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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베이비부머 O씨] 일대기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일대기를 다양한 통계자료를 활용해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 세대보다 철저한 자산관리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6월 8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생애재무설계 박람회에서 한 참석자가 전문가와 상당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직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2010년 현재 약 712만5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은퇴는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가상인물 O씨의 일대기를 통계로 조망해 봄으로써 베이비부머들의 인생궤적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해 보자.


동란 이후 격변기 살아낸 한국경제 성장의 주역
1960년 농촌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올해로 만 50세가 된 베이비부머 O씨. 가난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꿈꾸며 학교를 다녔고 친구들과 자치기, 구슬치기를 하며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태어난 1960년 당시 출생아 수는 지금보다 약 2.3배 많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79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의 어린 시절은 물질적 풍요와는 거리가 멀었다. O씨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67년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64.8명.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27.8)와 비교하면 '콩나물시루' 교실이라 부르던 것이 이해가 된다.

O씨가 중학교에 들어가던 무렵에는 중하교 무시험 입학과 고교평준화로 인해 '뺑뺑이'라는 말이 생겼고, 사교육비의 원천인 학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모님이 기르던 소까지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주신 덕분에 O씨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부분 대졸 학력인 요즘 젊은이들에겐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1979년 당시 남녀 각각 29.2%, 20.7%였던 대학진학률은 2009년 81.6%, 82.4%로 증가했다. 졸업을 앞둔 O씨. 건설업, 도소매업 쪽으로 취직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제조업체로 가는 친구들의 수도 많아 고민이다. 사회 간접자본 및 기타 서비스업의 취업자 비중은 1986년 당시 50.5%에서 2009년 76.6%로 크게 증가했다.

O씨 나이 서른 즈음. 집안에서는 결혼하라고 성화! 이 나이를 후배들은 노총각·노처녀라 부르는 눈치다. 요새는 남자 31.6세, 여자 28.7세로 결혼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 당시는 남자 27.8세, 여자 24.8세이면 결혼하는 분위기였다. 또 O씨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주위에 4~5남매는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다들 1명씩만 낳으려 한다.



통계, 미래를 내다보는 나침반!

경제성장의 주역인 '산업일꾼'으로 불리면서까지 열심히 일한 O씨. 40대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O씨는 무엇보다 일이 우선이었다. 지금이야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되면서 근로시간이 단축돼 여가활동을 찾고있지만 2000년 월평균 근로시간이 208.8시간(2008년 189.3시간)이었던 시절에는 여유가 없었다.

2010년 현재 50세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O씨.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나 앞으로 30년 이상 더 살아야 하는데,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시간은 대략 3~7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매일매일 O씨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위로는 부모 생활비, 밑으로는 자식 교육비 등을 모두 부양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건만, 정작 본인을 위한 노후 준비에는 소홀하다 보니 불안하기만 하다.

가계의 주된 수입원으로 왕성한 소비와 생산 활동을 했으나 O씨의 대부분 자산은 부동산에 집중(78.9%)돼 있다보니 막상 쓸 돈은 부족한다. 현재 O씨와 같은 연령대 사람들의 주된 노후준비 방법은 남성이 국민연금(47.2%), 여성이 예금·적금·보험(32.0%)이다. 불안한 노후를 극복하기 위해 O씨는 정년퇴직 후에도 일을 하려 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로 노인부양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자시느이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스스로 감당하기 위해서다.

선배세대인 고령층(55~79세) 가운데 향후 취업 희망자는 57.6%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된 취업희망 이유로 남녀 모두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를 1위로 꼽았다. 고도의 경제 성장을 겪으며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넘긴 베이비붐 세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베이비부머 O씨의 일대기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통계는 단순한 숫자나 수량적 정보에서 더 나아가 유용한 지식이자 생활의 도구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떤 모습이고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통계가 국민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나라경제 2010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