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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이끈다 - 서울국제금융포럼 참관기

지난 14일, 매년 파이낸셜 뉴스가 주최하고 각종 정부부처 및 기업에서 후원하는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가했습니다. 아래 그림은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및 시작 전 모습니다. 포럼에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 노트북과 무선인터넷, 통역기를 제공하여 포럼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가 가장 인상깊고 흥미롭게 들었던 세션을 중심으로 소개할까 합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제가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세션에 참가한 인사들의 사진입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타오 동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의장>, 파비오 스카치아빌라니 오만국부펀드 수석이코노미스트, 리처드 새먼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소장, 가와이 요시히로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 사무총장, 필립 터너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보입니다.

관심 있었던 세션 주제는 '글로벌 리밸런싱과 금융규제'였습니다. 글로벌 리밸런싱은 선진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다가 신흥국이 이제 그 역할을 대신해, 세계 경제 성장이 미국, 유럽, 일본에 의해 주도되지 않고 브릭스, 동남아시아, MIBK 등 다양한 신흥국가가 주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글로벌 리밸런싱이 매우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인데요, 각종 수치와 인사들의 견해를 통해 글로벌 리밸런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은 국제 사회가 금융 규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면서 금융 규제의 구체적인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포럼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시아가 주도하는 '세계 경제성장'
세션 중 첫 시간은 다양한 그래프를 통해 글로벌 리밸런싱의 이유를 알아보고 그러한 추세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연사로 필립 터너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나섰는데, 깔끔하고 근거있는 연설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럼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알아볼까요?



옆의 그래프는 세계 한계저축성향(Marginal Propensity to save)와 세계 평균저축성향(Average propensity to save)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계저축성향이란 가계소득의 일정 비율로 저축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한계저축성향이 0.3으로 측정되었다면 가계의 소득이 1,000원 발생할 경우 300원은 저축을, 700원은 소비를 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세계 한계저축성향 수치가 2006년 들면서 이전에 넘지 못한 30%대를 넘어서면서 저축으로 몰린 자금이 국제 유동성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지역에서는 이러한 한계저축성향 수치가 이미 ‘02년도에 30%를 넘어 ‘08년에는 50%를 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제 아시아지역은 과도한 저축률이 하나의 특성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지역이 글로벌 리밸런싱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 보겠습니다.


옆의
그래프에서는 Incremental capital-output ratio[한계고정자본계수]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이 비율은 GDP의 투자비율 대비 경제성장률을 뜻합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ICOR이 5라면 성장 1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는 그 다섯 배(5)가 투입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05년을 기점으로 아시아지역의 ICOR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여타 지역의 ICOR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므로 아시아지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그래프는 아시아지역의 총 자본 유입에 대한 것입니다. Net flow가 아니라 Gross flow이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 후반부터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오히려 보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죠? 이토록 많은 규모로 자본이 유입되기 때문에 아시아지역이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짙어지면서 트리플 A 채권(채권의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인 트리플 A[AAA] 채권은 가장 안전한 채권이라 인식된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한계저축성향과 트리플 A 채권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에 미국 장기 채권의 수익률은 상당히 낮아졌죠. 실제로 장기 미국 채권의 수익률은 1%대입니다. 이는 역사적인 수익률로 보더라도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200년 간 영국 국채의 수익률이 3~3.5%대이기 때문이죠. 아래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빨간 곡선이 장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익률인데 ‘10년에 들어서면서 1%대로 추락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국채에 대한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오히려 아시아지역으로 자금이 몰린다는 현상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죠. 다음의 그래프는 미국 내 비금융 기업의 부채 정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빨간 색 굵은 실선이 미국 내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을 보여주는데, ‘80년대까지 일정수준을 유지하던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0년도를 지나면서 미국 GDP의 200%대를 뚫고 급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현재는 미국 GDP의 250% 정도 수준으로, 염려할 만한 상황입니다.

상당히 높아진 미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에 대해 현실적으로 우려해야 할까요? 부채비율만 높아지고 영업이익이 부채나 이자비용을 줄일 만큼 발생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은 도산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높은 부채비율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장기 미국 국채 수익률(Real long-term Treasury yields)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에 동일하게 부채에 대한 금리 비용(Interest expenses, %GDP) 역시 4%대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비록 비금융 기업의 총 부채 비율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낮은 금리 비용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비금융 기업의 과도한 부채비율은 염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과도한 부채가 있어도 미국 산업이 흔들리지 않을 수준으로 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또한 그만큼 낮은 금리이기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특정 통화를 차입하고, 차입 통화를 다른 통화로 교환한 이후 교환한 통화로 투자하는 방식)가 성행하게 됩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늘어나서 아시아지역으로 통화가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그래프입니다.

빨간 실선이 Term Spread를 뜻하는데, 이는 10년물 채권 금리와 3개월 단기 채권 금리 사이의 차이를 말합니다. 2007년까지 0%대 수준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가 2010년을 지나면서 3% 차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단기로 자금을 차입해서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면 3%의 이자수익률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녹색 실선은 Carry-to-risk ratio(위험대비 캐리비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차입통화와 투자통화간의 금리차를 미래의 환율변동성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 수치를 풀이하자면 상당한 거시경제 지식이 필요하므로 단순하게 CTR(Carry-to-risk ratio)가 높아지면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도가 높아진다는 점만 알고 가보도록 합시다.

