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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CEPA 체결 후 나르샤와의 가상 데이트 하루

지난 1월 발효된 한국과 인도 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우리 실생활에 어떤 변화를 미칠까. 인도에서 날아온 미녀와의 가상 데이트를 통해 한국인의 소비생활 변화를 조망해봤다. 예상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구체적인 일정이나 장소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 글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0년 6월 12일 토요일 아침.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미혼 남성 김대환(가명) 대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오후에 있을 나르샤와의 데이트 때문이다. 나르샤는 지난 5월 회사에서 최초로 채용한 인도 현지 인력이다. 올해 초 한-인도 CEPA가 발효된 후 한국과 인도 양국이 컴퓨터 전문가와 엔지니어 등 일부 서비스 전문직 인력이동을 개방했기 때문이었다. 회사 경영진에선 지난 워크숍 때 글로벌 기업 고객들이 늘면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도의 우수 IT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낫다며 직원들의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근무할 계획이다. 나르샤는 회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스 월드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최고 미인으로 꼽히는 인도 영화배우 아이쉬와라 라이를 연상케 할 만큼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놀란 것은 유창한 영어실력과 함께 탄탄하게 무장한 IT 지식이었다. 로직 등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밍 수준은 사내에서 당해낼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인도인 채용에 난색을 표했던 사내 엔지니어들도 그의 실력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인도 관련 정보 넘쳐

홍보실에 근무하는 김 대리는 팀장으로부터 나르샤가 한국에 있는 동안 다닐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해 주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르샤에게 다가가 가고 싶은 곳을 물었다. 동서양이 혼재한 듯한 얼굴에 세련된 영어 발음은 김 대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였다. 자리로 돌아온 김 대리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에 있는 인도 관련 행사와 장소들을 물색했다. 인터넷엔 인도 관련 정보가 넘쳐났다. 올 초 CEPA가 발효됐기 때문인지 인도 관련 기사도 부쩍 많아졌다.

일단 12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점심부터 먹고 움직여야 될 것 같았다. 서울에서 인도 음식점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오히려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유명 맛집 사이트에선 회사 근처 ‘강가’ 같은 체인점들을 최고로 꼽았다. 하지만 회사 근처보다는 외국인들이 다니기 쉬운 이태원이 좋아 보였다. 그중 눈에 들어온 곳은 ‘포렌 레스토랑’. 인도 현지에서 10년 넘게 일한 베테랑 요리사들이 인도 요리를 만드는 곳이었다. 주말은 뷔페로 운영하고 있다니 메뉴를 고를 필요도 없었다.

나르샤를 만나기로 한 곳은 12시 이태원 지하철역. 나르샤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로 스포티하게 입고 있었지만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미모였다. 식당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주위의 시선들이 나르샤에게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레스토랑은 이미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뒤섞여 북적거렸다. 이틀 전 예약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나르샤 역시 한국에서 인도 음식의 인기를 보고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레스토랑의 음식과 분위기는 나르샤의 입맛은 물론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치킨디카마살라는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 인도 요리를 처음 접하는 김 대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가냘퍼 보이는 나르샤는 생각보다 대식가였다.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매일 아침 하는 인도식 요가에 대해 설명해줬다.

나르샤는 고등학교까지 델리의 ‘산스크리티 스쿨’을 다녔고 대학은 현지 최고로 꼽히는 IIT를 졸업했다. 김 대리가 나르샤에게 들은 놀라운 사실은 인도에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구  구단이 아닌 19단을 암기한다는 것이었다. 나르샤는 “인도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전국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나르샤가 졸업한 IIT는 인도 고등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학교로 전국 대입고시와 별도로 입학생을 뽑는다. 40만 명의 응시자에서 4000명 안에 들어야 합격이 가능하다. 영어는 어떻게 배웠을까. 나르샤는 영어가 인도 전역에서 통용되고 있고, 대학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이유를 묻자 무엇보다 높은 임금을 들었다. 나르샤에 따르면 인도 IT 업계의 초봉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을 나와 나르샤를 데리고 간 곳은 충무로의 한 영화관. 지난 6월 10일부터 서울에선 인도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영화 애호가인 김 대리는 지난해 초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본 후 인도 영화 매니어가 됐다. 그 전까진 인도 영화 하면 미녀, 미남들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볼리우드 영화’가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어 ‘블랙’ 등을 보면서 낙천적인 인도인의 심성과 역동적인 인도 사회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관은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나르샤의 얼굴도 한껏 상기됐다.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이 왔다는 소식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인파로 사인을 받진 못했지만 밧찬을 본 후 입에선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나르샤와 즐기는 인도문화

충무로를 빠져나와 동대문에 위치한 한 인도 향신료 판매점을 찾았다. 가게에선 인도와의 CEPA 체결을 기념해 세일 행사가 한창이었다. 나르샤는 들어가자마자 향신료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나르샤는 “인도 커리를 판다기에 편의점에 가봤지만 노란색 인스턴트 카레만 있었다. 그건 인도 커리와 전혀 다른 음식”이라며 “인도 커리는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가게 안엔 이미 인도사람보다 한국인이 더 많아 보였다. 주인은 “인도 향신료는 무공해 자연산으로 전 세계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며 “치매와 암 예방에도 좋아 국내에서도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7년이 지나면 향신료에 붙는 관세가 아예 없어지거나 50%까지 내린다고 덧붙였다. 집에 가면 인터넷으로 인도 향신료로 만드는 진짜 인도 커리 레시피를 찾아봐야 될 것 같다. ‘다음 주말엔 아예 집으로 초대해 내가 직접 만든 인도 커리를 맛보여줘야겠다.’

발문-나르샤는 고등학교까지 델리의 ‘산스크리티 스쿨’을 다녔고 대학은 현지 최고로 꼽히는 IIT를 졸업했다. 김 대리가 나르샤에게 들은 놀라운 사실은 인도에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구구단이 아닌 19단을 암기한다는 것이었다. /출처 : FTA 세상