. 매년 홍수를 따라 이송되는 많은 토사는 홍수터에 쌓여 수해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

 

매년 겪는 홍수로부터 자산과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는 Room for the River라는 정책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Room for the River는 제방을 계속 높이고 보강하는 종래의 방법에서 벗어나 홍수를 수용할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가능성을 찾는 정책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0년에 이 정책을 홍수에 대비할 새로운 치수대책으로 내놓은 데 이어 2006년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간계획중요결정(SPKD·Spatial Planning Key Deci- sion)을 확정했다.

이 사업의 특징은 홍수를 밀쳐내기보다는 홍수터가 더 많은 홍수량을 감당하도록 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를 위해 하천 주변의 저지대 주민을 높은 지대로 이주시키는 한편 경작 가능한 토지를 산림, 습지, 초지로 바꾸게 했다. 또한 홍수터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퇴적토를 제거하고 깊은 도랑을 만들도록 했다. 토양구조와 보수 능력에 영향을 주는 비료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SPKD는 홍수 방어, 조경에 관한 기본계획과 함께 전반적인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 통합적인 공간계획을 제시한다. 22억 유로의 예산이 드는 기본사업은 40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2015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라인 강을 비롯한 4개 강에서 시행된다. 스위스에서 발원한 이들 강은 독일,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에 이르고 대서양으로 흐른다.

2015년에 사업이 마무리되면 라인 강 지류는 초당 1만6천 세제곱미터의 홍수량에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하천 주변 환경도 질적으로 개선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 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도 확보된다. 그동안 숱한 물의 재난을 겪은 네덜란드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일본 오사카 도심의 지류인 요도가와는 준설을 통한 통수단면적(흐르는 물을 직각 방향으로 자른 횡단면적) 증대로 ‘치수’에 성공한 예다. 요도가와 지류는 일본 최대의 담수호인 비와호의 배수로에서 발원해 교토 분지와 오사카 평야를 지나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연장 75킬로미터의 강이다. 이 강은 도쿠가와시대부터 수백 년 동안 물자 수송로이자 오사카와 교토를 잇는 교통의 대동맥 구실을 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철도 개통으로 수운이 쇠퇴하고, 수력발전과 관개를 목적으로 댐이 만들어지면서 단순한 정비와 관리에만 중점을 둔 탓에 수질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나는 골칫거리 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오사카시는 1971년 버려진 강을 살리고자 친환경 하천복원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은 증대된 홍수량을 소통시키기 위해 최대 4미터가량을 준설하고, 저수로 폭을 1백20미터에서 3백 미터로 늘려 홍수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 덕에 수질도 개선되고 물의 흐름도 원활해진 요도가와는 현재 ‘도심의 오아시스’라고 불릴 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강으로 거듭났다.

오스트리아의 다뉴브 강 또한 친환경 치수사업을 벌이지 않았다면 아직도 홍수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은 지난 수세기 동안 다뉴브 강의 잦은 홍수 때문에 막대한 재해를 입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프란츠 요세프(Franz Joseph) 오스트리아 황제는 홍수 조절을 위해 1869년부터 1875년까지 빈의 다뉴브 강을 저수로 폭 2백80미터, 홍수터 폭 4백5미터로 만들었으나 1897년과 1899년에 발생한 홍수로 치수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정치적 불안정, 경제불황, 전쟁 등으로 치수사업에 대한 관심이 줄었으나 1975년부터 홍수 방어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1970년 길이 21킬로미터, 폭 2백 미터의 ‘신다뉴브’라는 방수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방수로는 1972년 착공해 1992년에 완공됐다.

방수로에는 상류 유입시설과 하류 수위조절보가 설치돼 있어 비홍수기엔 다뉴브 강이 호수처럼 보인다. 이 같은 친환경 치수사업으로 다뉴브 강과 신다뉴브 방수로 사이에 다뉴브 섬이 생겼다. 다뉴브 섬의 폭은 70~2백10미터, 넓이는 3백90헥타아르에 달한다.

신다뉴브 방수로는 홍수 저류공간의 확보, 여가활동 기회의 증진, 다뉴브 강 주변의 지하수 함양 및 교통망 연결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준비과정 초기에는 빈 시의회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홍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적절한 계획을 만들어가면서 호응을 얻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방수로의 치수 기능을 다양화하기 위한 ‘다뉴브 섬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이 프로젝트는 지표수와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순환하고, 수중생물과 육상 생태계가 연결되도록 도왔다. 또한 자연친화적인 여가활동도 증진시켰다.

다뉴브 강 프로젝트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06년 유엔 해비타트 프로그램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선정됐다. 다뉴브 섬은 조류 서식처, 소형 보트 마리나, 자전거길,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도시의 휴식공간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치수에 성공한 예는 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1982년부터 1986년까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한강을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이전에 한강은 도시하수와 공장폐수의 무분별한 방류로 수질오염이 심각했다. 그뿐 아니라 무분별한 골재 채취로 한강주변에 자갈로 이뤄진 퇴적지형이 형성돼 도시경관마저 심하게 훼손됐다.

서울시는 한강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하수처리장과 함께 여러 하수구에서 하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내려보내는 큰 하수도관을 만들어 수질을 개선했다. 아울러 수로를 정비해 홍수 흐름을 원활히 하고, 한강시민공원을 조성해 버려진 하천공간을 휴식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은 성공적인 ‘치수’ 사례임에 분명하다. 다만 콘크리트 호안과 제방의 자동차 전용도로는 생태 단절, 하천접근성 제약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 아쉽다.

 

울산시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벌인 태화강 생태하천조성사업은 수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생태 복원에 성공한 사례다. 울산시는 2002년부터 바닥에 쌓인 쓰레기를 걷어내 하도를 정비하고, 공장폐수와 생활오수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하수관거를 매립했다. 상류 두 곳에는 하수처리장도 만들었다.

이 사업은 2000년대 초반까지 3~5등급에 머물던 하류 수질을 2005년부터 2등급(좋은 물)으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2006년부터는 태화강에서 방류한 연어가 돌아오고 있으며, 태화강을 찾는 철새도 2006년 31종에서 2008년 42종으로 늘었다. 울산시는 2005년부터 매년 6월 태화강 전국수영대회도 개최해 맑고 깨끗해진 강의 모습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처럼 치수사업은 수질을 개선하고 물 문제를 해결해줄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우리의 금수강산 못지않은 금수강촌을 일궈내기 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또 한번 이 땅에 ‘강의 기적’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 *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 공감(2009.6.17)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