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야기가 넘쳐 흐르지만 '왜?'라는 질문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드디어 해답을 찾았습니다. 지난 9월 5일과 6일 동안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열린 제13회 <J-글로벌포럼> 덕분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중견 언론인들과 분야별 세계 최고 전문가들을 초빙한 포럼이었습니다. "아시아가 새로운 국제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예리한 성찰과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최근 국제 정세는 "아시아"라는 단어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지요. 세계인이 주목하는 아시아의 현재를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다듬는 시간이었습니다.
포럼은 총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세션1에서는 "아시아 부상의 의미"에 대해, 세션 2에서는 아시아의 부상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세션 3의 주제는 "아시아와 세계화" 였지요. 마지막 세션에서는 '아시아인 시각에서 바라본 G20' 에 대한 논의가 오갔습니다. 특별히 세션 4에서는 대통령 직속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사공일 위원장이 참석해, G20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답변이 오갔습니다.
Rising Power, 왜 아시아일까?
지난 봄, 스페인의 한 신문에선 재밌는 기사가 났습니다. 스페인 내 자동차 판매율이 3%가 올랐다는 내용인데요. 신문의 어조는 무척 흥분된 상태였습니다. 그만큼 내수시장이 얌전하다는 의미겠지요. 물론 스페인은 중산층 기준으로 한 집에 차 3대가 있을 정도니 차를 살만큼 샀다는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중국은 어떨까요? 현재 중국 시장 내 자동차 판매율 증가는 20%가 넘습니다. 중산층이 3억이고 아직 더 잘 살아야 할 계층이 무수히 많으니 그들이 성장해갈수록 중국은 더욱 광활하고 놀라운 시장이 될 것입니다. 2050년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던 20년 전 뉴욕타임즈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2040년이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다가 이젠 2035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일곱 개의 나라에 걸쳐 있는 메콩 강은 풍부한 자원으로 세계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건설회사들도 진출해있고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파워가 아시아에게 있는 것입니다. 세계가 왜 아시아를 주목하는지를 짐작케 하는 단면입니다.
G20- 아시아의 빛, 한국의 영광
G20은 아시아 최초로 개최되는 경제 정상 회의인 만큼 한국과 아시아의 명예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사공일 위원장은 강력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애쓰고, 그와 동시에 개발 속도의 차이나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G20에서 논의될 내용 대부분은 경제, 통화에 대한 내용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이해관계를 개선하는데에도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갈 것입니다.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이 G20을 개최한 의미를 찾게 됩니다.
한 나라만 잘 살 수 없는 시대, 만나서 얘기합시다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나설 수 있는지'가 이번 포럼의 주제였던만큼 한-중-일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많았습니다. 이 세 나라가 언급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이제 한-중-일과 아세안+3이 뭉쳐 글로벌 번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뭉칠 때입니다. 이미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중국과 일본, 그 사이에 강한 에너지를 가진 한국의 역할은 각기 다릅니다. 어느 한 나라만 잘 한다고 그 나라가 강대국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미 그런 시대는 끝났지요. 한 국가에서 출발한 파산이 전 세계의 경제를 침몰시킨 2008년 경제위기는 '나비효과'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고요. 특정 지역만의 이해관계가 강조된다면 결과적으론 손해만 남는 것이 세계화의 무서운 칼날입니다. 그래서 이 경제정상회의는 중요합니다. 개도국과 선진국이 가진 힘과 자원이 다르기에 이를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수인데, 이 가교역할을 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G20 특별세션이 진행되는 모습. 왼쪽부터 김영일 대기자, 사공일 위원장, Mikio Sugeno, Roger Yu, Bambang Purwanto
한국이 할 수 있는 몫, 해내야 할 몫
사실 우리나라가 G20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기까지 여러 이견이 있었습니다. G2에서 개최해야 할 정상회의가 왜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열리냐는 의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가지는 이점(동북아의 중심, 중-일의 다리 역할)과 한국의 성장 역사는 G20을 담당할 수 있는 자격을 뒷받침했습니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해주는 국가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고통과 성장을 반복해왔던 한국. 개발도상국의 단계를 벗어나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고 있는 현재 한국의 포지셔닝은 G20 개최에 가장 적합합니다. 개발도상국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선진국에게 한국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언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번의 전쟁과 비극, 환란 등을 겪으며 강해졌지요. 눈부신 경제 개발 경험을 가진 1세대들이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우리가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에게 풍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노하우의 공유, 의견의 교량 역할을 해내는 것이 바로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해낼 몫입니다. 선진국 사이에서 고군분투 해야하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아시아 최초 G20 개최라는 명예를 낳았습니다.
함석헌 선생은 "우리나라는 하수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하수구 같은 우리 민족을 통해 세계의 구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우리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입니다. 끊임없이 밟히고 차이면서 성장했지요. 그로 인한 경험의 축적과 선진국-개도국 사이의 호환은 현재 한국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수구는 그곳에 쏟아지는 모든 더러운 것을 배출하는 곳입니다. 하수구가 없으면 모든 생활이 마비되지요. 우리는 하수구가 되어서 그 모든 것을 배출해 줄 수 있고, 배출해야 합니다. 함 선생님은 우리 민족을 하수구에 비유했지만, G20을 개최하는 지금에는 좀 더 다른 단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계 경제 공황에 숨통을 트여줄 "산소호흡기"가 현재의 상황과 꼭 들어맞는 단어 아닐까요?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계 정세, 그 소용돌이에서 2010 서울 G20 정상회의가 개최됩니다. 서울이, 대한민국이 그리고 아시아가 패닉에 빠진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서울에서 열릴 G20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블루마블 문헌보관소 > 2010 서울 G20 정상회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로벌 에티켓 - ‘글로벌 예의지국’ 보여줍시다 (0) | 2010.10.11 |
---|---|
삼성경제연구소 “G20 정상회의 경제효과 24조원” (0) | 2010.09.28 |
G20 회의 쉬는시간, 장관들은 어떤 모습일까 (0) | 2010.06.05 |
G20 하우스 누리마루의 또다른 안주인들 (2) | 2010.06.05 |
G20 부산회의, 숨어있는 2cm를 찾아라! (0) | 2010.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