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환율에 울고 웃는 기업이 있다는데...

원/달러 환율, 원/엔 환율 등 우리는 끊임없이 환율을 통해 다른 통화와 우리나라의 통화를 일정 비율로 교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통화의 교환을 위해서 만들어진 ‘환율’이라는 개념이 기업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영향력을 가지게 됐습니다. 기업의 경쟁력이나 영업손익이 ‘환율’에 의해 바뀌는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업이 환율에 영향 받는 이유
기업은 크게 수출형 기업과 수입형 기업으로 나뉘어집니다. 수입형 기업은 외국에서 부품이나 완자재를 사와 국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수록 이런 기업은 유리해집니다.
 
간단한 예로 1달러짜리 완자재를 미국에서 수입할 때, 4월 11일 기준 1093.60원/달러 환율을 적용한다면 1093.60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993.60원/달러 환율까지 환율이 낮아진다면 즉, 원화가 강세로 전환된다면 1달러짜리 완자재를 993.60원을 주고 수입하기 때문에 100원의 환차익이 생기는 것이죠.

반면에 수출형 기업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국내 울산 공장에서 철강을 만들어 중국이나 인도로 파는 A기업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중국이나 인도에 철강을 팔아 100달러의 수출 대금을 A기업이 받게 될 경우, 4월 11일 기준 환율로는 109,360원을 지급받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만약 993.60원/달러 수준으로 환율이 낮아질 경우에는 99,360원이 매출로 잡히게 되는 것이죠. 수출형 기업은 확실히 환율이 높아지는 경우, 유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주요 기사들을 보면 "환율이 높아짐에 따라 원가 경쟁력이 생긴다"는 내용이 많은데요, 단순히 위의 사례만 갖고서는 고환율은 원가 경쟁력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100켤레의 신발을 만드는데 제조원가가 100,000원이 든다고 가정을 합시다. 만약, 1093.60원/달러 환율이라면 100켤레의 신발을 만들기 위해 91.44달러가 필요한 것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1193.60원/달러 환율로 환율이 높아진다면 100켤레의 신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83.78달러가 필요한 것과 동일한 것이 됩니다.

어떤가요? 환율이 100원/달러 높아짐에 따라 100켤레의 신발을 만드는데 7.66달러를 절감하게 되죠? 이러한 측면을 보고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형 기업은 원가 경쟁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절감한 제조원가만큼 더 싸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환율에 따라 울고 웃는 기업들
이제 본격적으로 환율에 따라 울고 웃는 산업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단순히 수출형 기업과 수입형 기업으로 나눠 설명하면 끝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 시장은 상당히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여행업종
이 분야에는 여행사나 항공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국내여행 수요보다는 국제여행 수요에 따라 여행업종의 실적이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여행 수요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아래의 그래프는 국제 내국인 수송현황과 원화/미국달러 환율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 내국인 수송현황은 1월과 8월이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이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도별로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2006년 1월의 경우 1,463,789명이 나가고 환율은 987.03원/달러였습니다. 이듬해인 2007년 1월의 경우는 1,817,052명이 나가고 환율은 936.8원/달러입니다.

987.03원/달러에서 936.8원/달러로 원/달러 환율은 낮아진 반면, 2007년 1월 출국자가 2006년 1월 출국자보다 약 400,000명 정도 많이 나가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2006년 8월의 경우 1,757,232명이 나가고 환율은 960.72원/달러입니다. 이듬해인 2007년 8월의 경우는 2,016,561명이 나가고 환율은 933.8원/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30원정도 낮아졌고 출국자는 2006년 8월보다 2007년 8월에 300,000명 가량 더 나간 것으로 산출됐습니다. 저환율(원화 강세)일수록 100만원을 미국달러로 교환했을 때 보다 많은 달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저환율 추세일수록 많은 한국인이 국제 여행을 원하는 것이죠.

2) 운수/장비 산업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업체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회사가 2008년 전세계를 휘청거리게 한 금융위기로 인해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볼까요? 우선 아래, 원/일본엔(100엔) 환율과 원/미국달러 환율 그래프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구간은 2008년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2007년 4월부터 금융위기가 지나간 2009년 2월까지입니다.




2007년 4월,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내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 당시 원/일본엔 환율은 783.65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9월부터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데이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하면서 이 두 기업의 부실화를 미국 정부가 떠안아 금융위기가 시작 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2008년 9월 원/일본엔 환율이 1060.60을 기록하지만 2008년 12월 1503.28을 기록하고 미국 정부가 금융안정정책을 내놓은 2009년 2월의 원/일본엔 환율은 1546.11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합니다. 이처럼 원/일본엔 환율이 08~09년 사이에 무려 500원의 차이를 보이며 엔화 강세가 유지됐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위기로 인해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추락하고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안전자산이 금과 엔화로 인식되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달러화에 투자한 엔화를 거두어 들이는 역 '엔 케리 트레이드'가 일어났습니다.