위의 Term Spread를 설명하면서 알려드린 방식(단기 차입금으로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통화간의 금리차이 역시 존재하므로 낮은 금리를 가진 차입통화를 단기로 빌려 높은 금리를 가진 투자통화의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형태로 캐리 트레이드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CTR 그래프를 보면 2010년 이후 2.5~3%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게 되는 모멘텀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저금리 차입통화가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아시아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하나의 근거가 되는 것이죠. [현재 일본을 제외하고 선진국과 비교할 시 상대적으로 아시아지역은 높은 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첫 번째 기사를 참고하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bluemarbles.tistory.com/1427]

이렇게 아시아지역으로 자금이 몰려들게 되면 글로벌 리밸런싱에 도움을 줍니다. 왜냐하면 투자된 자금이 많을수록 경제 규모는 커지게 되고 자연스레 다국적 기업의 진출이 이루어지면서 기술 이전 및 품질 고급화가 완성되면서 시장 자체가 선진국과 비슷하게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주목하라
타오 동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강연을 통해선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현황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글로벌 리밸런싱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국가입니다. 지구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모든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으로 내보내는 비율이 상당히 높죠. 그래서 중국이 만든 물품을 선진국이 사면서 중국은 매년 재정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높은 물가상승률로 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건비 상승을 동반해 중국 서민층에 대해 소비여력을 주고 경제적인 분배를 하기 위해 정책까지 개선하고 있죠.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꾸준히 상하이 지역의 임금이 높아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 역시 최저임금이 상승 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의 노동력이 농촌에서 공급되어왔습니다. 2000년부터 평균적으로 1억 5천만명 정도의 농민들이 중국의 동부 해안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중국의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들어 동부 해안 지역보다는 중부와 서부 지역으로 인프라 및 생산 시설이 갖추어지면서 새로운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됐고 동부 해안 지역으로 이주가 집중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중부와 서부 지역으로 노동력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규모의 노동력 공급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부와 서부 지역이 동부 해안 지역처럼 성장하기 위해서는 저임금의 막대한 노동력이 필수적인데 중국의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이러한 공급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인구구조를 확인해보죠. 아래의 그래프를 통해 20~24살의 자녀층이 부족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중국의 1자녀 갖기 정책 때문이죠. 이러한 인구 구조는 도시 지역의 노동력 부족을 불러일으키고 Lewis Turing Point[루이스 전환점]를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여기서 Lewis Turning Point 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신흥국가에는 도시와 농촌 간의 분리된 노동력이 존재합니다. 농촌지역은 10명의 노동력이든 2명의 노동력이든 투입된 노동력에 비례된 산물을 창출하지 못하지만 도시지역은 투입된 노동력에 비례해 상관관계의 생산력을 갖추게 되죠. 그러므로 도시지역으로 노동력이 꾸준히 유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도시 지역의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질 때 임금 상승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지점은 Lewis Turning Point 라고 합니다. 중국은 이 지점이 2015년 즈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납니다. 첫 번째, 한국이나 멕시코와 같은 여타 신흥시장은 이미 루이스 전환점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본다면, 중국은 앞으로 5~7년 동안 임금상승이 이루어짐에 따라 새로운 소비자 계층이 생겨납니다. 즉, 5억명의 인구가 중산층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의 구매력으로 인해 전세계가 크게 동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러한 소비층이 세계 GDP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번째, 5억명의 중산층이 생기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중국은 10여년간의 인플레이션은 1.8%였지만 앞으로는 평균 5%대의 인플레이션을 보일 것입니다.

세 번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증가 및 자동화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입니다. 중국은 일주일에 70~77시간씩 일하는 저임금의 노동력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게 되고, 순수출국보다는 수입을 보다 많이 하는 나라로 바뀌기 때문에 수입단가를 낮추는 압력을 행사하면서 유럽이나 미국의 소매업자의 마진 역시 떨어질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통해 한번 더 중국의 노동 시장을 짚고 마무리를 해볼까 합니다. 
2013년을 전환점으로 중국 노동 수요와 노동 공급곡선이 교차되면서 중국의 서비스업 수준이 높아지고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2017년이 되면 대략 1760만명의 노동력 부족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수준은 중국 전체 노동력 시장에 비해서는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벤치마크와 비교한다면 1760만명의 노동력은 미국 전체 노동력의 11%, 일본의 25%, 독일의 4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따라서 현재 글로벌 리밸런싱과 관련하여 중국의 루이스 전환점은 새로운 경제 테마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노동력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우리는 글로벌 리밸런싱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로 아시아지역은 글로벌 리밸런싱을 맞이하고 있고, 아시아지역 중 먼저 이러한 혜택을 입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제 중국의 성장을 보면서 새로운 기회를 중국을 통해 만들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잠을 설치며 일어나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힘들게 간 만큼 저에게 좋은 경제적 지식을 주었던 행사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연사들의 생각이 저와 같은 대학생들도 충분히 깊고 전문성있게 탐구한다면 충분히 예견해볼 만한 생각이란 걸 느끼면서, 다음 포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번 포럼에 대한 기사를 마무리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