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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아편전쟁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까지, '글로벌 불균형'은 계속된다

몇 달 전 여름, 런던 올림픽 때문에 밤잠 못 이루고 우리나라 선수들 응원 많이 하셨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난히 오심 판정이 많았던 아쉬운 경기들이 있었습니다.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던 영국을 다시 보게 되는 올림픽이었는데요, 오래 전 영국의 또 다른 실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까요?

 

 

 

 

 

 

 

영국인 자신들도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는 아편전쟁. 그 시작은 중국 청나라와의 무역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부유해졌고,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차()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영국은 차 외에도 비단, 도자기, 약재 등 청나라의 많은 상품들을 수입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관세를 높여 청나라로부터 수입을 줄이려 했지만, 이미 영국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던 청나라 상품들은 좀처럼 수입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계속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반면 그 당시 영국의 주요 수출상품이었던 모직물은 주로 비단을 사용하던 청나라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만 청나라에서 많은 물건을 수입할뿐 청나라는 반대로 수입 없이 수출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무역 결제수단이었던 은이 청나라로 지속적으로 흘러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던 것이 오히려 자국의 은이 유출되고만 있다니... 영국 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국 영국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아편이었습니다. 아편은 대표적인 마약 중 하나로 엄청난 중독성을 지녔다고 합니다. 영국은 아편을 밀수출함으로써 청나라 사람들을 아편에 중독 시켜 지속적으로 수출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수출로 빼앗긴 막대한 은을 다시 자국으로 흘러들어오게 할 생각이었죠.

 

이러한 해결책은 100%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1729년에 청나라로 반입된 아편은 200상자에 불과했으나 영국 정부의 본격적인 아편 밀수출로 1838년에는 4만 상자를 초과하였다고 합니다. 영국의 아편 밀수출로 인해 청나라의 아편 중독자는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고, 청나라 전역에서 아편에 중독된 사람들이 모이는 아편굴도 나오게 됐죠.

 

 

 

 

 

 

                                                     <출처: Google Image>

 

 

 

 

결국 은의 흐름은 역전되고 말았습니다.

 

청나라에서 영국으로 흘러가는 은 유출량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고, 그만큼 청나라의 국가재정과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동시에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1939, 드디어 청나라 정부는 임칙서를 아편 근절 특명을 주어 흠차대신으로서 광동성에 파견시켰습니다. 광저우는 오래 전부터 해외무역의 창구였으며, 따라서 서양에서 아편이 들어와 전 중국으로 퍼지는 출발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광저우에 내려간 임칙서는 영국 상인들로부터 아편 2만 상자를 몰수하여 폐기하였고, 이 사건으로 영국 정부가 격노하면서 아편전쟁이 발발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영국정부에서는 은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불법으로 시작한 아편밀수출만으로도 수치스러운데, 이 아편 때문에 전쟁을 치룬다는 것은 더욱 수치스럽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전쟁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아편전쟁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영국이 수치스러움을 넘어서 아편전쟁을 일으키게 된 숨겨진 속셈이 무엇일까요? 단지 청나라의 임칙서가 자국 상인들의 아편상자를 몰수하여 폐기했기 때문일까요?

 

그건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합니다.

 

근본적인, 숨겨진 속셈은 바로 무역불균형 때문입니다.

 

아편을 밀수출하기 전, 영국은 청나라로 은이 대량 유출되면서 무역적자를 겪게 됩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은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무역흑자를 겪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무역을 하는데 있어서 일방적으로 어느 한 국가만이 이득을 취하는 것을 무역 불균형이라고 합니다.

 

영국이 전쟁을 일으키게 된 이유도 아편을 수출하지 못 할 경우 또 다시 무역불균형으로 손해볼 것을 두려워한 것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현대판 아편전쟁을 알아보도록 해볼까요?

 

 

현재에도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과 같이 심각한 무역불균형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크게 볼 경우 선진국신흥국으로 나뉠 수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바로 미국중국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이라고 합니다.

 

 

아편전쟁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영국이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무역의 이익이 중국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은 과거의 경우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미국에 싸게, 그리고 많이 수출해 왔습니다.

반면 미국은 싼 가격에 중국제품을 소비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상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영국의 은이 중국 청나라로 흘러들어 간 것처럼 미국의 달러가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시면 점차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중국은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편전쟁이 일어난 당시에 영국과 중국의 무역수지를 그래프로 나타내도 이러한 형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은 아편전쟁과 같이 결국 큰 문제를 가져오게 되지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억하시나요?

 

일부에서는 금융권에서 투기를 조장하고, 정부에서 관리를 잘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글로벌 불균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의 장기간 무역흑자를 통해 미국의 달러자금이 중국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상당한 양의 달러를 보유하게 되지요.

 

이러한 중국의 상당한 달러 자금은 안전자산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국채에 투자됩니다. 미국 국채매입에 사용된 엄청난 달러들은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되었고 이렇게 풍부한 유동성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자산 거품을 일으키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심각한 무역적자로 손해를 보고 있는 미국과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은 미국의 과도한 소비구조에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대립은 앞으로 세계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아편전쟁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글로벌 불균형은 세계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편전쟁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계속되는 무역적자로 세계경제 1위 국가인 미국이 흔들린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지요.

 

또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특히 중국과 미국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써는 현대판 아편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의 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므로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