그 당시 한국, 일본 자동차업체는 미국, 인도, 유럽 및 남미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한국자동차업체에 대한 이미지가 일본 자동차업체에 비해 열악했지만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 일본자동차업체와 그리 큰 차이가 없었고 가격이라는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높은 엔화가 지속되면서 일본 자동차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고, 더 이상 한국의 자동차업체와 유사한 수준으로 자동차를 팔 수 없게 됐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한국자동차업체의 시장점유율은 0.8%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2.2% 증가하는 비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2007년 기준, 일본자동차업체의 시장점유율은 한국보다 24.5% 많았지만 2009년이 됐을 때는, 3.3% 줄어든 21.2%로 격차가 좁혀졌습니다. 실제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 시장을 기준으로 한 그래프를 보여드리면서 구체적인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이 그래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09년 1월에 31% 가량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3대 자동차 기업인 GM, Ford, Chrysler는 평균 -45%대 매출액 감소가 일어났고 일본 3대 자동차 기업인 Toyota, Honda, Nissan 역시 평균 -29%대 매출액 감소를 겪은 반면에 현대, 기아차는 각각 14.3%, 3.5%의 매출액 상승을 보입니다. 이는 ‘08년 당시 미국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실적입니다.
 
이에 따른 원인으로는 원/미국달러, 원/일본엔 환율 모두 높았기 때문에 高환율(원화 약세)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이 생겼고 이로 인해 다른 자동차 업체에 비해 한국 자동차업체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마케팅에 신경 쓸 여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 시장에 진입하여 생산성을 증가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게 되면 제조업의 특성상 시장 점유율의 추세가 꺾여 낮아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현대차, 기아차는 고환율 덕분에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보다 편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3) 조선산업
조선산업에는 신규로 수주(주문을 받음)하는 방식과 다른 기업에서 발주해 다시 다른 기업에게 빌려주는 방식이 있습니다. 신규로 수주를 하는 기업의 경우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조선사가 신조 수주를 받게 돼 1척의 컨테이너선을 만듭니다. 보통 이러한 주문은 2~3년의 장기계약으로 맺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선사는 계약을 할 때 환헤지를 위한 선물 포지션을 통해 계약을 맺습니다.

예를 들어 10,000달러의 계약을 환헤지 목적으로 선물 매도(2년 후 계약 당시 환율 가격으로 매도한다는 포지션을 잡음)한다고 가정합시다. 2009년 어느 기업이 1200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10,000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2011년 현재 1300원/달러로 높아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이 기업은 1300원/달러 환율 기준으로는 13,000,000원의 매출액을 올리게 되지만 이미 10,000달러 선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12,000,000원의 매출액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1,000,000원의 매출액 감소가 일어난 것이죠. 조선산업은 이렇게 선물 매도 포지션을 전체 매출액 대비 25~30% 수준으로 잡아놓기 때문에 고환율이 지속되면 오히려 매출액 감소를 불러일으키는 악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조선산업 역시 앞서 말한 자동차산업처럼 고환율이 원가 경쟁력을 야기하므로 고환율은 기존의 시장점유율을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인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통해 확인해볼까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지속된 한국과 일본 조선산업의 경쟁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결국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의 엔화 절상 및 원화 절하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부분을 살펴 보겠습니다.

1985년 미국-일본의 플라자합의가 열리면서 엔화는 2년 만에 원화 대비 4배나 절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IDX- W/100Y 이라고 된 실선이 원/일본엔 환율인데 1985년부터 급증해 1988년에 상승추세가 약간 꺾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동기간 한국 조선산업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KOREA M/S]을 10%수준에서 20%~30%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일본 조선산업 시장점유율은 60%에서 40%대로 추락합니다. 둘째, 부분은 IMF 시절입니다. 이 때, IMF로 인해 한국의 원화 가치가 상당히 평가 절하되면서 얻은 가격 경쟁력을 통해 한국 조선산업 시장점유율은 30%를 돌파해 2000년 들어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일본과 한국 조선산업간의 품질 차이가 없어지자 가격 경쟁력만이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면서 환율 변동으로 인해 한국 조선산업이 일본 조선산업을 제치고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11년부터 중국 조선산업이 한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 조선산업의 경우 수주규모와 건조 능력으로는 거의 한국의 규모에 근접했고 이제 공정 생산성(원가 경쟁력) 및 품질에서 한국 조선산업을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안화 절상은 중국 조선산업에 있어서 악재가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위안화 절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중국 외 지역 선주에게 마케팅 포인트였던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경쟁력을 일부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현재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한 움직임이 단순히 한국 조선산업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분명히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그래프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그래프는 수주 계약 물량에 대한 그래프입니다. 부분에선 중국 조선산업의 M/S[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IDX-W/CNY[원/중국 위안화 환율]는 꾸준히 낮아지는데 이렇게 ‘02년부터 원화 강세가 나타남에 따라 중국 조선산업의 원가 경쟁력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08년부터 원/중국 위안화 환율은 증가하는 추세로 바뀝니다. 세계가 중국에게 꾸준히 중국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중국 조선산업의 M/S가 한국 조선산업의 M/S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차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업 성장세, 환율로 예측해보기
지금까지 세 가지 산업군을 보면서 기업이 환율에 따라 울고 웃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점차 세계화가 진행되고 기술 이전이 M&A를 통해 자유로워 지면서 예전보다 품질 차이로 인해 시장점유율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는 적습니다. 물론 부품산업처럼 특허를 통해 자신만의 기술을 지킬 수 있는 산업군은 예외라고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제조업의 경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환율입니다. 한국의 모든 수출형 기업은 연초에 목표 환율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예측했던 목표가보다 70~80원만 달라져도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이 순손실로 가느냐 순이득으로 가느냐가 갈릴 정도로 환율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기업 생산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환율의 변동에 따라 해당 산업군은 좋은 영향을 미치겠구나, 혹은 나쁜 영향을 받겠다고 예측하면서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본다면, 누구나 경제전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